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지구촌 ‘유산 강국’인 진짜 이유
동티모르, 몽골, 미얀마, 베트남, 피지.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국? 바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2009년부터 문화재청 등과 공동 주최해온 워크숍을 통해 자국의 기록유산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데 도움을 받은 아시아 국가들이다. 최근 중국 서부 접경지대에 위치한 나라 키르기스스탄에서도 이 특별한 워크숍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 9월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서 진행된 ‘2014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지역 등재훈련 워크숍’이 바로 그것.
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위)와 문화재청, 유네스코키르기스스탄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워크숍에는 아프가니스탄과 방글라데시, 네팔,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이란, 중국 등 아시아 지역 8개국의 국립도서관 및 국가기록원 관계자와 연구원 등이 참가해 기록유산 등재신청과 관련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 이들 국가 중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키르기스스탄은 아직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레이 에드먼슨(Ray Edmondson) 세계기록유산 등재소위원회 위원, 루자야 아브하콘 (Rujaya Abhakorn)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 등재소위원회 위원장, 서경호 전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 등 기록유산 분야 국제전문가들이 ‘멘토’ 역할을 했다. 각국 참가자들은 이들 전문가들로부터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에 꼭 필요한 조언을 듣고, 자문 내용에 따라 각국이 마련한 등재신청서 초안을 수정·보완하는 값진 기회를 얻었다.
한위와 문화재청은 2009년 경기도 이천 워크숍을 시작으로 지난 5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및 아프리카 등지에서 매년 지구촌 이웃나라들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돕는 훈련워크숍을 개최해왔다. 일련의 워크숍을 통해 보완된 기록유산 등재신청서 가운데 5건이 실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결실을 맺은 바 있다(표 참고). 이번 워크숍을 통해 준비된 신청서들이 차후 세계기록유산의 등재로 이어질 경우, 기록유산 보호 및 지원을 통한 ‘문화 ODA(공적개발원조)’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서의 면모를 이어나가게 될 것이다.
민동석 한위 사무총장은 “아시아 지역에서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저조했던 국가들에게 이번 워크숍이 기록유산 발굴 및 보존, 세계기록유산 등재 등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네스코는 인류의 소중한 기록을 담고 있는 기록유산을 미래세대에 전수할 수 있도록 보존하고,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자 1992년부터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현재 ‘세계기록유산 목록’에는 전 세계에서 301건(2014년 9월 현재)의 기록유산이 등재되어 있으며, 아·태 지역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4개국 80건이 등재돼있다.
우리나라는 훈민정음(1997년)과 조선왕조실록(1997년)을 시작으로 직지심체요절(2001년), 승정원일기(2001년), 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2007년), 조선왕조의궤(2007년), 동의보감(2009년), 일성록(2011년),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2011년), 난중일기(2013년), 새마을운동 기록물(2013년) 등 총 11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세계기록유산을 가장 많이 지닌 나라다. 하지만 지구촌에서 우리나라가 진정한 ‘유산 강국’이라 불리는 까닭은 따로 있을 듯하다. 아마도 그 이유 중 하나는, 이웃나라의 유산을 존중하고 그 유산이 세계기록유산에 오를 수 있도록 묵묵히 돕는 ‘등재훈련 워크숍’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