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소통, 균형 잡힌 인간이 되는 길
요즘은 SNS(Social Networking Service)가 대세다. 스마트폰 세대라면 가장 소통하기 쉬운 방법이 바로 SNS 활용이고 그만큼 간편한 것도 없는데, 신기한 건, 다양한 글들과 답글들을 관찰해보면 공통적으로 많이 나온 말은 ‘보자’이다. “조만간 보자” “술이나 마시면서 보자,” “언제 한 번 애들이랑 모여서 보자.” 결국 언젠가 ‘보자’는 얘기다. 그렇지만 이렇게 만나자고 온라인 상에서 말한다는 것은 실제로 별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이 자연과 소통하는 방법도 SNS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휴가철이 되면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것도, 나이 들어서 농사나 짓겠다는 신세 한탄도 (물론, 농사‘나’ 짓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도 모르는 채) 결국 자연과 소통을 하겠다는 의지만 표출할 뿐 실천하지 않는 것이다.
1883년에 태어나 100년을 산 스콧 니어링 (Scott Nearing)은 그 누구보다 자연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1972년에 처음으로 출판된 『스콧 니어링 자서전』(The Making of a Radical: A Political Autobiography)은 당시 ‘radical’이라는 단어를 스스로 쓰면서 자본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니어링은 그의 표현대로 근본주의자라 불리며 반체제적인 인물로 미국 학자들 일부에서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자로 분류되고 있다.
물론 이 책이 제목만큼 정치적인 색을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관점을 살짝 바꿔본다면 니어링이 왜 그리고 어떻게 자연과 함께 살아가게 되었는지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니어링은 매일같이 스스로 먹을 만큼 농작물을 기르고 소비한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불편하지만 산책 삼아 숲을 거닐며 땔감을 구해서 불을 피운다. 여름에는 자연에서 나오는 과일들을 따서 먹고, 겨울에는 미리 저장해 둔 음식들을 챙겨 먹고, 그날그날 자연과 사람 사이의 가치 있는 만남을 가지며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결국 니어링이 희망했던 것은 균형 잡힌 인격체를 완성하는 것이고 그 매개체로 자연을 활용하고 싶어 했던 것이다.
새장 속에 있는 새와 같이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만든 도시라는 새장 안에서 그네를 타며 이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앞뒤로 흔들며 웃으면서. 그런데 한번 문이 열리고 그 문에서 나가보려고 발을 뗄 때마다 망설이게 된다. 이 새장에서 나가면 더 좋은 곳이 있을까? 과연 행복할까? 그러나 우리의 인생을 생동감 넘치는 색깔로, 두려움 섞이지 않은 천진한 색깔로 덮기 위해선 새장 밖으로 나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빨간색으로 얼굴을 덮고, 노란색으로 우리의 몸을 에워싸고 파란색으로 추억을 지워버리는 것이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오늘날의 소통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이기적인 면이 있고,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 다만, 우린 인간이기에 결국엔 살의 냄새가, 자연의 냄새가 필요하다. 온라인상에서 서로 보자고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만남과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겠지만 살과 살을 맞대고 서로의 채취를 맡고 자연의 냄새를 온몸으로 마시는 만남을 결코 비교할 수 없다. 자연의 냄새를 좋아하는 우리들은 인간이다. 자연과 소통할 줄 아는 니어링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책속으로 간소하고 질서있는 생활을 할 것. 미리 계획을 세울 것. 일관성을 유지할 것.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은 멀리할 것. 되도록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할 것. 그날그날 자 연과 사람 사이의 가치있는 만남을 이루어 가고, 노동으 로 생계를 세울 것. 자료를 모으고 체계를 세울 것. 연구 에 온 힘을 쏟고 방향성을 지킬 것. 쓰고 강연하며 가르칠 것. 원초적이고 우주적인 힘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 계속 해서 배우고 익혀 점차 통일되고 원만하며, 균형잡힌 인 격체를 완성할 것…… p.38 |
유정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차세대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