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성화봉송 루트 미리 가보기
전 세계의 스포츠 축제인 2024 파리 올림픽이 이제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왔어요. 올림픽 기간 내내 경기장을 밝히며 정정당당한 경쟁과 상호 이해의 정신을 상징할 올림픽 성화는 이미 프랑스 전국 곳곳을 돌고 있는데요. 유네스코 본부가 위치한 국가답게, 혹은 문화 강국임을 자부하는 나라답게 이번 파리 올림픽 성화는 프랑스 내에 있는 무려 30여 곳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역을 돌게 될 예정이랍니다. 그리고 7월 26일에 열릴 개막식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사이트에서 열린다는 사실! 그래서 알쓸U잡에서는 올림픽 성화가 방문하는, 우리에게 친숙하거나 혹은 새로운 프랑스 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몇 군데를 미리 살펴보았어요.
+ 4월 16일: 올림피아 고고 유적 (그리스)
모든 올림픽 성화는 고대 올림픽 경기의 발상지인 그리스에서 처음 불을 밝힌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을 거예요. 파리 올림픽 성화도 예외일 수 없는데요. 성화는 지난 4월 16일에 그리스 서부 펠로폰네소스 지역의 올림피아 고고 유적(Archaeological Site of Olympia, 1989년 등재)에서 점화됐어요. 고대 그리스 시대의 가장 많은 걸작들이 밀집해 있는 곳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유적지에는 기원전 776년부터 열린 고대 올림픽 경기의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이곳에서 불을 밝힌 성화는 지중해를 건너 5월 8일, 프랑스 남부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마르세유에 도착해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했죠.
+ 5월 18일: 프랑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
남프랑스의 아를(Arles)과 카르카손(Carcassonne) 등의 유서깊은 유적지를 거친 성화는 5월 18일에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프랑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Routes of Santiago de Compostela in France, 1998년 등재)에 들렀어요. 프랑스에서 출발해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이어지는 네 갈래의 순례길은 중세시대 수없이 많은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남아있는 곳인데요. 네 개의 길 모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길 곳곳에는 중요한 역사적 기념물들이 흩어져 있고, 이들 역시 유산에 포함됐답니다. 다음날인 19일에 성화는 지난달 알쓸U잡에도 소개됐던 프랑스와 스페인의 초국경 세계자연유산인 피레네-몽페르뒤(Pyrénées – Mont Perdu)를 거쳐 보르도 지역으로 들어섰어요.
+ 5월 31일: 몽생미셸과 만
와인의 고장, 보르도를 비롯한 프랑스 남서부 지역을 거쳐 북쪽으로 향한 성화는 에펠탑과 함께 ‘프랑스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만한 낭만적인 장소인 몽생미셸 수도원에 도착해요. 프랑스 서부 및 북서부의 노르망디와 브르타뉴 사이 해안 지대에 있는 몽생미셸과 만(Mont-Saint-Michel and its Bay, 1979년 등재)에는 조수간만의 차가 매우 심한 거대한 모래톱에 맞춰 기술적·예술적 성취를 이룬 건축물들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고딕 베네딕트 양식 건축물로 꼽히는 몽생미셸 수도원은 오래 전부터 ‘서구의 경이(Wonder of the West)’라 불리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곳이죠.
+ 6월 19일: 오랑주 지방의 로마 극장과 개선문
북서부 대서양 연안까지 올라갔던 성화는 다시 남쪽으로 발길을 돌려 프랑스 남동부의 아름다운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지역으로 들어서요. 이 지역을 관통하는 론(Rhone)강 계곡 부근의 오랑주(Orange)에는 고대 로마의 거대한 건축물들인 오랑주 지방의 로마 극장과 개선문(Roman Theatre and its Surroundings and the “Triumphal Arch” of Orange, 1981년 등재)이 잘 보존돼 있어요. 길이 103미터에 달하는 극장은 고대 로마 극장 중 보존상태가 가장 뛰어난 편으로 꼽히고, 로마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인 기원후 10-25년에 건축된 개선문에는 ‘팍스 로마나’의 성립을 기념하는 내용이 돋을새김으로 장식돼 있어요.
+ 6월 30일: 샹파뉴 언덕, 샴페인 하우스와 저장고
다시 북쪽으로 올라간 성화는 이번엔 프랑스 북동부의 샹파뉴로 향합니다. 바로 전 세계를 매혹시킨 샹파뉴 언덕, 샴페인 하우스와 저장고(Champagne Hillsides, Houses and Cellars, 2015년 등재)로 유명한 고장이죠. 프랑스의 정통 화이트 와인을 병 속에서 2차 발효시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샴페인)의 개발과 생산 과정은 농공산업(argo-industrial enterprise)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서 그 가치가 큰데요. 뿐만 아니라 시상대 위에서 샴페인을 펑! 하고 터뜨리는 것은 화해와 승리에 대한 프랑스식 스포츠의 상징적인 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올림픽 성화가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순 없겠죠?
+ 7월 5일: 르 아브르, 오귀스트 페레가 재건한 도시
노르망디 북부, 영불 해협을 바라보고 있는 항구 도시인 르 아브르(Le Havre)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극심한 폭격을 받아 도시 대부분이 폐허가 된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요. 전쟁이 끝난 후 1964년까지 이 도시는 차근차근 전쟁의 피해를 복구하면서 도시의 옛 모습을 보전하면서 새로운 비전도 제시하고자 했는데요. 이 원대한 프로젝트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 건축가 오귀스트 페레(Auguste Perret)예요. 그는 작업을 주도하면서 모듈 단위의 도시 구조, 콘크리트의 활용 등에 있어 현대적인 도시 계획의 방법론에 큰 영향을 끼쳤고, 그 결과 이 도시는 르 아브르, 오귀스트 페레가 재건한 도시(Le Havre, the city rebuilt by Auguste Perret, 2005년 등재)로서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어요.
+ 7월 20일: 퐁텐블로 궁전과 정원
12세기부터 프랑스 왕실의 사냥터로 사용된 퐁텐블로 궁전과 정원(Palace and Park of Fontainebleau, 1981년 등재)은 파리 외곽 일드프랑스 주의 드넓은 숲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어요. 퐁텐블로 궁전이 지금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6세기에 이르러서인데요. 당시 프랑스의 왕 프랑수아 1세는 이곳을 ‘신 로마(New Rome)’로 만들고자 하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고 하니, 그 화려함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아요. 당시로선 가장 ‘힙’한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양식을 받아들이고, 여기에 프랑스 예술 전통을 접목시켜 재탄생한 이 궁전의 건축 양식과 실내 장식은 이후 전 유럽의 미술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 7월 26일: 파리의 센 강변
드디어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7월 26일, 올림픽 성화는 파리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예술과 낭만의 현장, 파리의 센 강변(Paris, Banks of the Seine, 1991년 등재)에 도착하게 돼요. 센강 가운데 떠있는 시테섬의 그 유명한 노트르담 대성당과 생트샤펠 성당, 건너편의 루브르 박물관과 샹젤리제 거리와 콩코르드 광장, 그리고 퐁뇌프 다리에 이르기까지, 파리의 낭만과 아름다움을 꾹꾹 눌러담은 이곳에 마침내 성화가 도착하면서 파리 올림픽은 공식적인 시작을 알릴 예정이에요. 현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스타디움이 아닌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니! 그 새롭고도 흥겨운 분위기를 여러분께도 전해드릴 수 있기를 바라요!
알쓸U잡 더보기 |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스포츠의 미래를 고민해 볼 ‘유네스코 글로벌 스포츠 컨퍼런스’
올림픽 개막을 앞둔 7월 23-24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는 유네스코 글로벌 스포츠 컨퍼런스(Global Sport Conference)도 열릴 예정입니다. 세계 각국의 체육 관련 부처 및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석할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는 ‘게임을 바꾸자(Change the Game)’인데요. 지속가능발전이 우리 사회 전 영역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오늘날, 스포츠 또한 보다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변혁적인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 논의를 할 예정입니다. 유네스코는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사회정서적인 측면에서도 스포츠가 가져다 주는 순기능에 주목하면서 이를 극대화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 왔는데요. 정정당당하며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스포츠를 위한 「스포츠 반도핑 국제 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against Doping in Sport)」 체결, 세계 대학 스포츠의 날(9월 22일) 제정 등도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 중 일부예요. 이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스포츠의 가치를 위협하는 도핑 문제와 스포츠의 진정성에 대한 유네스코의 관점을 소개했던 『유네스코뉴스』도 한번 읽어 보세요.
김보람 <유네스코뉴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