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정말 빠르게 변하고 ‘대세’를 장악하는 주인공도 끊임없이 바뀌지만, 세월의 변화와 상관 없이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키는 것도 세상에는 많습니다. 라디오도 바로 그런 것들 중 하나입니다. 전파를 통해 전달되는 가장 오래된 대중매체인 라디오. 가장 오래됐다는 말은 가장 구식이라는 말과도 같은 뜻이지만, 이것을 뒤집어 보면 이 구식 매체가 최신 문명의 도구들이 작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문제 없이 작동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무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구석구석에서 라디오가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텔레비전 송신탑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서도, 일론 머스크가 빼곡하게 띄워 놓은 인공위성들이 여전히 ‘그림의 떡’인 아프리카나 태평양의 오지에서도, 민주주의를 요청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억압받는 나라에서도, 라디오는 정보와 교육과 즐거움을 전파하고 동시에 평화와 인권의 목소리를 널리 퍼뜨리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네스코는 2011년 제36차 총회에서 2월 13일을 세계 라디오의 날(World Radio Day)로 정했습니다. ‘유엔 라디오’가 설립된 1946년 2월 13일을 기념해 정해진 날짜입니다. 세계 라디오의 날의 올해 주제는 ‘라디오: 정보와 오락과 교육의 한 세기(Radio: A Century Informing, Entertaining and Educating)’인데요. 수많은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 속에서도 한 세기 이상 우리의 교육과 자유, 여가와 인권의 중요한 매개가 되어 준 라디오의 역할과 의미를 되새겨 보자는 뜻입니다.
내 목소리를 모두에게 전하고 그 누구도 중요한 정보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미디어의 본질적인 역할이라면, 라디오는 아직도 그 본질에 가장 충실한 미디어입니다. 정보통신 환경이 열악하고, 그마저도 잦은 지진과 산사태 등으로 인해 종종 끊기곤 하는 네팔에서는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백만 명이 넘는 청취자들이 전국 400여 개 이상의 커뮤니티에 있는 지역 라디오 방송국을 통해 바이러스와 방역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 가장 어두운 곳을 밝히는 등불처럼, 라디오는 오늘도 묵묵히 가장 정확하고, 가장 절실한 목소리를 구석구석 나르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라디오, 팟캐스트와 유튜브의 시대에도 ‘리스펙’ 받을만 하죠? 또다른 100년을 꿈꾸는 라디오. 오늘을 맞아 지금 주변에 있는 라디오를 한번 켜보세요.
세계 라디오의 날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여기를 클릭해서 확인해주세요.
70GETHER 캘린더 세계기념일 작품 작가 인터뷰
폴파이프 @polepipe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2024년을 맞이하며 KT Y 아티스트와 협업해 야심차게 준비한 세계 기념일 달력! 2월 달력의 일러스트를 ‘세계 라디오의 날’을 주제로 꾸며주신 폴파이프 작가를 만나 그 작업 과정에 얽힌 이야기와 라디오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어요.
안녕하세요 폴파이프 작가님,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일러스트레이터 ‘폴파이프’입니다. 제 이름 ‘봉관’을 영어로 말장난처럼 해석해서 폴파이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림도 그리고 디자인도 하고 간단한 웹툰도 그리는 등 다양한 시각 활동을 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캐릭터 디자인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세계 라디오의 날을 표현한 이번 작품의 콘셉트과 제작과정이 궁금해요.
제가 그리게 된 ‘세계 라디오의 날’ 소개 글에서 인상 깊게 다가온 문구가 있었어요. 어디에서나 메시지와 내용에 상관 없이 누구에게나 닿을 수 있는 라디오. 이 문구를 보자마자 다양한 상황에서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을 그려야겠다는 아이디어가 생겨났어요. 생각보다 떠올릴 수 있는 상황이 많았어요. 행복한 순간, 릴스하고 있는 상황 또는 위기 상황 등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 라디오가 많다는 걸 느끼면서 막힘없이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라디오를 자주 들으시는지요? ‘라디오’에 얽힌 추억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어릴적 라디오를 듣다가 좋은 노래가 나오면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빈 카세트를 녹음기에 넣고 기다리다가 라디오에서 마음에 드는 노래가 나오면 타이밍을 딱 맞춰 버튼을 누르기 위해 애쓰던 기억이 나요. (너무 옛날 사람 같은 추억이네요 ㅎㅎ) 또, 새벽에 잠이 안 오면 이어폰을 꽂고 라디오를 듣던 기억도 납니다. 새벽 방송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어요. 진행하는 분들도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방송을 했었는데, 이름도 모르는 DJ의 잔잔한 목소리에 끌려서 비슷한 시간대에 주파수를 맞추고 자주 들었던 기억도 납니다.
세계기념일 아트웍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받으면 좋을까요?
그림에 담은 다양한 순간들을 보시면서 내 주변에도 비록 자주 쓰지 않지만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 라디오가 하나쯤은 있지 않은지 찾아본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라디오를 들어본다면 더할 나위 없고요.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궁금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림에 스토리를 입혀서 소통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올해에는 제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서 가벼운 만화를 꾸준히 그려내는 게 목표입니다. 그동안 디지털로만 그림을 그려왔는데 손으로 직접 그리는 것도 목표예요. 음악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스트리밍으로 음원을 듣다가 턴테이블의 잡음 섞인 음악을 찾아듣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하잖아요? 이처럼 인공지능에게 말 한마디만 하면 원하는 그림이 뚝딱 나오는 시대에 아날로그 그림은 오히려 더욱 가치 있게 남을 거라는 생각에 실물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70주년 축하 한마디 해주세요.
2022년에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테마수업 워크북인 『교실에서 세계시민 되기』의 일러스트(사진)를 그렸어요. 그때 다양한 주제의 지속가능발전 목표들을 보면서 유네스코가 세계시민들의 안녕을 위해서 힘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 가지고 있는 환경문제에 대한 이야기에도 공감할 수 있었고요. 이번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유네스코 활동을 70년 동안 이어온 것에 놀라움과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70년간 고생하셨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더욱 힘써주세요. 늘 응원하고 저도 동참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세계 라디오의 날을 기억하기 위해 하고 싶은 행동이 있을까요?
블루투스 스피커에 잠자고 있는 라디오 기능을 깨워보겠습니다. 만약 그날 운전하게 된다면 스마트폰을 차에 연결하는 대신 라디오를 한번 켜 봐야겠어요. ‘라디오’의 날인 만큼 ‘비디오’를 하루쯤 끊어 보는 것도 도전해 볼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아아 이건 살짝 자신이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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