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점차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202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인구 다양성 지수’가 최근 5년 간 8% 가량 확대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죠. 자녀가 있는 독자라면 학교에서도 다문화가정 친구를 만나는 일이 더 이상 드물지 않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성의 증가가 우리 사회를 저절로 포용과 공존의 사회로 변화시켜 주지는 않죠. 차별과 혐오를 몰아내고, 서로를 돌봐주며 ‘함께’ 평화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의 훈련이 모두에게 필요한 이유일 거예요. 그래서 축구공 캠페인을 통해 공존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있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이번에는 최병규 카이스트 명예교수를 만났습니다. ‘엄마 대상 교육’을 출발점으로 삼아 국내 다문화가정의 교육 격차 해소를 모색하자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고 이를 더 확장시켜 온 사람. 최 교수와의 대화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미래에 대한 힌트를 얻어 보세요.

+ 교수님,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퇴임 후 사재를 털어가면서까지 만들어 운영해 온 ‘한마음교육봉사단’이 10주년을 맞으며 그 온기와 의미가 지역사회를 넘어 전해지고 있는데요. 봉사단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봉사단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겪고 있는 교육불평등을 해소하여 이들을 우리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 양성하는 데 기여하기 위하여 설립되었습니다. 낯선 언어와 문화 때문에 다문화가정이 우리의 교육에 적응하는 데는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요. 경제력이나 정보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뒤처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희는 ‘다문화엄마학교’를 통해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먼저 집중을 하고 있어요. 다문화가정의 엄마에게 먼저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그 엄마들이 자녀의 가정학습지도를 담당하면서 담임교사와도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지요. 그렇게 엄마학교를 거쳐간 사람이 그간 2,700명에 이릅니다.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진학한 다음부터는 ‘한마음글로벌스쿨’을 통해 학생들에게 직접 도움을 줍니다.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수학과 영어 보충학습 및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어요. 올해 봄학기에는 320여 명의 학생들이 등록한 상태입니다.
+ 30여 년간 카이스트에서 연구와 후학 양성에 매진하셨는데, 이처럼 다문화 가정의 교육 격차 해소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은퇴를 몇 달 앞두고 있을 때, 우연히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매우 심각한 교육 위기에 처해있다는 자료를 읽고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냥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해결방안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여러 기관을 찾아 관련자와 면담도 해 보았죠. 실제로 다문화학생 전담 교사 경력이 있는 초등학교 교사들은 다문화 학생은 숙제를 해 오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고 학교 공부에도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담임교사가 학생의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하려 해도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결국 학생을 포기하게 된다고도 했어요.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교사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 현재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봉사단 활동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아이나 가정의 이야기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대전엄마학교’에서 ‘캄보디아 댁’이라 불리던 싱글맘 가정이 기억에 남아요. 엄마는 학교를 졸업한 뒤 두 딸을 잘 키울 수 있었고, 2004년에는 큰딸과 재미 동포 간 ‘자녀교육지원을 위한 가족결연’이 맺어지기도 했습니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큰딸은 현재 글로벌스쿨에서 보충학습도 잘 받고 있어요. 이처럼 다문화가정의 교육을 위해 매월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가족결연도 점점 확대되고 있어서, 이를 지켜보는 기쁨과 보람이 매우 큽니다.
+ 봉사단의 활동처럼 교육으로부터 소외된 계층을 보듬는 것과 동시에, 교육이 앞으로도 ‘평등의 사다리’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 교육계가 신경써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교육 격차는 곧 그 나라의 사회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회에 맞는 ‘사회적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교육 불평등은 ‘공립학교의 질의 격차’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기에 우선 소외계층 거주지에 양질의 교사를 공급하는 등의 사회적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반면에 한국에서의 교육 격차는 상당 부분 ‘부모의 뒷바라지와 사교육’에서 비롯되죠. 특히 다문화가정들의 사정 상 이러한 격차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엄마학교’나 ‘글로벌 스쿨’ 같은 사회적 교육이 그런 부분의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 교육 당국도 이러한 사회적 교육을 실천하는 NGO들에 관심을 갖고 이들과 협력하는 데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 사회의 다양성의 증가가 혐오와 배제 대신 포용과 공존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고, 사회 전체 차원에서의 인식 변화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맡아야 할 역할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수요도 많아지면서 결혼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의 유입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도록 돕거나 우리 문화와 생활습관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시스템은 아직 충분치 않습니다. 그러한 미숙함, 혹은 낯섦에 기인해 오해가 발생하기도 쉽고, 이것이 기존 주민들로부터의 차별이나 무시, 심지어 혐오로 이어지게 되기도 합니다. 이들의 정착과 적응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여기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맡아야 할 역할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사회 특정 계층과 학교, 그리고 정부와 뜻이 있는 기업까지 두루 연결하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계신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연결과 확장의 매개로서, 또 조정자이자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잘 하기 위해 유네스코 가족들에게 해 주실 조언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평생교육, 문해교육, 교육격차 해소’라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교육 분야 핵심 목표는 곧 저희 한마음교육봉사단 사업의 지향점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목표와 비전을 갖고 있다면 그만큼 교류와 협력의 가능성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 향후 저희 봉사단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간에 더 깊은 교류와 협력을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유네스코 뉴스레터> 편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