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시민환경지도자대학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속가능발전교육(ESD) 및 훈련 활동을 증진하고 다양한 한국형 ESD 실천사례를 발굴하고자 2011년부터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프로젝트 인증제’를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매년 유네스코 ESD한국위원회 위원 및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평가단의 심사를 거쳐 ‘ESD 공식프로젝트’로 선정된 모범적인 프로그램들을 지면으로 소개합니다.
환경 관련 교육이 ‘일회성 체험 행사’를 넘어 일상 속 지속적인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은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ESD 활동이 늘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다. 2016년에 ESD 공식프로젝트로 인증받은 제천 시민환경지도자대학은 이러한 부분에서 성과를 거두며 여러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역사와 여행이 함께하는 자연 치유도시 제천’은 충북 최북단에 위치하며 삼한시대의 대표적 수리시설인 의림지와 산수가 조화로운 청풍호가 있는 청풍명월의 도시다. 이곳에서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매년 봄 무렵이면 시민들을 맞이하는 ‘시민환경지도자대학’은 지난 2002년에 환경교육프로그램으로 처음 개설됐다. 우리 지역의 환경적으로 건전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최우선 의제는 ‘시민의식과 생활양식의 전환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다. 이러한 배경 아래 제천시 ‘지방의제21’의 주요 의제 중 ‘시민환경교육과 주민참여의 활성화 및 협력강화’의 실천을 위해 개설된 것이 바로 시민환경지도자대학이다. 시민들이 환경 정보를 습득하고 체험 교육과 실습을 통해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환경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한편, 지역의 환경시책을 홍보하고 교육함으로써 지역사회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 가고자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표다.
매주 1회 3개월 과정(14주)으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2020년까지 총 26기의 과정이 진행돼 현재까지 약 1470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수료생들은 각 기수별 동아리 모임을 결성하여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2005년에는 시민환경지도자대학 총동문회를 결성해 동문회원 모두가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실천회원으로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시민환경지도자대학 참여자들은 수료와 동시에 자발적 모임을 구성하고 지역 내외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자연환경을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유지·보전하는 동시에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행정기관과 시민·단체·기업 등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본 프로그램은 일반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환경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체험과 현장 견학을 통하여 지역환경지킴이로서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료생들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지식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환경운동 실천과 시민 계도를 통한 환경지킴이 활동에 앞장섬으로써 제천 지역 전체가 쾌적한 환경으로 탈바꿈하는 데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본 프로그램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을 인정받아 2005년에 ‘지방의제21 실천 최우수사례’로 선정되어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시민환경지도자대학은 당초 통합적 환경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었지만 2005년부터 기후변화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주제로 분화되어 심화된 과정으로 개편되었다. 정규과정이 꾸준하게 진행될수록 동아리 모임의 전문성도 성장하여 2004년부터 ‘생태안내자 숲정이’가 구성되어 회원들이 환경교실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이후 꽃과 나비 탐사회, 민물고기 탐사회, 솔방죽을 사랑하는 모임도 만들어졌다. 뿐만 아니라 제천시 자연해설사 양성, 기후변화해설사 양성, 제천시 그린리더 양성, 명예환경감시원 등 테마교육을 진행하며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활동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시민환경지도자대학의 운영성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솔방죽생태공원 조성사례다. 고종 9년인 1872년에 축조된 솔방죽은 이후 도시의 발달과정에서 점차 그 역사성이 퇴화되어 가고 있었지만, 2002년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솔방죽의 공원화를 제안하고 제천시와 지속적인 토론 및 협의를 통해 2006년 충북 최초의 습지생태공원을 완성했다. 공원 조성 과정에서 솔방죽에 습지식물을 심고 정화활동과 보전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친 단체가 바로 시민환경지도자대학 수료생 모임이었다. 수료생들은 현재도 각 기수별로 생태 모니터링과 생태복원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의 성과를 인정받아 2006년에는 민관 거버넌스 우수사례로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또한 수료생 중 11명은 솔방죽 생태해설사로 위촉돼 연중 시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체험환경교육 프로그램을 150여회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성과는 지역 내에 새로운 개념의 사회공동체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2005년 결성된 시민환경지도자대학 총동문회는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후원 및 실천조직으로서 기후변화대응 거리캠페인, 환경노래개사 경연대회, 환경의 날 기념 청풍명월 그린페스티벌의 주관단체로 참여해 왔다. 매년 12월에는 ‘환경인의 밤’을 개최, 각 기수별 연중 동아리 활동 사례발표를 통한 우수 동아리 시상과 어울림 한마당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시민환경지도자대학은 그 교육과정만큼이나 수료 후의 기수별 활동 사례도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초기의 모임은 월례회를 통해 주변 정화활동을 펼치는 수준이었지만, 연차가 쌓이고 구성원들 사이에서 활동의 가치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그 영역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이러한 활동이 전국적으로 주목받은 이후에는 서귀포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안동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벤치마킹을 하기도 했다.
시민환경지도자대학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공동 관심사를 매개로 지속가능발전과 지구환경 보존이라는 구호 아래 다시 크고 작은 실천의 응집체로 다양하게 뭉쳐가고 있다. 이는 새로운 개념의 사회공동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소규모 지역사회에 새로운 시민운동의 구심점을 형성하는 좋은 예다. 더 다양한 활동 사례와 노하우가 궁금하다면, 다음 카페 ‘환경대학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이 시대 초록의 희망을 충전해 주는 시민환경지도자대학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길 권한다.
한명숙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