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지금처럼 초저출산이 이어지고 수명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우리 사회의 인구 구조도 더욱 급격하게 바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생애 첫 20년’에 집중된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얼마나 유효할까요? 그리고 변화의 속도가 나날이 빨라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평생교육의 개념은 어떻게 정립돼야 할까요? 이미 1970년대부터 평생교육의 개념을 이야기해 왔고, 바람직한 미래 교육을 위해 ‘교육 변혁’을 요청해 온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난 5월 17일 채재은 가천대 교수를 초청해 교육 분야에 관심 있는 직원들과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브라운백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그 내용을 우리들만 알고 있기 너무너무 아까워서😊 문답 형식으로 재구성해 여러분께 전합니다.
+ 많은 사람들이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를 우려하고 있는데요. 우리 모두가 그러한 변화의 영향을 체감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인구구조 변화는 이미 우리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도소 수형자 현황만 봐도 이를 유추할 수 있는데요. 2019년 기준으로 수형자 3명 중 1명이 50대 이상이라는 기사가 있어요. 이것이 단순히 ‘수형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끝날 문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의 교정시스템에 고령 수형자를 돌볼 의료체계 및 낙상사고 방지 등을 포함한 안전시설 확충, 70대 혹은 80대가 될 수도 있는 출소 이후의 나이를 감안한 수형자 재교육 체계의 개편 등을 요구할 거예요. 교도소의 구조와 관련 인력 배치, 운영 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죠. 교도소를 예로 들었지만 이러한 변화는 지금 우리 사회 전체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어요. 그런데도 지금 우리 사회는 아직도 오래 전에 만들어진 시스템을 거의 바꾸지 않은 채 사용하고 있어요.
+ 인구구조의 변화를 곧바로 ‘나의 일’로 체감하지는 못하는 사람이라도 인공지능(AI)의 눈부신 발전상을 보면서는 그 변화를 더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러한 부분을 우리 사회, 특히 교육 변혁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까요?
AI가 향후 50년 내에 인간의 일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65%가 넘는다는 통계가 있어요. 동시에 우리나라의 경우 60세 이상 취업자는 36만 명 증가했지만 60세 미만 취업자는 4만 명이 줄었다는 통계도 있어요. 이러한 ‘AI 기술 발달과 고령화’의 두 축이 19세기에 정립된 현재의 ‘공장형 학교제도’에 대한 재검토를 고민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거예요. 마치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하듯 모두가 똑같은 나이에 학교에 들어가서 18-20세에 다 같이 졸업하는 오래된 시스템이 과연 지금도, 미래에도 유효할 것인지 고민해야 해요. 여전히 이 연령대에 교육 예산의 80%를 쓰고 있지만, 이미 세상은 60세 은퇴 뒤에도 80세까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됐어요. 특히 현재 노년층 중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하는 50-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의 경우 대부분 여전히 너무나 건강하고, 능력 있고, 풍부한 사회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노인 세대와 완전히 달라요. 이들을 오로지 복지, 즉 ‘노인 부양’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대신에 일과 교육과 복지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여전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말하자면 ‘액티브 에이징(active aging)’을 도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평생교육 예산을 어떻게 늘릴 것이며, 이를 활용해 세대별로 어떤 교육을 제공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해요.
+ 그렇다면 현재의 공교육 체계 또한 변화를 도모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기존의 18-20세까지의 학령기를 지난 사람들을 뭉뚱그려서 생각하는 평생교육이 아니라 세대별로 어떠한 방식으로 학습을 지원할 것인지로 생각의 방향을 바꾸다 보면, 자연히 현재의 학제에 대한 고민도 새로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해요. 12년(초등 6년, 중고등 6년)으로 구성된 지금의 학제는 적절한 것일까? 대학의 역할과 유용성은 여전할까? ‘교실’이라는 장소는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할까, 하는 고민까지 나아갈 수밖에 없어요. AI의 시대가 열리면서 각 교육 단계에서 학생 간 편차는 더욱 커질 거예요. AI의 도움을 받음으로써 학습의 주도권이 교사에서 학생에게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아질 거예요. 그렇다면 차례대로 한 단계씩 밟아 올라가는 지금의 학제가 얼마나 유효한지, 학생들을 가르칠 교사 양성 방법은 이대로 좋은지에 대해서도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 새로운 교육 모델, 새로운 학제나 학교의 역할이 제시된다고 해도 교육의 공공적 역할은 여전히 중요할 것 같은데요. 공동재로서의 교육은 어디에 가치를 두어야 할까요?
이전처럼 ‘지식(knowledge)과 기술(skill)’을 가르치는 영역에서 기존의 학교 모델은 점점 그 한계를 뚜렷하게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공적인 부분에서 교육이 가져야 할 역할이란 ‘같이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게 아닐까요? 타인과 대화하는 방법, 올바른 상호작용을 하는 방법, 이런 것들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앞으로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인공지능이 가르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요. 따라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누리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을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단순히 지식을 정리하고 전달하는 일보다는 ‘개별 학생들의 고민’들을 이해하고 여기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교사가 더 늘어날 필요도 있을 거예요. 혼자 배우는 게 더이상 어려운 일이 아닌 세상에서, 교육은 공동체 활동과 공동체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새로운 고민을 해 나가게 될 거예요. 이러한 점에서 미래 교육 방향에 대한 유네스코 논의는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에 맞춰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도 한국 교육의 좌표 설정을 위한 공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