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D 공식프로젝트 <30>
몽글몽글 싹이 튼 ‘느슨한 학교’
관내에 대학교가 없는 광명시에 뿌리를 내린 광명시민 대학은 그간 고등교육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을 해소해 왔습니다. 하지만 ‘고정된 강의실과 강사 중심의 지식 전달, 학습 성과로 주어지는 졸업장’ 같은 형식적인 교육 형태는 평생교육 현장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고민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에 우리는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대학’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 것인 가에 대한 공론의 장을 소소하게 펼치기 시작했고, 지역 내외 평생학습 관계자들과 시민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변화를 위한 키워드를 찾아냈습니다. 그것은 바로 ‘느슨함’이라는 단어였습니다. 그렇게 명명된 ‘느슨한 학교’는 일상의 모든 공간이 교실이 되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생활과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가 되는 학교가 되었습니다.
느슨한 학교의 세 가지 유형
느슨한 학교는 세 가지 유형으로 운영됩니다. 우선 공간 개방형인 ‘붙박이 느슨한 학교’는 시민들이 자신이 가진 유휴공간을 학습공간으로 개방하는 유형입니다. 예를 들어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수업이 없는 오전 시간대에 학원 내 강의실을 느슨한 학교를 위한 공간으로 개방하고, 이곳에서 다양한 느슨한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자신의 재능을 기부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재능 기부형 운영 방식인 ‘움직이는 느슨한 학교’도 있습니다. 이는 시민들이 각자의 재능을 느슨한 학교의 개방 공간과 연결해 생활 속 다양한 주제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한 예로, 시장의 조합사무실에서 일하는 시민이 상인들이 알아둬야 할 세금 상식에 대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선 두 가지 유형이 결합된 복합형(공간+재능기부형) 느슨한 학교인 ‘우리가게 느슨한 학교’가 있습니다. 시민이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자신만의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접 강사가 되어 느슨한 학교를 운영하는 형태입니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매주 특정 시간마다 ‘손에 잡히는 부동산 상식’을 공유하고, 1대1로 궁금한 것을 알려주는 ‘부동산 느슨한 학교’를 개설하기도 했습니다.
지속가능 네트워크를 꿈꾸다
현재까지 광명시의 느슨한 학교는 198개가 발굴·운영되었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1104명의 시민이 주체가 되어 참여했습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자신의 주체적 성장을 경험하는 한편, 사회적 관계망을 넓히며 지역사회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지역의 숨은 자원과 공간이 더 많이 발굴 되고, 배움과 가르침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낼 주민 자치와 마을 만들기 등 평생학습의 연결도 지속적으로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공간을 개방 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느슨한 학교 교장, 다양한 느슨한 학교 발굴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평생학습활동 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느슨한 학교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열정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의 손으로 느슨한 학교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일상의 공간이 학습의 장으로
시민 누구나 가르치고 배우고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어 학습동아리와 학습모임으로 발전하고 지역공 동체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곳. 시민이 주도하는 느슨한 학교는 일상의 생활공간이 학습공간으로 바뀌어 지역 사회 곳곳이 학습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광명시 평생학습원은 느슨한 학교가 지금처럼 삶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함께 나누고, 시민과의 교류·공유의 장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발전해 나갈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원해 나갈 것입니다.
정효정 광명시 평생학습원 주무관
*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2011년부터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프로젝트(ESD 공식프로젝트) 인증제를 통해,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교육적 헌신과 노력이 깃든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8년까지 총 96개 공식프로젝트가 인증 받았으며, 인증 받은 공식프로젝트는 한국형 ESD 모델의 일환으로 국제사회에 소개되어 보급·확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