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봉한 영화 《듄: 파트 2》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은 척박한 사막 행성 ‘아라키스’. 물 한 방울 찾기 힘든 이 행성에 적응하며 살아 온 원주민인 ‘프레멘’들에게 물은 곧 생명이자 가장 희소한 자원이며, 이곳에서 살다 죽어간 모든 생명의 영혼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들은 외부에서 온 주인공 일행에게 눈물 한 방울도 절대 흘려선 안 된다고 매우 엄숙하게 경고하죠. 그 장면은 코믹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관객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지표면의 70%가 물로 덮인 행성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물은 생명이고 자원이며, 사람을 살리거나 죽일 수도 있는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에요.
물을 이용하는 지식과 물을 다스리는 기술 위에서 문명을 쌓고 번영해 온 오늘날의 인류에게도, 물은 여전히 마냥 쉽게 다가갈 수만은 없는 대상이에요. 인류가 손쉽게 접근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지구 전체 물의 0.5%에 불과하며, 지난 50년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희생자 중 70%가 물 관련 재해로 목숨을 잃었어요. 아직까지도 무려 22억 명의 사람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가 확보되지 않은 환경에서 살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은 1년 중 특정 시기에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어요. 게다가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 등으로 인해 그 숫자는 더 커질 것으로 보여요. (출처: World Water Day 2024 Factsheet)
누구에게나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 환경에서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한정된 물을 두고 이웃끼리, 인접한 지역이나 국가끼리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협력’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유네스코가 ‘세계 물 평가 프로그램(World Water Assessment Programme, WWAP)을 운영하며 유엔 기구인 ‘유엔워터(UN-Water)’와 함께 국가 간 협력과 연구를 모색하는 것도,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가 ‘평화를 위한 물(Water for Peace)’인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요. 물은 평화의 필요조건인 동시에 전제조건이죠.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자원이나 도구가 아닌 ‘인권’이에요. 우리는 물을 독점하거나 무기화하거나 악용하려는 시도 대신, 보다 포용적이며 평등한 방법으로 누구나 물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해요.
올해 세계 물의 날의 연간 주제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지렛대로서의 물(Leveraging Water for Peace and Prosperity)’이에요. 경제 분야에서 자주 보는 용어인 ‘레버리지’가 사용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깨끗한 상하수 시스템이 가져오는 이득은 그 투자 비용을 훨씬 상회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에요. 유엔워터는 위생적인 상하수도 시스템에 1달러씩 투자할 때마다 약 4달러의 보건·환경·사회적 이득이 발생한다고 보는데요. 물을 두고 발생할 수도 있는 소모적 지역 분쟁의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그 이득은 더욱 커질 거에요.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는 물 한 방울의 이 예사롭지 않은 가치, 그리고 평화와 공동의 번영을 위한 물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참여하고 싶다면, 만다라 색칠하기 등 아이들도 참여할 수 있는 활동 자료가 있는 세계 물의 날 웹사이트 자료실도 한번 방문해 보세요!
세계 물의 날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여기를 클릭해서 확인해주세요.
70GETHER 캘린더 세계기념일 작품 작가 인터뷰
아콘찌 작가(@acornzzi)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2024년을 맞이하며 KT Y 아티스트와 협업해 야심차게 준비한 세계 기념일 달력! ‘세계 물의 날’을 주제로 3월 달력의 일러스트를 그린 아콘찌 작가를 만나 그 작업 과정에 얽힌 이야기와 물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어요.
– 안녕하세요, 아콘찌 작가님!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캐릭터 일러스트레이터 아콘찌입니다. 저는 평범한 일상 속 캐릭터 ‘아콘찌즈’의 행복한 모습들을 따뜻한 색감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 세계 물의 날을 표현한 이번 작품의 콘셉트가 궁금해요.
‘깨끗한 물의 소중함’을 주제로 제가 가진 깨끗하고 맑은 색감을 자연 배경과 물방울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투명한 물이 흐르는 자연 속에서 천진난만한 아콘찌즈의 모습을 통해 보시는 분들이 물 부족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깨끗한 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도록 그려 보았어요.
–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어떤 느낌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알록달록한 색감을 아트웍에 맘껏 표현한 만큼, 그림에서 청량하고 깨끗한 느낌을 받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이번 세계기념일이 작가님께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는지요?
세계 물의 날 아트웍을 담당하고 기념일에 대해 찾아보면서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물을 낭비했던 행동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작은 실천이 자연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 물은 생명의 필수 요소일 뿐 아니라 에너지, 일자리, 기후변화와도 관계가 깊어 국제기구들은 다양한 방면에서 물을 통한 평화와 지속가능발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을 기념해 함께 하고 싶은 행동 한 가지가 있다면 제안해 주시겠어요?
우리가 매일 3번의 양치를 할 때 양치컵을 사용하면 매일 많은 양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절약한 물은 연간 나무 2그루를 심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해요. 오늘부터 생활 속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양치컵으로 양치하기 습관을 만들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 작가님 인스타그램에 다른 작품들도 소개돼 있는데요, 그 중 두어 개만 소개해 주시겠어요?
–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은요?
가장 가까운 계획은 아콘찌즈의 첫 컬러링북 출간 소식입니다. 첫 출판인만큼 열심히 원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곧 출간될 <아콘찌즈의 포근한 마을 컬러링북>을 기대해 주세요!
–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70주년 축하 한마디 부탁드려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창립 7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캘린더 아티스트로 참여하여 뜻깊은 메시지를 유네스코와 함께 전달할 수 있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평화로운 세계를 위한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활동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