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이번 여름 휴가는 어땠나요? 남은 한 해와 더위를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는 휴가와 여행은 우리에게 늘 꿀맛 같은 휴식이지만, 이 기간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들은 다양한 문제로 몸살을 앓기도 해요. 지난 7월 말에는 세계적인 관광 대국 스페인에서 시민들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제발 그만 좀 오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관광은 지역사회의 경제적 버팀목이면서도 주민들의 일상과 현지 자연·문화유산의 지속가능성에 위협이 되기도 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어요. 그 사이의 균형을 잡기 위해 유네스코를 비롯한 국제기구들과 정부들은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 overtourism)’ 문제를 다루는 다양한 대책을 세워 왔고, 관광객들도 단순히 소비하고 먹고 마시는 여행이 아니라 현지의 자연과 문화를 보존하면서 그것들과 긴밀히 소통하는 여행을 점점 더 추구하고 있어요. 자연과 문화와 지역 사회, 그리고 관광객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트렌드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이 쉽지 않은 일을 해내기 위해 세계의 관광지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요? 세계경제포럼 미래지속가능관광 미래위원회 공동의장인 조지프 치어(Joseph M. Cheer) 호주 웨스턴 시드니 대 교수가 『유네스코 꾸리에』 7-9월호에 기고한 글(일부 발췌, 수정)을 통해 함께 생각해 보아요.
+ 세계 각지로 떠나는 ‘황금의 무리’들
과잉관광이란 무엇일까요? 2019년에 펴낸 책 『Overtourism: Excesses, Discontents, and Measures in Travel and Tourism(과잉 관광: 여행과 관광의 과잉, 불만족, 그리고 대책)』에서 저는 그것을 ‘방문객이 너무 많아지면서 그 결과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혹은 시즌에 따라 생활양식이 변하고 필요한 자원에 접근하지 못하게 되고 전반적인 삶의 질이 나빠지는 등의 고통을 겪게 되는 상태’라고 정의했습니다. 이처럼 지역이 감당할 수 없는 관광의 개념은 항공 교통이 발달하면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요. 1963년 독일 지리학자 월터 크리스탈러(Walter Christaller)는 급증하는 관광 수요를 우려하면서 “어떤 지역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죄를 짓는 것만 같아서 그곳을 언급하기가 점점 꺼려진다”고 말했고, 1975년 루이스 터너(Luis Turner)와 존 애시(John Ash)는 『The Golden Hordes: International Tourism and the Pleasure Periphery(황금의 무리: 국제 관광과 쾌락의 주변부)』를 펴내면서 돈을 들고 세계 각지로 떠나는 관광객들의 무리를 “문화를 파괴하는 야만인”으로 비유하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황금의 무리’의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관광업은 전 세계 GDP의 9.1%, 약 9조9천억 달러를 차지하면서 지역과 국가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 되었습니다.
+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의 그늘
오늘날 과잉관광으로 신음하는 지역은 세계 도처에 있고, 다양한 형태로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발리에서는 생활물가가 상승하고, 지역 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장소에서 과한 행동을 하는 관광객들로 인해 문화적 충돌이 발생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관광객 증가 속도를 사회 인프라가 따라잡지 못하면서 교통 체증도 심각해지고 수자원 고갈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환경 훼손도 문제입니다. 보라카이와 코모도섬 등 동남아 여러 유명 관광지들에서 볼 수 있듯, 사회 및 생태 환경이 외부 충격에 쉽게 영향을 받는 소규모 섬 지역에서 이러한 점이 두드러집니다. 대형 크루즈선 관광 역시 과잉관광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데요. 세계적 크루즈 관광지이기도 한 베니스에서는 크루즈선이 정박하는 특정 지역에만 관광이 집중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과잉관광의 충격은 지역과 국가에 상관 없이 점점 일상적인 일이 되어 가고 있기도 합니다. 휴가철을 노린 임대업이 성행하고, 기존의 주민들은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주변부로 밀려나고, 작은 개인 가게들이 있던 자리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대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올릴 똑같은 사진 찍기에 바쁜 관광객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애초에 그곳을 특별한 장소로 만들어 준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 흐름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들
과잉관광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역사회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왔고, 그 방법도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어떤 대책이 장기적으로 성공인지 실패인지 여부는 수 차례의 관광 시즌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는 일이지만, 그중에는 이미 일정 부분 효과가 나타나는 대책들도 있습니다.
크루즈선의 기항 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금지시킴으로써 ‘당일치기 관광객’의 숫자를 줄이는 것은 과잉관광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 도시 중심부에 있던 크루즈선 터미널을 외곽으로 옮겨서 효과를 보고 있는 암스테르담이 그 예입니다. 특정 장소에 집중되던 관광객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장소로 분산하는 것도 효과가 있습니다. 피렌체의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앞에 모인 관광객들의 동선을 그 주변 다른 작품들로 자연스레 유도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고, 암스테르담은 유명 셀카 장소였던 ‘I Amsterdam’ 표지판을 다른 곳으로 옮겼습니다. 관광 당국은 여행 계획을 짜는 관광객들이 더 다양한 장소를 찾도록 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주거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되고 있습니다. 휴가철 단기 임대업을 등록제나 허가제로 전환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으며, 늦은 시간의 소음과 수면 방해를 방지하기 위해 통행금지 시간을 두는 곳도 있습니다. 보라카이섬 같은 곳은 자연 환경이 회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일정 기간 관광지를 폐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성공 사례들에 비해 관광객들에게 일종의 ‘여행세’를 걷는 것은 과잉관광의 충격을 줄이는 데 상대적으로 덜 효과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관광객에게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요금을 부과하는 베니스와 일본, 그리고 모든 관광객에게 비자 발급을 요구하는 발리 등의 사례는 관광객 숫자를 제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균형 잡기, 어렵지만 해야 할 일
과잉관광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을 마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균형입니다. 관광이 언제나 어떤 형태로든 그 장소에 변화와 충격을 남길 수밖에 없다면, 결국 그것을 적절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지역 사회와 관계 당국은 무엇을 지키고 이를 위해 무엇을 포기할지를 두고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합니다. 방문자 수를 줄이는 방법은 그것이 지역 경제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세심하게 마련돼야 합니다. 하지만 효과적인 규제를 시행하는 것과 지역 사회의 안녕을 지키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은 언제나 만만치가 않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관광이 올바르게 이루어질 때, 그것이 지역 사회의 장기적인 번영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론리 플래닛의 공동 설립자 토니 휠러(Tony Wheeler)가 말했듯, 세상에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도시 하나 하나마다 그런 장소들을 부러워하는 소외된 커뮤니티가 여남은 개씩 있기” 때문이니까요.
유네스코 더보기 |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지속가능한 관광
세계 각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사이트에서도 유산 지정 이후 관광객 유입이 크게 늘면서 여러 고민 거리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지나친 관광객 밀집과 환경 훼손, 지역 자원 고갈 등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관광객 관리에서부터 효과적인 유산 해석 방안과 혁신적 대책 마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사와 공동으로 ‘세계유산 여행’ 플랫폼을 마련해 유럽 내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유네스코 유산 지역을 알리고 있으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유명한 세계유산인 ‘모스타르(Mostar) 구시가’에서는 지역 당국과 함께 관광 밀도를 분산시키기 위해 관광객들이 도시에 더 오래 머무르면서 더 많은 문화적 체험을 하도록 장려하는 ‘모스타르 패스’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2023년에는 도심으로 들어가는 관광 버스에서 자동으로 관광세를 걷는 전자 납부 시스템을 두 지역에 설치하기도 했고, 캄보디아의 앙코르에서는 ‘Cash for Work’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의 보트 투어 커뮤니티에서 일자리를 마련하고 관광을 분산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김보람 <유네스코뉴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