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차기 예산 동결안 채택·신경기술 윤리 권고·국제기념일 제정·기념해 승인 등 구조적 전환 가속
제43차 유네스코 총회가 10월 30일부터 11월 13일까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렸다. 1985년 소피아 총회 이후 40여 년 만에 파리 본부 밖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는 전 세계 회원국 대표단과 국제기구 관계자, NGO 옵서버 등 약 190여 개국에서 4,500여 명이 참석했다.
총회는 다수 회원국이 오늘의 국제상황을 “다자주의의 시험대”로 규정하는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었으며, 전쟁과 기후위기, 허위정보의 확산, 디지털 전환에 따른 불평등 심화 등 복합적 위기가 평화·교육·과학·문화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회원국들은 지금이야말로 유네스코가 “대화의 집(House of Dialogue)”으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할 시기임을 강조하며 국제적 연대의 복원을 촉구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172표의 압도적 지지로 이집트의 칼레드 엘-에나니 신임 사무총장이 선출되었으며, 2026–2029년 중기전략 및 프로그램·예산(43 C/5)이 채택되었다. 미국과 니카라과 탈퇴로 인한 재정 불확실성을 고려해 다수 회원국이 명목 예산 동결(ZNG, Zero Nominal Growth)을 지지함에 따라 정규예산 상한이 6억 1천만 달러로 설정되었으며, 관리비용 계정(MCA, Management Costs Account)과 운용자본 805만 달러의 한시적 활용을 승인했다. 예산 논의 과정에서 국제적 긴장과 절차적 신뢰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핵심사업 보호·성과 기반 예산 운영·국가위원회 협력 강화·디지털 전환 가속 등 방향성이 제시되었다.
이번 총회에서 가장 상징적인 성과는 세계 최초의 「신경기술 윤리 권고」 채택이다. 권고는 정신의 자유, 정신 프라이버시, 신경데이터 보호, 신경다양성 존중, 취약집단 보호 등 핵심 원칙을 포함하며, 2021년 AI 윤리 권고에 이어 기술·과학 분야 국제 규범 형성에서 유네스코의 주도적 역할을 한층 강화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69개국의 대통령·부총리·장관급 인사가 참석한 교육장관회의가 열려, 디지털·녹색 전환 시대의 미래 역량 재정립을 화두로 교육체계 재구조화 필요성이 논의되었다. 이어진 교육위원회에서는 예산 축소(42 C/5 대비 11.9% 감소) 속에서도 SDG4 이행 지원, 교사 관련 권고 개정 논의, 디지털·녹색 전환 교육 확대, UIS 모니터링 체계 고도화 등이 중심적으로 다뤄졌고, 팔레스타인 등 분쟁지역 교육기관 보호 및 UNRWA 지원 결의가 채택되었다.
자연과학 및 IOC 위원회에서는 IOC(정부간해양학위원회), IHP(정부간수문프로그램), MAB(인간과 생물권 사업) 등 과학분야 사업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활동을 지지하였다. 인문사회과학위원회에서는 생각의 실험실로서 유네스코의 역할, 과학기술에 대한 인권 접근, 과학자 인권 등을 강조했다. 자연과학분과의 오픈사이언스 권고를 포함하여 AI윤리 권고 이행보고에 다수 회원국이 관심을 표명하면서 권고 이행 강화를 위한 회원국 간 격차 해소 등을 논의했다.
문화위원회에서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문화 10년(2027–2036)’이 승인되었으며,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주간’ 명칭을 채택하는 등 문화정책의 체계적 확장을 예고했다. 정보·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정보무결성, 언론인 안전, 미디어정보리터러시, 표현의 자유, 기록유산 등을 중심으로 인권 기반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행정·재정 분과에서는 ZNG 상황에서 기관 운영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개선 방향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회원국들은 집행이사회 및 총회 운영 절차의 간소화, 문서 제출·검토 과정의 예측 가능성 제고, 내부감사(IOS) 기능 강화 등을 통해 투명성과 운영 효율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건비·고정비 부담이 확대되는 가운데, 분야별 우선순위에 따른 자원 재배분, 인력 구조 조정, 디지털 기반 행정 자동화 확대, 현장사무소 기능 조정 등 조직 최적화 전략의 필요성이 언급되었다. 재정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해서는 민간 및 파트너십 기반 재원 조성, 다자기구와의 공동사업 확대, 위험 관리 및 재정 보고의 투명성 강화가 핵심 과제로 제시되었다.
이번 총회에서는 2026년 김구 탄생 150주년을 포함한 회원국 제안 기념해 11개를 승인했다. 그리고,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과학 참여의 날(11월 27일)」, 국제 소도서개도국(SIDS)의 날(4월 25일) 등 총 8개의 국제기념일이 신규 제정되었다.
대한민국은 이번 총회에서 개발협력, 규범 이행, 위원국 진출 등 다방면에서 실질적 성과를 거두며 국제무대에서의 기여와 위상을 한층 강화했다. 일반정책토론에서는 동티모르·말라위·잠비아·코트디부아르·가나 등 5개국 수석대표가 한국의 ODA(브릿지 사업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했으며, 총회 기간 중 한국은 12개 협력국과의 면담을 통해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했다. 또한 2026년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이 공식 유네스코 기념해로 채택되면서, 김구 선생의 ‘높은 문화의 힘’ 정신이 유네스코 ‘평화의 문화’ 이념과 부합하는 가치로 국제사회에서 재조명되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이번 총회에서 정부간수문프로그램(IHP), 불법문화재반환촉진 정부간위원회(ICPRCP), 국제커뮤니케이션개발사업(IPDC) 정부간이사회 등 3개 위원국에 당선되어 향후 정책·규범 논의 과정에 참여할 기반을 더욱 강화했다.
이번 총회는 재정적 불확실성과 다층적 위기 속에서도 유네스코의 핵심 역할과 조직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기술윤리 규범 생성·분쟁지역 지원·공공재 기반 국제협력 강화·거버넌스 개혁이라는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향후 43 C/5의 구체적 집행과 우선순위 조정은 2026년 봄 제224차 집행이사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며, ‘UNESCO for the People’ 비전 아래 새 리더십이 투명성·효율성·합의 기반 운영을 어떤 방식으로 실현해 나갈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작성자: 윤선이 유네스코의제정책센터 선임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