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D 공식프로젝트
아이를 자연 속에서 본성대로 자유롭게 양육하고자 하는 부모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베타니아특수어린이집에서는 ‘숲을 품은 아이들’이라는 장애·비장애아 통합 숲교육 프로젝트를 개발, 숲생태교육 현장에서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차별 없는 숲 속 세상
베타니아특수어린이집은 장애 정도와 특성에 따라 장애통합 숲반, 경증장애전담 숲반, 중증장애전담 숲반으로 나누어 운영한다. 2011년에 처음 숲교육을 시작했을 때, 많은 학부모와 교사들은 장애아동들을 데리고 어떻게 날마다 숲에 갈 수 있는지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정말로 장애 아이들을 데리고 숲에 가는지를 확인(?)하고자 전국 각지에서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견학을 오기도 했다. 하지만 일회성·단기성 체험이 아닌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숲체험 활동이 해를 더해 가면서, 장애 아동들이 신체적 균형을 잡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을 부모들이 먼저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이들 역시 장애·비장애 통합반에서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고 자연 친화적인 삶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달아가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을 점유하는 오늘날, 자연물과 나누는 오감 체험은 아이들에게 더 없이 소중한 경험이 된다. 또, 교사 주도의 일방적 학교 교육을 벗어나 아이들이 자유롭게 숲에서 놀이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경험 또한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교육 활동의 밑거름이 된다.
2016년 유네스코 ESD공식프로젝트로 인정받은 ‘숲을 품은 아이들’은 인증 2년 차를 맞아 장애통합 숲 유치원 모델로 만2~5세의 장애 및 비장애 유아들을 대상으로 종일형 숲유치원을 운영하며 내실을 다졌다. 아이들은 오전 숲활동을 마치면 미리 준비해간 생명 먹거리 주먹밥과 과일 등으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동적 숲활동으로 숲심리운동, 목공놀이, 음률놀이, 탐험 등을 한다. 동적 활동과 정적 활동의 균형을 위해 생태 미술과 나뭇가지를 이용한 장난감 만들기도 해 보고, 심리치료로 ‘숲치유’ 활동도 한다.
언어치료사, 작업치료사, 심리운동사가 장애 아동들과 함께 활동하는 ‘숲을 품은 아이들’은 한국숲유치원협회에서 우수사례로 인정받았고, 특수교사와 치료사들이 장애아동 치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하도록 그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숲에서 행복한 교사와 아이들
베타니아특수어린이집은 지역사회 소외계층 아동과 학부모를 위해 ‘토요숲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의 일꾼들이 재능기부로 참여하는 생태미술 및 목공체험,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숲속 야간탐험대, 집라인 및 슬렉라인 체험 등으로 이루어진다. 이들 놀이에 열중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들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잠깐 잊을 정도다.
장난감이 없을 때, 아이들은 스스로 자연물을 활용한 놀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정형화된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는 발휘할 수 없었던 창의성이 바로 이 때 발휘된다. 나무와 나무를 연결하는 밧줄놀이, 쉬폰 천 놀이를 할 때 아이들은 집에 돌아가야 하는 것조차도 잊어버리고 놀이에 열중할 때가 많다. 아이들은 고구마 캐기, 동네 하천에 EM흙공 만들어 던지기 등을 통해 생태적 먹거리와 생태적 삶을 경험해 보고, 스스로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지구촌 만들기에 앞장서는 모범을 보이기도 한다.
‘숲을 품은 아이들’이 올해 유네스코 ESD 공식프로젝트로 재인증되면서 사회복지법인 베타니아복지재단에서는 전 직원이 함께 더 큰 꿈을 꾸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2025년까지 생태복지・교육의 글로벌 허브기관이 된다’는 꿈을 실현하기로 목표를 설정하고, 올해에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 중 우리 공동체에서 실천 가능한 6개 목표와 10개 세부목표를 정했다. 그리고 구체적 실천 활동으로 기아종식을 위한 잔반 없는 날, 생태요리활동, 텃밭활동 등을 하기로 했다.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통합 숲교육을 진행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만큼 좋은 효과를 내는 보람 있는 일이라고 교사와 학부모는 입을 모은다. 이러한 보람을 더 많은 사람이 느껴볼 수 있도록, 숲교육 프로그램을 지역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숲에서 나무처럼 무럭무럭 커 가는 자연 속의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손을 맞잡고 생태적인 인류의 미래를 만들어갈 날을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이옥금 베타니아특수어린이집 부설 숲학교연구소 소장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2011년부터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프로젝트(ESD 공식프로젝트) 인증제를 통해,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교육적 헌신과 노력이 깃든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8년까지 총 96개 공식프로젝트가 인증 받았으며, 인증 받은 공식프로젝트는 한국형 ESD 모델의 일환으로 국제사회에 소개되어 보급·확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