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적극적인 교육나눔 사업을 펼쳐 온 배경에는 든든한 후원자들이 있다. 언제나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꾸준히 후원을 해 온 개인후원자의 편지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한다.
‘뒤에서 돕는다’는 ‘후원(後援)’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이렇게 얼굴과 이름까지 내걸고 소견을 밝히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지만, 독자들과 함께 후원에 대한 지극히 평범한 저의 생각을 나누고, 또 되새겨 보며 편지를 써 봅니다.
꼭 6년 전인 2014년 1월, 세종 지역에서 교편을 잡고 새해를 맞으며 세운 목표 중 하나가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자’는 것이었고, 교사로서 이왕이면 교육 분야에 보탬이 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기부활동을 선택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유네스코한국위원회도 2014년부터 후원사업을 시작했고, 그러한 우연과 그간의 꾸준한 후원이 겹치며 작년 말에는 개인후원 부문 감사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저의 지난 6년간의 후원은 무심함과 무관심,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제 후원이 지구촌 교육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 보다는 축하공연 가수를 보기 위해 ‘후원자의 밤’에 참여한 적도 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뉴스에서 어떤 기부단체의 기부금 횡령 관련 뉴스를 보면서 기부금 사용내역이 좀 더 투명해야 된다고 투덜거리곤 했습니다. 저의 기부금이 소득공제 내역에 잘 반영됐는지 살피는 것만큼 후원이라는 과정 자체에 열심인 적이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남 앞에 서면 누구보다도 교육 나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됩니다. 특히 아이들 앞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이 작은 아이들의 꿈도 적잖이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 때면, 괜한 분함에 교육에서만이라도 공평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소리 높여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다가 이따금씩 『유네스코뉴스』 에서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 그것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좋을지 이리저리 재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저의 ‘표리부동’이 6년쯤 지속되면서, 어느새 지구촌 교육나눔이 저에게 낯설거나 어색하지는 않은 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가끔 진심으로 지구촌의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고, 아이들에게 더 나은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는 기본적인 삶 조차도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과 봉급은커녕 입에 풀칠조차 하기 힘든 교사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저도 모르게 나눔이란 말에 진심을 담고, 가랑비 같은 저의 작은 행동들이 어느덧 제 삶을 적시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행동을 하다보면 마음이 생기고, 마음을 쓰다보면 의미가 생기고, 의미가 생기면 배움으로 이어집니다. 무심코 시작한 작은 후원이 제 삶의 작은 의미가 되고, 그 의미를 세계의 아이들의 삶으로 연결시키고자 노력하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고 보니, 낯간지러우면서도 한편 뿌듯합니다. 그리고 저를 다시 한 번 돌아봅니다. 나는 과연 좋은 사람일까?
진정한 교육 나눔이라는 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사람을 살리는 일은 밥 한 끼를 나누고 연필 한 자루를 쥐여주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자라서, 말이 안통해서, 혹은 일상적인 위협 때문에 배움은 근처도 못 가본 아이들이 단 하루라도 걱정 없이 학교에 올 수 있다면, 선생님들이 넉넉함과 따뜻함을 잃지 않고 아이들을 기다려줄 수 있다면, 그들도 언젠가는 자신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사소한 희열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지구촌 교육나눔 사업은 작더라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연함과 일상의 위대함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아이든 선생님이든 마음이 움직인 한 명만 있다면, 그 사람의 선한 영향력이 주변으로 흐를 것이니까요. 이것이 교육의 힘이고 나눔의 맛이 아닐까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주인공은 ‘나는 의뢰인도, 사용자도, 거지도, 보험 번호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닌, 한 사람의 인간이다’라며 인간적 존중을 잃어버린 사회를 비판합니다. 이 말처럼 인간적 존중과 기본권으로부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이 짧은 편지 한 통도 작은 보탬이 되기를 감히 바라 봅니다.
권의재 세종 새샘유치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