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한일교사대화는 2000년 당시 문용린 교육부 장관과 나카소네 히로후미 일본 문부과학성 대신이 한일 양국의 우호 증진을 위해 교사 교류를 약속하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한일 교사 간 대화와 현장방문을 통해 양국의 교육현안을 이해하고 지속가능발전교육(ESD), 국제이해교육(EIU)을 기반으로 하는 유네스코 교육 이념을 확산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는 이 사업은 양국 교육부의 지원하에 유엔대학, 유네스코아시아문화센터,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일본은 2001년 한국 교사 50명을 초청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2003년 100명, 2007년 160명으로 초청 인원을 늘렸고 2009년부터는 150명을 초청하여 올해까지 한국교직원 1,551명이 방일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한국은 2005년부터 일본 교사 20명을 초청했고 2008년에 54명으로 초청 인원을 확대, 현재까지 일본교직원 342명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정소여 syjung@unesco.or.kr |
여러 해 전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동경의 어느 건널목 앞에서 잠깐, 신호 대기중이던 사람들이 들고 있던 우산을 하나 둘 접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건널 수 있도록 공간을 좁히고 내 우산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다른 사람들에게로 튀지 않도록, 우산을 접던 모습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번 일본방문에서 그 충격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는 얻은 것 같다. 그것은 바로 학교에서 배우고, 생활속에서 익혀지는 일본인의 아름다운 덕목, 상대에 대한‘배려의 마음’인 것이다. 걸음 가까이서 보니, 일본, 일본 사람들은 내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우리 조가 방문한 지역은 이시카와현 고마츠시였다. 일본의 3대 명산인 후쿠산(白山)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공기가 맑아서인지 하늘이 유난히 가까워 보이는 쾌적한 인구 11만의 소도시이다. 사방이 농지라서 주산업이 농업인가 했더니, 뜻밖에도 상공업이란다. 세계적인 중장비 생산업체인‘고마츠’제작소가 이지역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가 싶다.‘고마츠 제작소’전시관에는 머리 희끗한 이 회사의 은퇴 직원들이 방문객들,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전기의 원리, 주물 제작과정 등 과학 실험교육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시아 최다 노벨상 수상자 배출 국가, 세계적인 기업을 많이 보유한 나라, 그런 일본의 학교 안 모습은 의외였다. 1980, 90년대 우리나라의 교실모습이 흑백사진 안에 정지되어 있는 것 같았다. 손 글씨로 써 놓은 급훈, 빼곡하게 벽에 붙여놓은 게시물들. 가만히 들여다보니,‘합격,’‘소원성취’같은 문구가 눈에 띈다. 이곳도‘입시’가 문제인가 보다. 잠깐씩 둘러본 수업 모습은 오래 전 나의 세대가 학교 다닐 때 그랬을 것 같은 소극적인 모습이다. 일본 교사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교실을 들여다본다면 현란한 최첨단 테크놀로지와 거침없는 아이들의 모습에 깜짝 놀랄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방문한 일본 학교들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었다. ‘마음을 다한다’라는 기본 철학이다.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아도, ‘인류의 공영공생’이라는 거창한 단어는 몰라도, 작은 일부터 마음을 다해서 받아들이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자세야말로 일본의 교육, 나아가 일본을 받쳐주는 힘이 아닌가? 사실 잔반 남기지 않기, 쓰레기 줄이기, 빈 교실에 전등 끄기, 질서 지키기, 줄맞추기 같은 것은 얼핏 듣기에 누구나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지속하기는 힘들다. 일본의학교에는 이런 습관들이 생활속에 녹아 있었다. 스피드에 가치를 두는 우리, 겉모양에서는 일본보다 저만치 앞서가는 것 같지만 화려한 외양과 거창한 구호 속에 정작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이제는 되돌아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마음을 다하는 교육! 정작 이것이 필요한 쪽은 우리가 아닐까?
고마츠에서의‘마음교육’은 비단 학교교육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별 대수롭지도 않게 들리는 이 지역의 전래되어오는 어느 도망자 이야기를 가부키‘간친초(權進帳)’로 엮어 고마츠시와 학교가 전통을 계승시키는 데 온 마음을 다하고 있다. 애향심이 절로 우러나올 것 같다. 또한 한국 교직원을 맞이함에 있어서도 마음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겨우 반나절 학교에 머물렀던 외국인 선생님들에게 종이학과 따뜻한 메시지가 담긴 카드를 전해주고, 손 터널로 하는 인사도 모자라 떠나는 버스 따라 달려오던 진한 작별 인사! 손님에 대한 정성, 그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에 숙연해지고 만남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국제교류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교육적효과가 매우 큰 일이다. 일본 학생들은 한국 선생님들을 보고 바다건너 한국이라는 나라를 생각하고, 언젠가는 한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꿈을 꿀 것이다. 나아가 세계와 많은 문제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국제교류하면 흔히들 영어권 나라를 생각하지만, 이번 교류를 통하여 보니 우리와 유사점이 많은 일본이나 아시아 국가도 교류의 좋은 대상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츠 사람들! 막걸리를 잘하신다는 넉넉한 마음 가지신 고마츠시 교육장님, 영락없는 젠틀맨 학교교육과장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많이 연습하셨다던 이타즈시립중학교 교장선생님, 방문학교 선생님들, 순수한 아이들, 내 마음 속에 강하게 각인된 모습들이다. ‘고마츠’, ‘고마츠’하는 소리가 지금도 입가에 맴돌고, 귓가를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