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일부터 27일까지,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는 제219차 집행이사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58개 집행이사국이 참여해 유네스코의 주요 사업 및 행정 사안에 대한 제안과 심의·결정권을 갖는 기구로, 전 회원국이 참여하는 유네스코 총회와 함께 유네스코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기구로 꼽힙니다. 그간 『유네스코뉴스』를 통해 집행이사회 결과를 매번 확인하면서도 그 전후의 상황을 접할 길이 없었던 저는 주재관으로 근무하면서 보다 상세히 집행이사회의 준비 과정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을 포함해 4년을 임기로 선출된 58개 집행이사국과 유네스코 옵서버 국가 및 기구들이 참가해서 약 2주간 진행되는 이 회의는 그 기간과 규모에서 짐작할 수 있듯 준비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선 회의 준비는 날짜와 장소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하겠죠? 유네스코 규정에 따라 집행이사회 날짜는 직전 집행이사회에서 결정합니다. 통상 1년에 2회 개최하는 집행이사회는 4월과 10월에 열리는 게 관례였는데요. 최근에는 상반기 집행이사회의 일자가 매년 달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5월에, 올해는 3월에 개최가 되니 편차가 꽤 크죠? 이처럼 바뀌는 일정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회원국들도 있습니다.
2년에 한 번, 개최년도 11월에 열리는 유네스코 총회의 일정을 고려하면 집행이사회는 4월과 10월에 개최하는 것이 회원국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안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초·중·고등학교는 4월 초에 2주간 방학을 하다 보니, 자녀가 있는 파리 본부의 사무국 직원들 입장에서는 업무 강도와 추가근무 빈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4월의 회의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입니다(프랑스의 학교들은 2개월간의 여름방학 외에도 대략 6주 수업 후 2주 방학이 있다고 합니다). 회원국들도 이를 이해하고 지난번 집행이사회에서 올해 집행이사회 일자를 3월 중순으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2월 중순에는 몇몇 회원국들이 회의 일정을 다시 4월 말로 옮기자고 제안했습니다. 유네스코 전 회원국이 참여하는 총회가 끝난 게 작년 11월 말인데, 불과 4개월 만에 집행이사회를 치르기엔 사무국과 회원국 모두에게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꽤 많은 회원국들이 이 의견에 지지를 표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저는 이전 집행이사회에서 결정된 일정도 집행이사회 의장의 권한으로 변경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집행이사회 의장은 숙고 끝에 일정을 변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미 여러 회의 준비가 끝난 상태고, 뒤늦은 일정 변경은 또다른 부작용이 있을 거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날짜가 확정된 집행이사회 시작 30일 전, 의장은 집행이사국과 옵서버 국가 및 기관들에게 초청장을 이번 회의에서 다룰 의제(안) 및 일정 안내와 함께 발송합니다. 의제는 대개 유네스코 사무국이 준비하지만 회원국이 원할 경우 직접 의제를 제안할 수도 있는데요. 최근에는 회원국이 제안하는 의제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집행이사회 본회의가 열리기 3주전쯤에는 준비회의(preparatory group meeting)가 개최됩니다. 본회의 3주 전쯤 이틀에 걸쳐 준비회의를 하면서 본회의에서 하기 어려운 세부내용을 파악하고 집행의사회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준비하자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논의되는 의제 수가 늘어나면서 준비회의가 본래의 취지를 벗어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올해 2월 21일과 22일에 열린 준비회의에서는 미리 논의한 안건의 수가 좀 줄었습니다.
올해 또 한 가지 새로웠던 점은 집행이사회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개최된 부분입니다. 새로 선출된 집행이사회 의장의 제안으로 1월 29일에 집행이사국뿐만 아니라 관심있는 모든 회원국들을 초청하여 집행이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하고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단순하지만 정확히는 모르고 있었던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된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유네스코 본부 직원들의 주요 준비사항이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주제별/사업별 정보회의(information meeting)입니다. 회의를 준비하는 회의, 회의 주제와 사업 정보를 나누는 회의, 그리고 본회의까지, 유네스코에는 정말 다양한 회의가 있습니다! 이번 집행이사회를 앞두고도 유엔미래정상회의, 세계물포럼, 자원동원전략, 오픈사이언스, 언론인안전, 지질공원 등을 주제로 한 정보회의가 개최됐습니다. 때로는 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회의가 너무 많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는 유네스코가 투명성과 설명책임성을 실천하려는 노력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여러 과정과 절차를 거쳐 개최되는 집행이사회에 대해 더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유네스코 웹사이트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 물론 유네스코 뉴스룸을 통해서도 회의 결과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니 뉴스레터 구독도 잊지 마세요!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홍보강 주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