누구나 쉽게 정보를 만들고 퍼뜨릴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은 허위정보와 혐오표현 범람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유네스코는 특히 자유로운 생각과 의견 교환의 장이어야 할 소셜미디어에서 이러한 문제가 더욱 두드러진다고 보고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사상과 의견의 공유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허위정보가 역사적·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를 덮어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와 업계, 그리고 사용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지는 언론, 뜨는 소셜미디어
‘새로운 정보와 소식’으로서의 뉴스 생산과 유통이 TV나 인쇄매체를 기반으로 한 언론사의 전유물이었던 시대는 오래 전에 저물었다. 지난 3월 유엔은 “소셜미디어가 전통적인 신뢰를 받는 뉴스 매체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통 언론이 소셜미디어로부터 받고 있는 도전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해당 기사의 바탕이 된 유네스코 보고서 『Journalism Is a Public Good』(저널리즘은 공공재다)은 20세기까지 정보 생산과 전달을 주도하면서 주요한 콘텐츠 소비 창구로 군림했던 기존 매체들이 더는 소비자들을 붙잡지 못하고 있으며, 그 어려움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매체들의 주요 수입원인 광고 시장에서 2016년 전 세계 광고 지출액의 16.5%를 차지했던 인쇄매체의 점유율은 지난해 8%로 반토막이 났고, TV광고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점유율이 34.6%에서 28.1%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광고의 점유율은 35.5%에서 52.2%로 커졌으며, 특히 구글과 메타(페이스북)가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수입을 차지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메시지 앱 등의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고유의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의 관심과 성향을 최대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면서 더 많은 양의 콘텐츠를 꾸준히 소비하도록 유도한 결과다. 이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며 콘텐츠에 배너 광고나 PPL(제품 간접 광고)을 띄우는 것 외에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는 기존 매체로서는 상대가 될 수 없는 경쟁이다. 보고서는 그 결과 “기존 매체들이 줄어든 시장 내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욱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광고성 기사’와 같은 수익 위주 콘텐츠를 양산함으로써 저널리즘의 수준도 더욱 떨어지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사람들은 TV나 인쇄매체를 중심으로 한 기존 언론사들이 신뢰할만한 정보, 나아가 진실을 이야기하는 ‘뉴스’를 독점하고 있다거나 독점해야 한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매년 발간하고 있는 뉴스 경향 보고서의 최신판인 『Digital News Report 2022』(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이미 2014년부터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온라인 매체가 뉴스 소비자들의 가장 주된 뉴스 습득 경로로 자리잡았다. 전통적으로 TV나 신문 등 기존 매체에 대한 신뢰도와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 독일에서도 지난해 처음으로 TV를 제치고 온라인이 첫 번째 뉴스 공급원이 되었다. 물론 ‘온라인’에는 기존 언론사의 온라인 뉴스도 포함되는 것이기에 단순히 소셜미디어가 이 모든 파이를 다 차지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직 무리다. 하지만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뉴스를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접한다는 비율이 기존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 접한다는 비율을 앞질렀고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통계를 감안할 때, 소셜미디어가 뉴스와 정보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빠르고 멀리 퍼뜨리는 채널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믿지 못할 뉴스’들이 채워주는 정보 갈증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이 습득하는 정보의 원천이 다양해지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성도 곧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오늘날, 사람들은 주류 언론이 들려주지 못하거나 혹은 들려주지 않으려는 이야기에 대한 결핍을 더 많이 느끼고 있다. 기존 언론에 대해 불신을 넘어 혐오의 감정까지 갖고 있는 대중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적절한 검색어만 입력하면 언론사 뉴스뿐만 아니라 다른 사용자들이 생성한 수많은 콘텐츠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들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는 정보와 지식은 얼마나 믿을만한 것일까? 가령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올라오는 정보들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유서 깊은 언론사들의 역할을 대신할 만큼 충분히 믿을만한 것일까? 이에 대해 사용자들은 기존 언론 대신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올라오는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소비하면서도, 정작 그 정보의 신뢰도에는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조사에서 소셜미디어의 광범위한 확산과 온라인상 허위정보에 대한 우려 간에는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는 그 근거로 온라인에서 접하는 뉴스의 진위 여부가 걱정스럽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전 세계 평균 54%이지만, 뉴스를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에게서 해당 응답 비율은 61%로 올라간 반면에 소셜미디어를 전혀 쓰지 않는다는 응답자 사이에서 그 비율은 48%로 떨어졌다는 점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물론 이것이 소셜미디어가 허위정보를 양산한다는 뜻은 아니”라면서도 “소셜미디어가 이전에는 쉽게 확산될 수 없었을 극단적인 관점이 반영된 잘못된 정보를 이용자들에게 노출시킬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허위정보를 막을수도, 용인할 수도 있는 법
허위정보에 대한 우려를 적지 않게 갖고 있으면서도 소셜미디어에서의 정보 소비를 멈출 수는 없는 상황에서, 허위정보를 걸러내고 필요할 때 ‘팩트체킹’을 하는 것은 오롯이 사용자들의 부담으로 남는다. 하지만 ‘내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잘 들어보고 판단하면 되지’라는 다짐은 생각만큼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용자가 혹할 만한 콘텐츠만을 선별해서 보여주는 데 최적화된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 안에서 특정 주제에 대한 사용자의 선호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순간, 자신을 둘러싼 콘텐츠들 사이에서 (반대되는 관점을 제시하는 콘텐츠를 포함한) ‘다양성’을 기대하기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가령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이 검색엔진에서 해당 내용을 검색한 뒤부터 자신의 유튜브 추천 목록에 백신 부작용 관련 영상들이 뜨는 것은 전혀 공교로운 일이 아니다. 사용자가 그러한 내용을 들여다보는 일이 많아질수록 알고리즘은 ‘백신에 대한 우려’를 더욱 자극할 수 있는 게시물을 배치한다. 그 중 어딘가에서, 과학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거나 매우 극단적인 주장을 담은 내용들은 사용자와의 ‘우연찮은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상의 허위정보를 가려낼 책임을 사용자에게 맡기는 대신, 플랫폼 자체가 더욱 세심한 규정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이를 걸러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요청해 왔다. 더 나아가 정부와 규제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하는 주장도 많다. 그 일환으로 미 의회에서는 수 년 전부터 ‘제3자가 작성한 콘텐츠에 대한 플랫폼의 면책’을 규정하는 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의 230조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 초창기인 1996년에 만들어진 이 법은 인터넷 플랫폼이 제3자(사용자)가 플랫폼에 올리는 게시물의 ‘출판자’나 ‘발언자’는 아니라고 규정함으로써 당시 걸음마 단계였던 플랫폼 기업들이 몇몇 사용자의 일탈이나 그 일탈을 막기 위한 플랫폼의 행위(게시물 삭제 등)로 인해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막아주었다. 하지만 오늘날 인터넷 세상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거인으로 자라난 이들 플랫폼은 해당 법에 따라 플랫폼 사용자들의 행위에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도, 해당 법이 똑같이 보장하고 있는 ‘일탈을 막기 위한 행위’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지는 않아 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펠로우 출신으로 인터넷 규제정책 및 소셜미디어 분야 전문가인 최은창 작가는 지난해 5월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실은 칼럼에서 플랫폼들이 허위정보 차단에 미온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진실이든 허위이든 사용자가 콘텐츠를 즐기면서 플랫폼에 오래 머무르기만 한다면 광고 노출의 증가로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를 꼽았다. 그러면서 오늘날 ‘역사상 가장 큰 출판사’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소셜미디어들이 자사 플랫폼의 콘텐츠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지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을 소개했다.
모두 함께 행동해야 하는 이유
허위정보나 극단적인 주장에 대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기업들도 허위정보나 혐오표현 등을 자체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를 점차 강화시켜 나가고는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유출과 조직적 여론 조작을 통한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지난해 1월 초에 벌어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미 의회 점거 및 폭동 사태의 배경으로 선거 부정과 관련된 소셜미디어상의 선동과 허위정보 확산이 지목된 이후, 주요 플랫폼들은 이전보다 더욱 강화된 필터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대책을 앞다퉈 내놓았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당시 퇴임을 앞둔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계정을 허위정보 및 혐오 조장 이유로 영구정지시킨 것도 이 시점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난 이후, 이제 논의의 초점은 ‘소셜미디어상의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가’에서 ‘누가, 어떻게, 어느 정도로 규제를 해야 하는가’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은 공동 칼럼에서 마이클 쿠수마노(Michael A. Cusumano) 미 MIT 슬론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등은 “지난 수십 년간 영화와 비디오게임, 텔레비전 및 광고 업계가 자사 콘텐츠의 ‘적절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체 심의 규정을 만들고 지킨 것과 마찬가지로, 소셜미디어 역시 “정부가 개입하기 전에 더욱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또한 “경쟁사들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기업이 먼저 자체 규제에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므로,” “동종 업계가 공통된 규정을 전향적으로 마련해 공동의 노력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네스코 역시 플랫폼들의 자발적 노력에만 의지하기보다는 공통의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이를 지키도록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해 왔다. 각 회사별로 서로 다른 대책이 시행되는 한, 마치 풍선효과처럼 상대적으로 느슨한 대첵을 시행하는 쪽으로 허위정보 등이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허위정보들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플랫폼에서 더 많이 확산되는 사례는 올 7월 유네스코가 유엔과 함께 발간한 보고서 『History under Attack: Holocaust Denial and Distortion on Social Media』(공격받는 역사: 소셜미디어에서의 홀로코스트 부정 및 왜곡)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Oxford Internet Institute)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틱톡, 트위터에 올라온 4천 건의 홀로코스트(2차대전 시기 나치 독일 및 그 협력자들의 유대인 대량 학살 사건) 관련 콘텐츠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부정하는 게시물이 모든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특히 이와 관련한 허위정보 차단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 텔레그램에서 그 비율이 다른 플랫폼들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홀로코스트를 다룬 공개 텔레그램 채널 중에서 거의 절반(49%)에 달하는 콘텐츠가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고 있다”며 “(허위정보의 정도는) 효과적인 대응책에 대한 플랫폼의 의지에 따라 그 결과가 매우 달리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해당 조사에서 타 플랫폼들은 트위터(19%), 틱톡(17%), 페이스북(8%), 인스타그램(3%) 순으로 홀로코스트 관련 허위정보 사례가 발견됐다. 이에 대해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유네스코가 페이스북 및 틱톡과 파트너십을 맺고 사용자들을 검증된 정보를 담은 콘텐츠로 유도하도록 한 것은 좋은 활동 사례”라면서 “(이러한 사례를 볼 때) 공통의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모든 관계자들 간의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유네스코는 오는 2023년에 플랫폼의 책임성을 전 세계적으로 논의할 첫 번째 글로벌 콘퍼런스를 열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는 정확하고 과학적인 정보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게이트키퍼’(gate keeper)는 다름 아닌 사용자들이라 보고, 매년 10월에 개최하는 ‘글로벌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주간’을 통해 미디어를 활용하고 정보를 생산·소비하는 사용자들의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거짓말은 언제나 달콤하다. 자극적이거나, 또는 ‘귀를 의심케 할 이야기’에 일단 눈과 귀가 움직이는 것은 어쩌면 호모 나랜스(Homo Narrans; 이야기하는 인간)의 바꿀 수 없는 본성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네스코는 이러한 거짓말, 혹은 꾸며지거나 왜곡된 이야기들이 역사와 진실, 그리고 상식을 덮어쓰도록 방치하는 것은 누구나 ‘정보 생산자’가 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이상과는 한참 동떨어진 것이라 보고, 정부와 업계,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나아가 모든 사용자들이 디지털 공간에서의 신뢰를 쌓기 위해 함께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참고자료]
· 최은창. “미 통신품위법 개정, 허위정보 범람 막을까?” MIT 테크놀로지 리뷰. 2022.05. technologyreview.kr
· Mihael A. Cusumano et al. “Social Media Companies Should Self-Regulate. Now.” Harvard Business Review. 2021.01. hbr.org
· Nic Newman et al. Reuters Institute Digital News Report 2022. Reuters Institute for the Study of Journalism, 2022
· “Social Media Poses ‘Existential Threat’ to Traditional, Trustworthy News: UNESCO.” UN News. 2022.03. un.org
· UNESCO. Journalism Is a Public Good. UNESCO, 2022
· UNESCO and the United States. History under Attack: Holocaust Denial and Distortion on Social Media. UNESCO, 2022
김보람 『유네스코뉴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