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유럽 문화유산의 날(2023.9.16~17)을 맞아 방문했다가, 인기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랐던 장소가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소르본느 대학이라고 부르는 파리1대학인데요. 이곳이 그렇게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을 기념해서 근대올림픽 창설이 결정된 회의장을 방문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올림픽의 아버지’,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설립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제1차 총회가 바로 이곳에서 열렸다고 합니다. 이 총회에서 5일간의 치열한 토론 끝에 2000여 명의 전 세계 회의 참가자들이 투표를 했고, 그 결과 우리가 아는 올림픽의 역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당시 상황을 묘사한 그림이 걸려 있는 회의장은 평상시에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대학 관계자들에게도 공개되지 않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근대올림픽의 시작을 주도한 나라여서인지, 프랑스는 지금까지 무려 다섯 차례나 올림픽을 개최했습니다. 그런데 그중 네 번이 동계 올림픽이었고, 하계올림픽은 1924년에 개최된 후 정확히 100년만인 올해 파리에서 다시 개최됩니다. 프랑스인들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이해가 될만 하죠.
TV 뉴스에서는 매일 성화봉송 소식을 전하고, 각종 광고와 이미지들도 올림픽을 이야기합니다. 올림픽 관련 행사와 전시도 많은데요. 최근 집 근처 구청에서도 쿠배르탱 재단 주최 전시가 열려 그곳을 방문해 보았습니다. 여기서 쿠배르탱이 주창한 올림픽의 다섯 가지 목표(vision)를 알게 됐는데, 이 중에 ‘스포츠와 교육’, ‘스포츠를 통한 평화’, ‘모두를 위한 스포츠’는 유네스코의 활동과 정신에도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머지 두 가지 목표는 ‘올림픽 정신’, ‘종교로서의 스포츠’ 였습니다.) 특히 ‘모두를 위한 스포츠’라는 목표는, 처음엔 아마추어 정신을 강조했지만 차츰 엘리트 선수들의 각축장이 되어 가고 있는 올림픽의 순수한 면모를 다시 보여주기에, 올림픽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올림픽 전용 구장 건설을 최소화하며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해요. 에펠탑 앞의 샹드마르스 광장에서 테니스 경기를 하고, 앵발리드 광장에서는 양궁 경기를 하는 식입니다. 이 두 곳 모두 유네스코 본부 건물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올림픽 기간 중에 교통 및 인파 통제 등과 관련해서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올림픽 기간 동안 유네스코 본부 직원들의 근무 방식을 어떻게 정할지 궁금했는데요. 재택근무가 강화될 거란 예상과는 달리, 최근에 공유된 계획에 따르면 유네스코 본부는 기본적으로 정상 근무를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유네스코 본부 건물 주변은 교통 통제 구역과 매우 가깝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통제구역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불필요한 행사를 줄이고, 필요시 직원들은 재택근무 및 유연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해서 혼란을 최대한 줄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에펠탑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유네스코 옥상에는 글로벌 뉴스통신사 AP(Associated Press)가 자리를 잡고 올림픽 영상을 송출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지금 유네스코 외벽에서는 ‘게임의 문화(Games Cultures)’라는 주제의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박물관(스위스 로잔 소재)과 유네스코가 공동으로 준비한 이번 전시는 문화 다양성과 스포츠 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1924년 이후 올림픽의 개·폐막식 사진 140여 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러 사진들 속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사진을 발견해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유네스코는 문화 올림피아드(culture olympiad)의 공식 파트너이기도 한데요. 올 초부터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전역에서는 주로 스포츠와 연계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도서관에서 피트니스를 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요. 오랜만에 제대로 운동을 한 덕에 끝난 뒤에 걷는 것도 힘들 정도였지만, 책장들 사이에서 스쿼트를 했던 경험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거예요.
올림픽 기간인 7월 말부터 8월까지 유네스코 본부에서는 스포츠 관련된 대규모 국제 회의들도 개최될 예정입니다. 7월 23-24일에는 ‘Change the Game’이라는 주제로 세계 스포츠 회의가 열리고, 이 기간 동안 스포츠장관회의도 함께 개최됩니다. 8월 27-28일에는 국제패럴림픽위원회와 공동주최하는 세계 장애포용회의가 열리기도 합니다. 8월 28일에는 패럴림픽 성화 봉송이 유네스코 본부에서 진행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홍보강 주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