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자리잡은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 2월부터 11일까지 부산에서 열렸어요. 올해도 어김없이 다양하고 재미있는 상영작들이 영화제를 채웠는데, 그중에서 바다만큼이나 깊은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은 이미지 한 장이 눈에 띄었어요. 바로 2012년 설립 이래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 제작사인 A24가 만든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The Last of the Sea Women)’의 포스터였어요.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해녀문화’의 주인공인 해녀들의 삶과 도전을 조망하고 있어요. 해녀의 뒤를 잇는 사람들의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고령의 해녀들이 바다 안팎에서 낼 수 있는 힘은 이제 예전 같지 않지만, 바다의 안녕과 해녀 문화를 위협하는 자들에게 절대 굴복할 생각이 없는 ‘삼춘’(어르신을 부를 때 쓰는 제주말)들의 강인하고도 유쾌한 모습은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내는 청년들에게도 큰 힘을 주고 있어요.
부산국제영화제를 놓쳐버렸는데 그럼 이 다큐멘터리는 어디서 볼 수 있냐고요? 걱정 마세요. 바다 환경과 문화를 지켜 나가는 이들의 멋진 모습이 궁금하다면, 마침 ‘파친코’ 시즌 2가 상영되고 있는 애플TV+에서 볼 수 있어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오늘날 해녀의 삶과 직업으로서의 해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면, 유네스코가 현직 해녀 두 분을 직접 인터뷰한 영상도 있어요. 그 내용을 간단히 파악할 수 있도록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한 편집본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 해녀가 하는 물질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장영미 해녀, 이하 ‘장’ 해녀는 산소호흡기를 쓰지 않고 자기 숨으로 호흡해야 해요. 기계를 쓰는 것은 해녀가 아니에요. 본인의 숨으로, 자기 할 수 있는 것 만큼만 잠수한다는 게 해녀의 특징이에요. 그래서 늘 밑에 있는 아이들에게 욕심 부리지 말라고 당부해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고 말이에요. 해녀들만의 룰도 있는데요. 무조건 많이 잡아서는 안 되고, 자기 잡고 싶은 대로 다 잡을 수는 없다는 것이에요. 몇월부터 몇월까지는 소라만 잡고, 다른 시기엔 전복만 잡고. 그렇게 시기가 정해져 있고, 그 시기 안에도 일정 크기 이상의 해산물만 잡아야 해요.
+ 물 속에서 엄청 오래 숨을 참으면서 깊게 내려가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형미 해녀, 이하 ‘김’ 숨을 얼마나 참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늘 받기는 해요. 그런데 제 생각에 물질은 오히려 마라톤과 가까운 것 같아요. 숨을 참으려고 하면 2분 가까이 참을 수는 있지만, 매번 이렇게 하면 하루 네 시간 동안 이어지는 긴 작업의 페이스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보통은 한 번에 35초 정도를 참으며 작업을 해요. 그 이상 하면 몸에도 무리가 가고 작업을 이어가기 힘들어요. 잠수 깊이도 해산물의 종류에 따라 다른데요. 가장 낮은 수심은 3미터 정도 되고, 저 같은 경우 가장 깊게는 10미터까지 들어가 봤어요. 먼바다로 나가 소라를 잡을 때 깊이 들어가는 편이에요.
+ 해녀를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도 적지 않았을 텐데요.
김 물질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제주도가 화산활동으로 생긴 섬이다 보니 표면이 뾰족뾰족한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파도가 세게 쳐서 이런 바위에 부딪치면 옷이 찢어지고 살까지 베이는 경우가 있어요. 파도가 늘 위험하고 힘든 대상인 것 같아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뽑는다면 엄마에게 물질을 배울 때였어요. 엄마가 정말 엄하게 훈련시키셨거든요. 잠수를 힘들어하는 절 훈련시키기 위해 물 속에 들어간 제 머리를 밟고 계셨을 정도예요. 하지만 그 힘든 기억 때문인지 지금은 해녀로서의 자부심도 더 크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 2016년에 해녀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어떤 변화를 느끼고 계신지 궁금해요.
장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저는 지역에서 어촌계장도 맡고 있는데 제가 계장을 맡은 이후만도 일곱 명이 들어왔어요. 물론 젊은이들이 처음엔 잘 할 줄 모르죠. 하지만 선배들이 가르쳐 주고, 때로는 자기가 잡은 것을 건네주기도 하면서 이끌어주고 있어요. 그러면서 부탁하는 것은 단 한 가지예요. 절대 욕심부리지 마라, 시간을 두고 차차 배우면 된다, 하고 말해 줘요.
+ 젊은 해녀들이 유입되면서 생긴 변화도 있을까요?
장 지난 5-6년 사이에 해녀 문화에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해녀 전통 노래를 적극적으로 찾아 부르고, 연극도 하고, 난타 같은 공연도 어촌계마다 하고 있고 더 하려고 해요. 이런 일들을 70-80대 고령자들이 먼저 벌이기는 힘든데, 젊은이들이 들어와 이끌어 주니까 자연스레 만들어지고 함께 하게 되는 거예요. 또 요즘 애들은 물속에도 카메라를 들고가서는 “삼춘, 이거 한번 봐봐!” 하면서 우리한테 영상을 보여주는데요. 그 풍경이 얼마나 예쁜지 아세요? 여러분도 꼭 한번 보셔야 해요. 이런 것들을 보면서 우리도 젊은이들에게서 배우는 게 많아요.
+ 청년들에게 해녀라는 직업의 장점을 소개해 주신다면?
김 저의 경우 아이가 둘 있는 상태에서 이혼할 때까지는 회사원이었어요. 이혼을 한 이후 이후 원래 해녀 일을 해 오셨던 엄마에게 장난삼아 ‘나도 물질이나 할까?’ 했던 게 그 시작이었어요. 해녀라는 직업이 물론 물 속에선 힘들지만, 또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땐 바다에 안 나가면 되니깐 오히려 아이를 키우기에 수월했던 면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제주도엔 해녀학교가 두 군데 있는데요. 저는 학교 다닌 게 아니라 엄마에게 직접 물질을 배워 자리를 잡기까지 3년 정도 걸렸어요. 보통 3-5년 정도 배우면 해녀로서 자리 잡지 않을까 생각해요.
장 우리 해녀들은 모두 함께 작업을 해요. 노련한 상군(상급기술자)들이 하루에 10kg를 잡을 때 젊은 하군들은 1kg를 채우기 힘든데, 우리는 그것들을 모두 합쳐서 머릿수대로 나눠 가져요. 대신 젊은이들은 뭍으로 올라온 뒤 해야할 일들을 더 많이 나눠 맡죠. 그런 게 잘 돼 있어서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좋아요. 자신을 똑같이 바라봐 주는 어른들에게 고마워하고, 어른들 역시 아이들이 자신을 존중해주니 좋고. 이것이 전통이 되어 계속 이어져야 해요.
+ 해녀 문화가 이어져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게 더 필요할까요?
김 60년대에는 24,000명까지 있었던 해녀가 지금은 3,200명 정도 남았고, 실질적으로 물질을 하는 해녀는 그보다 더 적어요. 70대 이상이 65%일 정도로 고령화도 진행됐고요. 그래서 젊은 해녀가 더 필요하고, 해녀학교 등을 설립해 이를 지원하고 있어요. 물론 이렇게 새로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젊은 해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또 뭐가 있을지 좀 더 고민했으면 해요.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 대응도 빼놓을 수 없어요. 바닷속에서도 백화현상 등이 심해지고 해산물이 없어지고 있어요.
+ 물 밖에서도 해녀 문화를 알리기 위해 바쁘다 하셨는데, 해녀 민요 한 곡조 소개해 주신다면요?
장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저높은 파도에~ 우리 어멍
날 낳을 적에~ 무슨 날에 낳았던고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이제 그만! 🫣)
<유네스코 뉴스레터> 편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