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밤양갱’ 트렌드는 지나가고 있지만, AI 커버곡(원곡을 따라 부른 노래), 그리고 AI를 활용한 작곡 등의 이슈는 여전히 뜨거워요. 지난 4월 초, 전남도교육청이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를 홍보하기 위해 마련한 박람회 주제곡 공모전에서도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만든 노래가 1위로 뽑히기도 했어요. 이처럼 우리는 인공지능이 만들어 내는 창작물과 공존하는 시대에서 살고 있어요.
생성형 AI는 데이터와 패턴을 학습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AI 기술로, 명령어를 통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한 뒤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의 형식의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해 낼 수 있어요. 챗GPT를 통해 논문 등 글을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작품까지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이죠. 키워드만 넣어도 도쿄 도심 속을 걷는 여성의 영상을 만들 수 있고, 달리(DALL-E)나 미드저니(Midjourney), 노벨AI(NovelAI) 등 AI 이미지 생성프로그램으로 수준 높은 고흐 ‘풍’의 그림을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아직 AI를 통해 만들어낸 작품에 대한 저작권 표기와 관련해 정해진 규칙이나 법은 없어요. 때문에 4월 3일 빌리 아일리시 등이 속해있는 예술가권리연합(The Artist Rights Alliance)은 “전문 예술가의 목소리와 초상을 도용하고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AI의 약탈적 공격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개 서한을 발표하기도 했죠.
인공지능 시대, 어디까지가 예술일까요? 예술은 어떻게 인간을 연결할 수 있고, 이 속에서 문화다양성은 어떻게 존중될 수 있을까요?
유네스코는 문화와 예술분야의 교육, 그리고 AI에 관한 윤리 의제를 논의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국제기구예요. 지난 2021년에는 ‘AI 윤리 권고’를 채택하여 AI 윤리에 대한 최초의 세계적 표준을 만들기도 했죠. 그리고 3년이 지난 올해, 유엔은 인공지능(AI)의 안전한 사용에 관한 첫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는 소식이에요. 정말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AI기술을 ‘규제’는 어쩐지 겨우 겨우 따라가고 있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며 안전하고 신뢰할 있는 AI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국제사회 차원의 합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커요.
유네스코는 예술이 우리 사회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그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일이기도 한 오늘(4월 15일)을 ‘세계 예술의 날(World Art Day)’로 지정했는데요. 예술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창의성, 혁신, 문화적 다양성을 키우고 지식을 공유하며 호기심과 대화를 장려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어요. 접근성, 포용성, 평등이 보장되는 예술, 그리고 인권이 보장되는 예술을 위해 유네스코는 앞으로도 노력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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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GETHER 캘린더 세계기념일 작품 작가 인터뷰
하이퍼펜션 작가(@Hyper.pension)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2024년을 맞이하며 KT Y 아티스트와 협업해 야심차게 준비한 세계 기념일 달력! 4월 달력의 일러스트를 ‘세계 예술의 날’을 주제로 꾸며주신 하이퍼펜션 작가를 만나 그 작업 과정에 얽힌 이야기와 예술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어요.
+ 안녕하세요, 하이퍼펜션 작가님! 소개를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는 하이퍼펜션이라고 합니다. 하이퍼펜션은 ‘지구는 생명체들이 묵고 있는 거대한 펜션이다’ 라는 뜻이에요. 아주 오래 전부터 지구와 동물들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있는데, 그것을 주제로 한 이야기와 이미지를 꾸준히 만들고 있습니다.
+ 이번 세계기념일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받길 원하셨는지, 또 제작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작업에 처음 착수했을 때는 기념일마다 지정된 상징색을 작업에 꼭 사용해야 하는 점이 어려웠어요. 세계 예술의 날의 상징색으로 지정된 와인색은 평소 자주 사용하던 색도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까 와인이 예술과 닮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풍미가 더해지기도 하고, 사람을 취하게 한다는 점에서요. 낯선 색깔을 사용해 보면서 뻗어나온 이런저런 상념들을 즐기며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 예술 하면 떠오르는 사람과 오브젝트들을 중심으로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한 이번 ‘세계 예술의 날’ 작품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그림을 보고 ‘하이퍼펜션’에 대해 더 궁금해할 대중들에게 꼭 보여드리고 싶은 작품 한두 개만 소개해 주시겠어요?
+ 혹시 세계 예술의 날을 기념해 특별히 하고 싶은 행동이 있을까요?
올해 예술의 날은 평일이네요! 조금 심심한 답변이 되겠지만, 그냥 평소처럼 보낼 것 같아요.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 버터 커피를 만들고, 연필을 깎고—이 단계에서 커피 향과 연필 깎은 면의 나무 향을 들이쉰답니다!—일기를 쓰고, 외국어와 자연사 공부를 하며 오전을 보내고 있습니다.이런 행위가 제 ‘무의식의 바다’ 속을 헤엄치고 있을 작업의 재료들을 가꾸는 활동이라 여기고 있어요. 필요할 때마다 그 바다에 그물을 내려 신선한 물고기들을 끌어다 올릴 수 있도록, 예술의 날에도 그런 마음 가꾸기를 빼먹지 않을 거예요.
+ 올해 《고교독서평설》, 《1페이지로 시작하는 세계사 수업》 등의 일러스트도 작업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특정 작품이나 역사의 한 순간처럼 그려야 할 명확한 소재가 정해져 있는 경우도 있고, 세계기념일 일러스트처럼 주제만 주어지고 나머지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야할 경우도 있는데, 작가로서 더 잘 맞는 작업이 있을까요? 각각의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둘 다 재밌어요!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언제나 창작의 즐거움이 단점을 압도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하나 고르자면 최근에는 <독서평설>처럼 이야기를 이미지로 번역하는 작업에 빠져 있어요.
+ 젊은 아티스트로서 날개를 펼치고 계신 하이퍼펜션 작가님의 10년, 20년 후 모습은 어떻게 그려지길 원하시나요? 향후 목표나 계획도 궁금해요.
오래된 생각인데, 제가 가지고 있거나 가꾸고 있는 자질과 자원들이 ‘일’이라는 전쟁터에서 저를 지킬 무기처럼 느껴지곤 해요. 십 년, 이십 년 뒤에는 이곳을 전쟁터가 아니라 놀이터로 여기고 싶고, 그래서 좀 더 전문적으로 스튜디오의 형태를 갖추고 국경을 넘나들며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다루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건 ‘TMI’인데요, 노년기에는 보호구역 같은 곳에서 야생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진 동물들을 돌보며 여생을 보내고 싶습니다.지금은 동물들에 대한 애정을 작업으로만 표현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제가 가진 시간과 자원을 직접적으로 동물들을 위해 사용해 보고 싶어요.
+ 달리, 미드저니 등 인공지능이 사람의 창의적인 영역을 점점 더 침범하고 있는 요즘이에요. 예술가의 입장에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인공지능이 이미지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당연해지더라도 인간이 만드는 창작물과 성격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작품 외적으로 해석을 확장하는 것도 창작물 감상의 묘미 중 하나잖아요? 작가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사람인지, 그것이 창작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작품을 관통하는 아이디어는 언제부터 쌓아 왔으며 구체적으로 깎아 내놓을 때가 되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인지, 작중의 이 캐릭터는 작가가 어느 시절에 만난 누구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는지, 이런 궁금증을 품고 해소하는 게 저는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학습할 수는 있겠지만, 삶을 살지는 않다 보니까 이런 재미를 느끼며 인공지능의 작업물을 감상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70주년 축하 한마디 해주세요!
격변하는 세상을 살고 있는 요즘, ‘세계 평화’라는 가치가 더 무겁게 다가와요. 뜻깊은 활동이 이 땅에서도 70년이나 이어져 왔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움과 감사함을 느낍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창립 7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