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SE(유럽지역 한국학회) 총회 참가기]
“흠, 흠, 지금 목사 목소리가 생기고 있습니다!”
유창한 한국어로 발표를 하던 외국학자가 자기도 모르게 점점 격양되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내뱉은 재치 있으면서도 어색한 한국어 표현에 조용한 회의실 곳곳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침 일찍부터 계속되는 논문 발표에 지쳐 깜박 잠이 들었던 몇몇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하며 잠에서 깨기도 했다.
자유롭고 유쾌한 소통의 장
지난 7월 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지역 한국학회 (이하 AKSE) 26차 총회는 딱딱한 학술논문의 발표장이라기 보다는 이처럼 친한 동료간의 모임같은 친근하고 경쾌한 순간들이 많았다. 4일간 16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참가자들은 반갑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때로는 농담으로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학술회의를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고대사부터 K-팝까지 다양한 주제의 논문들이 4개의 방에서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청중의 수에 따라 발표 주제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한국 불교는 발표 논문 수는 가장 많았지만 청중들의 수는 많지 않았고, 이전까지는 크게 다뤄지지 않았던 한국영화, 북한 등에 대한 발표는 그와 반대로 여러 청중들의 관심 속에 진행되었다.
학자들의 세대교체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학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평화봉사단 출신의 초로의 학자들이 막 학자의 길로 들어선 젊은 학생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젊은 학자들의 참신한 발표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은 꼭 한국학 전문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보기에 흐뭇한 장면이었다.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최근 늘어나고 있지만 주변국인 중국
이나 일본에 비해 여전히 연구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강한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Korea Journal』에 큰 관심
2년마다 열리는 AKSE 회의에 『Korea Journal』담당자 2인은 십수년 만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그동안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던 해외 한국학 동향을 파악하고 양질의 한국학 논문을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주최측의 배려로 작은 홍보 부스를 운영하며 『Korea Journal』에 대해 알렸고,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Korea Journal』의 편집위원들 뿐만 아니라 여러 학자들과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Korea Journal』에 대한 한국학 학자들의 관심은 예상을 훨씬 뛰어 넘었다. 한국학 학술지 중 부스를 운영한 곳은 『Korea Journal』 뿐이었기도 했다. 회의에 참가한 거의 모든 학자들이 저널에 대해 알고 있었고, 논문 투고에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유럽의 학자들 중에는 그동안 『Korea Journal』 관계자들이 오랫동안 유럽의 한국학계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동안 외국 학자 논문게재가 많지 않았던 것을 보고 아예 투고를 포기했었다는 몇몇 학자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담당자가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전세계 한국학 학자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Korea Journal』을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의 첫 걸음으로 이번 회의 참가는 의미가 있었다. 이번 회의의 성과를 바탕으로 『Korea Journal』은 국내외 학자들의 보다 활발한 참여를 증진시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홍보강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평화발전연구소
유럽지역 한국학회 (Association for Korean Studies in Europe, AKSE)는 유럽을 중심으로 1977년 설립된 한국학 학술단체이다. 현재 400여명의 정회원을 비롯하여 유럽외 지역의 명예회원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2년에 한번씩 유럽의 한 도시를 선정해 총회를 여는데 총회에서는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논문 100여편이 발표된다.
[AKSE 회장 인터뷰]
♣ AKSE 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AKSE는 유럽지역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모임으로 Association for Korean Studies in Europe의 약자이다. 1970년 겨우 4명의 회원으로 시작되었지만 2013년 현재 400여명의 정회원과 한국, 미국 등에서 활동하는 명예회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 유럽의 한국학 연구와 다른 지역에서의 한국학 연구의 차이점이 있는가
학문적 교류와 협력이 활발한 요즈음 한 지역의 특색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다만 유럽은 전통적으로 여러 나라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배경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좀 더 다각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 이번 AKSE 26차 총회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전보다 훨씬 많은 논문들이 투고되어 심사에 애를 먹었다. 총 400여편의 논문중 이번 총회를 통해 발표되는 논문은 160편 정도이다. 학자들 뿐만 아니라 대학원생들의 논문도 엄격한 심사를 거쳤고 높은 수준의 논문이 많이 발표가 되어 만족스럽다.
AKSE 총회는 단순히 자신의 논문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만남과 토론의 장이라는 점이 중요한 부분이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연구자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깊이있는 토론을 하며 다음 연구의 방향을 잡는다. 이미 몇 개의 공동 프로젝트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Korea Journal』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의견을 들려 달라
「Korea Journal」은 대표적인 한국학 영문 저널로 잘 알고 있으며, 특히 수업시간에 많이 활용하고 있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온라인 접근성이 용이하여 특히 학생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특집호의 경우 심도 깊고 집중적인 논의를 접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다만 대부분의 저자가 한국인인 점은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해외의 한국학 학자들의 참여가 좀 더 늘어나면 좋겠다.
♣ 최근 연구 관심사는 무엇인가
이탈리아와 한국의 음식과 관련된 언어와 의사소통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연구소와 공동으로 연구중이며 앞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양국의 음식문화를 비교해 보려고 한다.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건물에도 맛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있다
다음에 꼭 한번 연구를 위해 방문하도록 하겠다.(웃음)
인터뷰 진행 / 정리: 홍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