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있는 국제기구에서 청년 전문가로서 연수를 받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국제적 식견과 경험도 쌓으며 전 세계 동료들과 네트워킹을 넓혀 나가는 일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자 자산일 겁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교육부의 후원을 받아 작년부터 시작한 유네스코 청년 전문가 연수 프로그램(UNESCO Sponsored Traineeship Programme, U-STEP)도 우리 청년들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하고자 꾸려진 프로그램이에요. 지난해 여름,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 도착했던 U-STEP 1기 연수생들은 총 네 명. 각자의 자리에서 국제기구의 실제 업무를 경험하고, 소통하고, 도전했던 6개월이 어느새 마무리되었어요. 오늘 뉴스레터는 6개월 간의 연수를 마무리하고 돌아온 1기 연수생들이 보내온 후기들을 모아서 인터뷰 형식으로 꾸며보았어요. 청년 연수생들이 보내온 ‘진짜 유네스코 현장’ 속으로 같이 들어가 볼까요?

+ 청년 전문가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해 여름부터 올 1-2월까지, 각자의 전공과 경험을 살려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셨는데요. 먼저 각자 어디서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이신영 저는 2025년 7월부터 2026년 1월까지 본부 교육2030(Education 2030)국의 유네스코학교 네트워크(ASPnet)에서 근무했어요. 전 세계 165개국 이상의 학교 현장에서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평화와 연대의 가치를 다뤄볼 수 있도록 돕고 연결하는 팀인데요. 이곳에서 국제 컨퍼런스 준비를 중심으로, 국가 코디네이터 정보 업데이트 및 소통, 뉴스레터 등 대외 홍보 자료 제작 과정에서의 편집·검토·디자인 협업 업무를 맡았습니다.
임현진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의 인간과생물권계획(MAB)에서 6개월간 있었어요. 여기서 제가 주로 참여했던 프로젝트는 데이터 디지털화 프로젝트입니다. MAB는 매년 국제 생물권보전지역 자문위원회와 국제조정이사회를 통해 수많은 자료와 보고서를 내는데, 지난 50년간 축적된 이들 자료를 데이터 형식으로 정리·이관하는 작업이었어요.
임지우 저는 유네스코 교육 분야의 교육 내 기술 및 인공지능(Technology and AI in Education) 부서에 있었어요. 6개월 간의 연수를 마치고, 해당 부서의 요청으로 1월 한국으로 복귀 후에도 계속해서 온라인 근무를 이어가게 됐습니다.
조혜수 안녕하세요. 저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연구윤리포용국(Research, Ethics and Inclusion)에서 근무했습니다. 저희 부서에서는 인종차별과 이민 커뮤니티와 관련된 다양한 보고서를 읽고 검토하는 일을 주로 했어요.
+ 국제기구에서 6개월 간 연수도 받고 일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임지우 작년 여름,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시차 적응도 못한 채 바로 업무에 투입되던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티타임을 마치자마자 ‘Digital Learning Week’라는 큰 행사의 40페이지짜리 컨셉노트를 참가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찾아내는 일이 주어졌어요. ‘내가 가진 역량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를 열심히 고민했고,시각디자인 학부 전공을 살려 웹 기반의 직관적인 구조로 재구성하는 방식을 제안했었는데요. 누구도 뾰족한 해법을 내지 못했던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의 뿌듯함이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거예요.
조혜수 현장 분위기기가 오래 기억에 남아요. 동료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나눈 일상의 대화, 매주 이어지던 회의에서의 진지한 토론은 협업이 단지 업무 분담이 아니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임을 느끼게 해 주었거든요. 각종 행사에 참여하면서 자연과학, 인문사회과학, 교육, 문화처럼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분야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구체적인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어요. 본부에서 근무했기에 가능한 특별한 배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신영 저희 팀 규모가 큰 편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연수생 신분임에도 단순 보조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커뮤니케이션, 데이터 관리, 지역 네트워크 조정 등 팀 전반의 실무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어엿한 팀의 일원으로서 기여할 수 있었다는 점이 뿌듯하고 기억에 남아요.
임현진 저 역시 연수생임에도 불구하고 동료와 상사들이 한 명의 팀원으로서 존중해 주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그 덕분에 그동안의 학업과 연구 경험, 데이터 분석 경험을 자신 있게 실무에 적용해볼 수 있었어요. 또한 단순 수행자가 아니라 함께 책임을 지는 담당자로서 스스로 고민하고 제안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소중하게 와 닿았습니다.

+ 많은 준비를 거쳤음에도 힘들었던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이를 극복하고 ‘이거 하나는 내가 챙겨 왔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을 테고요.
임현진 적극성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업무 환경, 그리고 낯선 환경에서의 홀로서기가 아무래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음은 분명해요. 그러나 뒤돌아보면 바로 그 과정에서 제가 정말 많이 성장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갖고 돌아온 감정은 바로 뿌듯함이라고 할까요. 작은 업무부터 시작해 조금씩 책임감이 느껴지는 역할을 맡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며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성취감도 얻을 수 있었어요.
이신영 무엇보다 제가 배운 가장 큰 가치는 ‘협업’, 그리고 ‘차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였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와 모국어, 업무 스타일 속에서 일하며, 빠른 속도보다 서로를 존중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임지우 이곳에서의 업무에는 ‘유연함’이 필수적이구나, 하는 걸 하나의 배움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저는 연수를 마치고 귀국해 쉬던 중에 일정을 당겨서 업무를 시작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다시 원격근무를 하고 있는데요. 철저한 계획 속에서 움직이는 한국의 조직 문화에 익숙하다면 이런 부분에서 다소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거예요. 지난 6개월간 파리 본부에서 지내면서 이러한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도 차츰 익숙해졌던 것 같아요.
조혜수 국제기구에서 수많은 보고서를 내잖아요? 저는 이제 그런 일들이 단순한 문서 작성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호흡이 긴 문서를 반복해 읽고 검토하는 과정은 때때로 쉽지 않지만, 그 과정 속에서 보고서의 목적과 흐름에 맞는 문체를 파악하고 스스로 적용해 나가는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 것도 큰 소득이에요.
+ 올해에도 U-STEP 2기 연수생들이 선발될 예정이에요. 첫 발을 성공적으로 뗀 선배로서 이 프로그램의 가치에 대해, 혹은 후배들에게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겠어요?
임지우 이번 기회를 통해 국제기구란 멀게만 느껴지는 이상적인 공간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성실히, 열정적으로 해내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도 함께라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가진 작은 역량도 충분히 의미 있는 기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바로 U-STEP이라고 생각해요.
이신영 제게 U-STEP은 스스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된 프로그램이었어요. 전 소심하고 쉽게 긴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작은 기여와 경험들이 쌓이면서 이제는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되었어요. 국경을 넘어 소통하고 국제 협력을 통한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은 분들에게 U-STEP은 분명 삶과 커리어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 믿어요.
임현진 U-STEP을 통해 유네스코의 역할과 실제 업무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한 팀의 일원으로서 조금씩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속가능발전 분야에서의 국제협력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현장에서 경험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꼭 U-STEP에 도전해 보세요!
조혜수 앞으로 이 경험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는 먼저 다양한 관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긴 호흡의 글을 끝까지 읽어내는 끈기를 미리 길러두기를 권해요. 세계가 연결되어 있음을 체감하고 싶다면, 그리고 자신의 시야를 확장하고 싶다면 U-STEP 프로그램을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파리에서 전해온 오늘 소식, 어떠셨나요?
U-STEP 참가자들의 그간의 활약이 더 궁금하시다면 유튜브 채널에서 U-STEP 브이로그 영상도 시청해 보세요! 👉 브이로그 보러가기
<유네스코 뉴스레터> 편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