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9일, 역사적인 첫 발걸음
2025년 5월 29일, 말라위의 마고메로 지역개발대학(Magomero Community Development College)에서는 잊지 못할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유네스코말라위위원회가 함께 궁리해 만들고 운영한 비형식교육 전문학사과정의 첫 졸업생 29명이 학업을 마치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날이었습니다. 이날의 졸업식은 단순한 학위 수여를 넘어, 국제 교육 협력이 만들어낸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도전에서 기회로: 비형식교육 전문가 양성의 필요성
말라위에서는 현재 수많은 성인과 학교 밖 청소년들이 비형식교육을 통해 배움의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가르칠 전문 교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관리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대부분의 지역학습센터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에 의존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교육 방법론이나 전문성 없이는 지속가능한 교육의 질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말라위 스스로 양질의 비형식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마고메로 대학의 비형식교육 전문학사과정은 바로 이러한 장기적 비전에서 출발한 것으로, 한 사회가 교육을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내재적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브릿지 말라위 프로젝트: 교육 격차를 잇는 국제 연대의 힘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브릿지 말라위 프로젝트를 통해, 말라위 전역의 교육 소외 계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해 왔습니다. 릴롱궤(Lilongwe), 블랜타이어(Blantyre), 좀바(Zomba), 이부즈야(Ibuzya) 등 4개 지역에서 지역학습센터(Community Learning Center)를 통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이번 비형식교육 전문학사과정 개발은 더욱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변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였습니다.
말라위 젠더지역개발사회복지부 장관은 졸업식 축사에서 “이 프로그램은 말라위의 인적 자원을 키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기여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실제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2023/2024학년도 2학기부터 2024/2025학년도 2학기까지 총 3학기에 걸쳐 29명의 전원에게 학비를 지원해, 학생들이 경제적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2021년 11월 수요 조사부터 시작하여 2022년 10월 교육과정 검증까지,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말라위 현지의 실제 필요에 기반한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을 지원했습니다. 단순한 단기 지원이 아닌, 말라위 현지의 교육 역량을 스스로 키워갈 수 있도록 돕는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접근 방식으로, 이는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SDG 4(양질의 교육), SDG 17(파트너십)의 정신을 실천하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제 개발 협력에서 ‘수혜’의 개념을 넘어 ‘파트너십’과 ‘역량 강화’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대가 만드는 변화의 물결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앞으로도 단순히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닌,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서로의 가능성을 확장해나가는 ‘진정한 연대’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브릿지 말라위 프로젝트는 그 여정을 함께하는 따뜻한 첫걸음이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다리입니다.
졸업생 인터뷰: Ms. Anily Mwadira
비형식교육 전문학사 과정에 등록하게 된 계기가 뭐였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저는 할머니가 ‘수쿨루 자콰차(sukulu zakwacha)’ 다니시는 걸 보면서 자랐어요. 그분이 글자를 배우고 서명도 직접 하시는 걸 보고 정말 감동했죠. 그래서 ‘나도 이런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이 과목이 뭔지도 몰랐는데, 찾아보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일이더라고요. 아직 연구도 덜 되어 있는 분야라 내가 뭔가 바꿀 수도 있겠다 싶었죠.”
얼마 전에 현장실습을 다녀오셨다고 들었어요. 교실에서 배웠던 점과 현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었나요?
“처음엔 문해교육이라는 게 그냥 칠판에 글 쓰고 따라 쓰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현장에 나가보니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사람들마다 배경도 다르고, 또 자원도 부족해서 실습 같은 것도 잘 못하고 있었어요. 실험 중심 수업을 하고 싶어도 비누 만들 재료 같은 걸 살 돈이 없더라고요. 이런 현실을 직접 보고 나서, ‘진짜 현장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10년 후의 자기 자신을 상상하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 것 같나요?
“10년 후엔 제가 직접 NGO를 하나 만들고 싶어요. 비형식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요. 그리고 정부나 유네스코랑 협력하면서, 사람들한테 ‘비형식교육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걸 널리 알리는 앰배서더 역할도 하고 싶어요. 그리고 가능하면 학습자들에게 소액 대출도 해주고 싶어요. 그럼 생계 걱정도 덜고 수업에도 더 집중할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