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해요 세계기념일 I 세계 모어의 날(2월 21일)
얼마 전, ‘늦기 전에 어학연수 샬라샬라’라는 TV프로그램을 봤어요. 평균 나이 52.8세의 중년 배우들이 더 늦기 전에 영국 어학연수에 도전하는 내용이었는데요. AI가 번역도 실시간으로 해주는 세상이긴 해도 직접 내 눈 앞에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을 만났을 때 당황했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멋진 배우들이 캠브리지로 떠나는 기차를 찾지 못해 런던 지하철에서만 2시간 40분을 헤매는 과정을 보며 안타까우면서도 언어의 장벽이 새삼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었어요. 단지 말이 통하지 않는 불편함만이 어려움의 전부는 아니에요.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언어권 사람들의 문화, 전통, 그리고 지혜까지 배워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에요. AI 번역만으로는 익힐 수 없는 문화, 그리고 언어를 배우며 새로 알게되는 세상. 그것이 너무나 소중하기에 중년의 배우들도 용기를 내 캠브리지로 떠난 게 아닐까요?
+ 소멸 위기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려는 노력들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부터 매일 쓰는 SNS 메시지까지—우리는 언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해요. 특히 엄마 뱃속에서부터 듣기 시작해 유소년기의 모든 경험과 배움을 담고 있는 모어(母語)는 평생 간직하게 되는,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정체성의 핵심 요소예요. 한번 습득한 사람에게서 쉽게 빼앗아 갈 수도 없죠. 그렇다고 해서 모든 모어가 저절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지금 내가 쓰는 언어가 이 사회의 주류 언어가 아니라면, 직장을 구하고 사회적으로 소통하는 데 쓸모가 없다면, 그것을 내 자식에게 적극적으로 물려주고자 하는 부모는 많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언어가 다음 세대로, 또 그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않을 때, 언어에 깃든 문화와 기억도 차츰 빛을 잃어버리게 될 거예요.
2월 21일은 그러한 언어, 특히 모어의 중요성을 기념하는 세계 모어의 날이에요. 유네스코에 따르면 현재 약 8,324개의 언어 중 7,000여 개만이 실제로 사용되고 있고, 그중 상당수도 이미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요. 소멸 위기에 처한 언어 대부분은 주류 언어와 주류 문화의 위세에 눌려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소수언어들이에요. 전 세계 인구의 40%가 모어로 교육받을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어요. 세계 모어의 날은 이 소중한 언어들이 사라지지 않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도록, 그래서 다양성 위에서 공존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1999년 방글라데시의 제안으로 채택된 기념일이에요.
2025년, 올해로 25번째를 맞는 세계 모어의 날 주제는 ‘Languages Matter!(언어는 소중하다!)’이에요. 유네스코는 파리 본부에서 기념 행사를 열어 지난 25년간의 성과를 돌아보고, 2030년까지 언어 다양성과 다언어주의 증진을 가속화하자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에요. 엄마와 아빠에게서 아이로 이어지지 못하는 언어들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 교육은 언어의 다양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방향도 모색해 볼 거예요. 다양한 언어가 지속가능발전과 평화, 문화유산 보호에 얼마나 중요한 열쇠인지를 강조하면서, 다언어 교육에 대한 좋은 사례와 실천 방안을 담아 정책 입안자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Languages matter: Global Guidance on Multilingual Education(다언어 교육에 대한 글로벌 가이드)』도 공개했어요.
2022년부터 2032년까지 이어지는 국제 토착어 10년(International Decade of Indigenous Languages) 또한 유네스코가 전 세계의 언어를 보전하고 다양한 토착어의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에요. 토착민들이 사용하는 언어 역시 점차 사라져가는 토착민 문화와 함께 소멸 위험에 처해 있는데요. 유네스코는 이러한 언어들이 다음 세대 구성원들, 특히 아이들에게 이어지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브라질의 언어학자이자 작가인 빅터 D.O. 산토스(Victor D.O. Santos)의 그림책 『What Makes Us Human』을 전 세계 출판사들과 협력해 다양한 언어로 펴내고 있어요. ‘언어야말로 인간다움의 핵심’임을 강조하는 작가의 믿음이 담긴 이 작품은 세계적인 도서전과 도서목록을 통해 어린 독자들에게 언어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교재로 주목받고 있어요. 작년 말에는 이 책의 파르시(Farsi)어 판이 유네스코 테헤란 사무소와 투티 북스(Tuti Books)의 협업으로 출간되었고, 이번 세계 모어의 날에는 하와이어 판이 선보일 예정이에요.
+ 세계 모어의 날, 이렇게 참여해 보세요!
‘유네스코 세계기념일 캘린더’의 2월달 일러스트는 세계 모어의 날을 주제로 했어요. 그림을 그린 김판다 작가는 소멸 위기에 처한 언어인 ‘제주어’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기도 한 제주 해녀 문화와 함께 묘사하면서 사라지는 언어와 문화가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언어가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무엇보다 그 언어가 자주 쓰여야 하고, 다양한 언어가 불편함 없이 쓰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해요. 그러한 다양성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가고자 하는 우리의 마음을 모아보기 위해 이번 세계 모어의 날에는 아래와 같이 각자 해볼 수 있는 일들을 한번 행동으로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 유네스코가 주최하는 세계 모어의 날 기념행사 라이브 링크 바로가기
글: 후원홍보센터 최연수 전문관
여기서 잠깐! – 세계기념일 캘린더가 궁금하시다고요?
유네스코 세계기념일을 기억하고,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고민을 나누며 실천해 볼 수 있는 세계기념일 캘린더! 캘린더에 담긴 KT Y 아티스트 13명의 멋진 일러스트를 활용한 PC 및 모바일 배경화면 등의 디지털 굿즈를 아래에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