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뉴스레터에서 전해드렸듯, 유네스코는 10월 30일부터 11월 13일까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제43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과학기술 분야에서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뉴스를 내놓았습니다. 바로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신경기술 윤리 권고(Recommendation on the Ethics of Neurotechnology)」를 채택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이 권고를 준비하기 위해 유네스코는 2년 전부터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을 모아 수많은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최경석 교수도 바로 그 주역 중 한 명입니다. 전 유네스코 국제생명윤리위원회(IBC) 위원이자, 권고 제정에 맞춰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발간한 이슈브리프 「신경기술 윤리 권고」의 함의 및 국제 협력 방안를 집필한 최 교수에게서 이번 권고와 관련한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 교수님, 안녕하세요. 이번 권고 채택 소식을 접한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먼저 ‘신경기술’이 어떤 것을 말하는지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이 기술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리고 지금 혹은 앞으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신경기술이란 ‘신경계로부터 나오는, 그리고 신경계의 구조와 관련된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신호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기술도구’ 등을 포함한 기술을 말합니다. 여기서 기술도구란 일반인들도 병원에서 듣거나 접해 보았을 뇌파검사(EEG), 전기신경근검사(EMNG), 자기뇌파검사(MEG), 자기공명영상(MRI), 자기공명분광법(MRS),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초점 초음파(FUS),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 같은 것들도 포함됩니다. 신경계의 신호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것을 넘어, 신경계의 활동을 변화시키는 기술적 또는 중재적 도구도 있어요. 예를 들면 ‘인공와우’라든지 ‘이식형 미세전극’, BMI(뇌-기계 인터페이스)나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심부뇌자극술(DBS), 광유전학적 광자극, 경두개 전기 자극(tES), 경두개 자기 자극(TMS) 또는 초음파 표적 약물 전달 등이 있어요. 이러한 도구들은 신경계의 기능을 조절하고, 자극을 적용하여 신경계에 직접 신호를 전달하기 위한 것입니다. 신경기술이란 이러한 도구들에 적용되는 모든 기술의 개발 및 사용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 이번 권고의 많은 부분이 교수님께서 위원으로 참여하셨던 국제생명윤리위원회(IBC)가 2021년 내놓은 『신경기술의 윤리적 쟁점』에서 제시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윤리적 측면에서, 신경기술에 대해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특별히 신경기술에 한정된 문제는 아니지만, 언제나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 가장 큰 우려사항은 기술의 오용이나 남용입니다. 기술에 대한 과장된 홍보가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제도상으로 공산품과 의료기기의 경계가 명확하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본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할 경우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유네스코는 그 전반적인 내용을 모니터링하는 기관의 설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아직 뇌가 발달 중인 아동과 청소년이 신경기술의 사용 대상이 될 경우에 아동과 청소년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상업적 착취의 대상이 되거나 기술의 오남용에 노출될 수도 있고, 심지어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비자발적으로 사용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 지난 「인공지능 윤리 권고」 채택 때와 마찬가지로 인류의 미래에 파급력이 큰 기술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각각의 입장에 따라 차이도 있을 것 같습니다. 권고 채택 과정에서 회원국 간, 혹은 전문가 간 가장 논쟁적이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이러한 조율 끝에 나온 최종 권고안에서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몇 가지 부분에서 명확한 기준을 아직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모니터링 체계를 도입하라고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모니터링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신경기술 사용에 대한 연령별 지침을 마련하고 신경기술의 영향을 정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이 역시 지침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나 평가 기준이 아직 없습니다. 앞으로 기술을 이용하면서 문제점이 발생하는 경우 그저 재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 하겠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뇌와 신경 기능을 ‘증강(기능 강화)’하는 기술의 사용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대비해야 하는데 권고는 아직 원론적인 원칙 제시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증강 영역에서 사용되는 신경과학기술은 공정한 경쟁을 방해할 수 있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기에 사회적 대응이나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해 아쉬움이 있고, 향후 좀 더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되어 제공되길 바랍니다.
+ 이번 권고에서 다룬 ‘정신적 프라이버시’라든지 ‘사고의 자유’ 등의 개념을 접하면, 정말로 이 기술이 우리 생각을 들여다보거나 심지어 조작하는 데 쓰일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들기도 합니다. 지나친 두려움이나 지나친 낙관 대신, 앞으로 이 기술을 점점 가까이서 접하게 될 대중들이 사용자 입장에서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혹은 서비스나 기술 제공자에게 요구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신경기술 윤리 권고는 이전의 대응방식과 다른 매우 중요한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통상 새로운 의학이나 생명과학기술이 도입되는 경우, 예상되는 위험의 정체가 아직 불명료하지만 그 위험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경우에는 ‘사전예방원칙’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위험이 명확해지거나 위험에 대한 통제가 가능할 때까지 모라토리움, 즉 기술 연구나 이용을 잠정적으로 중지시키는 것이지요. 하지만 신경기술에 대해서는 이런 원칙에 입각해 기술 연구나 기술 사용을 금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 체계로도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는 뜻일 수도 있고,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함으로써 기술을 사용하면서 위험에 대한 정보를 추적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프라이버시 침해 여부나 데이터 수집의 동의 획득 여부, 수집된 데이터의 사용 목적 등을 점검하는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용자들도 위험을 감지했을 때 이를 적극적으로 보고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기술을 맹신하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이는 곧 시민들에게 신경기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 권고 채택의 다음 과제는 각국이 이를 뒷받침할 정책이나 제도를 만들도록 하는 일입니다.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는 물론 있지만, 이번 권고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유네스코 및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차원에서 이어가야 할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유네스코는 권고 내용에서 구체화시키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향후 권고를 이행하는 회원국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권고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개별 국가에서 이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각 정부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입법도 추진해야 하며, 이해당사자들의 의사소통이 원활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그러한 담론의 장을 제공하거나 공적 참여의 활성화를 지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 우려까지는 아니더라도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치료’와 ‘증강’의 구분이 모호한 영역에 대한 가이드라인인데요. 특히, 사회적 논란이나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는 ‘증강’ 목적의 신경기술 사용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유네스코 뉴스레터> 편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