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우리에게 새로운 위협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기회일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해봄직한 이러한 고민은 이제 정말 우리 모두의 고민이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그리고 이 사회에서 인공지능이 열고 있는 새로운 기회를 붙잡기 위해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지난해 11월 인공지능 및 윤리에 관한 유네스코 기업위원회(UNESCO’s Business Council on Artificial Intelligence and Ethics)가 개최한 웨비나에서 그 해답 중 일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생성형 AI 시대의 일을 주제로 네 번째로 개최된 이번 웨비나의 패널 중에는 마이크로소프트 필란트로피즈 아메리카 지역 디렉터인 호르헤 셀라(Jorge Cella)가 있었는데요. 그의 발표와 질의응답 중에서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고 흥미로운 부분을 추려 문답 형식으로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는 일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 직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가 일단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제 직책이 직책이니만큼 ‘직업의 미래’에 관한 질문을 늘 받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저도 몰라요.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해요. 이것은 마치 15세기 사람에게 21세기 직업의 미래를 묻는 것과 같기 때문이에요. 다만 이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로는 예전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처리하는 일이 개인 단위에서, 그것도 거의 무료이거나 아주 저렴하게 가능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어요. 전에는 대학교나 정부 기관, 기업의 연구소쯤 돼야 이 정도 성능의 컴퓨터를 쓸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누구든지 클라우드로 이러한 컴퓨터에 접속해 비용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됐죠. 또 다른 큰 변화는 바로 생성형 AI의 등장이에요. 이 기술 덕에 개인은 슈퍼컴퓨터가 미리 처리해 놓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손쉽게 활용해 필요한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됐어요. 이 두 가지가 지금 가장 큰 변화와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 내고 있어요.
+ 이러한 변화 앞에서 개인이 갖춰야 할 능력은 무엇일까요?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데 중요한 것은 ‘어떤 질문을 하는가’예요.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재료, 즉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통계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그럴 법한 대답’을 내놓아요. 그렇기 때문에 질문자는 무엇보다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를 갖고 질문을 던지고, 또한 그 답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해요. 일기예보를 예로 들어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일기예보가 틀릴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요? 답은 ‘결코 틀리는 법이 없다’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렇습니다. 가령 일기예보에서 ‘내일 비 올 확률 90%’라고 했으면, 설령 비가 오지 않더라도 일기예보는 비가 내리지 않을 10%의 확률을 맞춘 셈이기 때문이에요. 말장난 같나요? 하지만 이것이 바로 지금 인공지능이 내놓는 ‘답’이고, 우리에게 비판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예요. 비 올 확률 90%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우산을 챙길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건 결국 우리 자신이거든요. 우산을 챙기지 않기로 결정하고는 비가 온다고 일기예보를 비난할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예요. 인공지능도 이와 같아요. 인공지능은 여러분이 엄청 많은 일을 하게 도와주는 일종의 부조종사예요. 그것은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속도로 가야 할지 조언해 줄 수 있지만, 결정은 바로 조종사인 여러분의 몫이죠. 그 결정을 인공지능에게 미루어선 안 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비판적 사고가 중요해요.
+ 인공지능의 역할이 어디까지나 ‘부조종사’라면, 인간의 일을 빼앗기보다는 인간의 역량을 강화시켜 줄 것이란 뜻일까요?
맞습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의 업무가 어떤 식으로 바뀔지는 정말 알 수 없어요. 그렇다고 지금 우려하는 것처럼, 예컨대 인공지능이 교사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는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공지능은 개별 교사가 수업을 준비하고 그와 관련된 일을 처리하는 능률을 높여줄 거예요. 수업을 준비하고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예재를 만드는 일 등을 생성형 AI가 보조하면서 교사의 생산성을 약 45% 올려줄 거라는 분석도 있어요. 소프트웨어 개발도 마찬가지예요. 생성형 AI가 스스로 코딩도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인간 개발자의 역할이 사라지지는 않을 거예요. 오히려 코딩에 관해 더 많이 아는 개발자일수록 AI을 활용해 생산성을 더욱 높일 수 있죠. 예를 들어 초보 개발자라면 인공지능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20-30% 정도겠지만, 숙련된 개발자라면 그 폭이 50-60%에 이를 거예요. 한마디로 인공지능은 우리를 대체하기보다는 도울 겁니다. 다만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 각자가 준비를 해야 해요. 예컨대 생성형 AI 활용법 같은 것들은 이미 다양한 언어로 무료로 공개된 것이 적지 않아요. 이런 것들을 활용하는 등의 준비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보다 생산적인 준비를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요?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이 우리 일자리를 파괴할지, 혹은 더 많이 만들어 낼지에 대한 제 대답은 언제나 ‘둘 다’입니다. 사실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신해 온 것은 기계가 처음 만들어진 순간부터 있어왔던 일이잖아요. 지금까지 진행돼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예요.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죠. 따라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여기에 대해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입니다. 유네스코를 비롯해 유네스코의 사업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활동이 그래서 더 중요하죠. 오늘날의 일자리 문제는 기회의 부족이 아닙니다. 사실 기회는 너무나 많고, 이 기회를 ‘누구든지’ 붙잡을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게 중요해요. 두려워하지 말고, 준비를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이도 결코 중요치 않아요. 오히려 앞서 강조한 ‘비판적 사고’의 측면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갖춘 고령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어요. 어디에 있든, 어떤 환경에 있든, 우리 인간 모두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기술은 이러한 잠재력을 실질적인 것으로 바꾸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각자가 창의력을 구체화하고 아이디어를 내다 팔 수 있도록 말이지요. 다시 말하지만 가장 중요한 열쇠는 모두가 함께 그 준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렇게 될 때 기술은 인간을 돕고, 또한 모두 함께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