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유네스코 요르단 사무소장
김민정 유네스코 요르단 사무소장은 서울대에서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국제대학원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를 거쳐 영문일간지 기자로 근무 중 1996년 유네스코 YPP(Young Professionals Programme)를 통해 유네스코 경력을 시작했다. 2008년 레바논, 2011년 탄자니아, 2013년 미국, 2016년 미얀마 등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근무를 경험하며 유네스코 고위직(P-5)에 오른 김 소장을 청년기자단이 만나 보았다.
바쁜 일정 중에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영문일간지 기자에서부터 유네스코 고위직에 오르기까지의 경험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코리아타임즈』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영문 카피에디터 등의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러다 세계 무대에서 직접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 덕분에 유네스코에 발을 들일 수 있었죠. 그렇게 일을 시작한 지 벌써 25년이 넘었네요. 파리 본부에서 10년간 근무했고, 14년 넘는 기간동안 세계 각지 현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유네스코 요르단 사무소에서 시민사회, 정부 등과 힘을 합쳐 교육 개발, 문화유산 보전, 미디어 발전 및 표현의 자유 등과 관련된 등 사업을 진행중입니다.
세계 각지를 아우르는 소장님의 이력처럼 국제기구 직원은 늘 새로운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요르단에 도착했을 땐 아랍어를 다시 익히느라 애를 먹었지만, 현지인들이 한국처럼 따뜻하고 정이 많아 쉽게 적응했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곳은 그곳이 어디든 누구나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디를 가도 적응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차이’에 집착하기보다는 서로 닮은 점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려 합니다. 돌이켜보면 늘 모든 국가들에서 쌓은 경험들은 제각기 특별하고 소중합니다. 탄자니아에서는 수행한 프로젝트들이 참 재미있었고, 뉴욕도 일과 더불어 도시에서 살았던 경험 자체가 즐거웠죠.
말씀에서 지난 경험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언급하셨듯 뉴욕의 유엔본부에서도 근무하셨는데, 유엔과 유네스코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유엔은 유네스코보다 규모가 훨씬 크지만 업무 자체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우선 유엔과 유네스코 회원국이 상당수 겹칩니다. 유엔은 여러 회원국과 함께 더 평화롭고,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토론하고 협상하는 공간이잖아요. 유네스코는 유엔과 함께 교육, 과학, 문화, 커뮤니케이션 각 분야에서 평화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기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제가 다를 뿐 밀접하게 연결된 부분이 많고 일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교육, 과학, 문화, 정보·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집중하는 유네스코에 비해 유엔은 좀 더 포괄적인 이슈를 다루는 것 정도를 들 수 있겠습니다.
한 마디로 교육을 통해 세상을 연결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장님께서 현재 관심을 갖고 계신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요르단 사무소에서 집중하는 분야는 청년실업입니다. 요르단 교육부와 협력하여 교육 시스템을 강화하고 필요에 맞는 정책을 집행할 역량을 높이고 있죠. 나아가 요르단의 특성을 활용해 청년실업을 유산보호 활동과 연계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요르단에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페트라를 비롯해 1만 2천여 개의 유적이 있으나 보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네스코는 시리아 난민과 요르단 실업자들을 모집하고 훈련해서 유적 보호 활동에 투입했습니다. 실업 문제를 해결하면서 문화유산 보호 역량도 함께 높이는 거죠.
소장님처럼 국제 사회에 변화를 만들고 싶은 예비 국제기구인들을 위한 조언 한 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우려는 호기심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공부만 열심히 해선 안 돼요. 현장에 직접 나가봐야 합니다. 유엔에서 경험을 쌓고 스스로 변화하고 싶다면, 현장에서 많은 일을 해 보길 권합니다. 아르바이트뿐만 아니라 자원봉사나 인턴십 등이 모두 업무 경험을 쌓는 데 도움이 됩니다. 국제기구에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는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팀워크가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이 필요해요. 도전하고 공감하며 본인만의 경험을 만들어 보세요. 마지막으로, 언어가 사실 진짜 중요해요. 영어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도 잘 하면 도움이 됩니다. 특히 유네스코에는 불어를 구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국제기구 취업 특강에 가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라는 조언들을 많이 듣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은 취준생들은 자신에게 회의를 느낄 때도 많습니다. 국제기구를 진로로 정한 청년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무엇일까요?
유네스코가 점차 교육이나 과학 같은 한 분야의 전문가를 요구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만족하려면 끊임없이 여러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저는 국제기구에서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저 역시 사무실에서 틀에 박힌 인사나 행정 업무를 처리하기도 하지만, 늘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여러 주제와 방법들을 연구하는 데서 만족을 얻습니다. 특히 유네스코는 다양한 분야가 있어 도전의 기회가 많잖아요. 돌이켜보면, 저도 문화 분야에 문외한이었지만 미얀마나 탄자니아에서 일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고민하기보다 호기심과 열린 마음으로 여러 분야의 경험을 쌓아 보세요.
김동섭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청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