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공원 시민모임 ‘평화의 씨앗’ 프로젝트
우리는 누구나 평화의 씨앗을 품고 태어난다. 내가 품은 씨앗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 씨앗을 숲이 될 나무로 키워간다. 전쟁도 평화도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유네스코의 생각처럼, 노을공원 시민모임의 ‘평화의 씨앗’ 프로젝트는 자신이 품은 평화의 씨앗을 기억하고, 씨앗은 숲을 품은 생명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내기를 바라며 옛 쓰레기 매립지를 평화의 숲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
2023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여한 영국 대원들과 함께한 쓰레기 매립지를 숲으로 만들어 줄 나무 심기 활동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遷移)숲 만들기
옛 쓰레기매립지인 난지도는 매립 종료 후 풀도 자라기 어려울 거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그곳에서 천이(遷移; 오랜 시간에 걸쳐 숲을 구성하는 식물들이 바뀌어 가는 것)가 가능한 숲을 꿈꾸며 13년째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 만들기’ 활동을 해오고 있다. 우리가 숲을 만드는 방법은 네 가지다. 직접 씨앗을 심기도 하고, 흙이 부족한 쓰레기산에 흙을 보태며 씨앗을 심기도 한다. 직접 참여가 어려운 사람은 집에서 씨앗을 키워 돌려보낼 때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안한 ‘집씨통’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고, ‘나무자람터’에서 여러 해 키운 나무를 쓰레기가 드러난 사면에 심고 돌보는 방법도 있다. 최근에는 오랫동안 숲 만들기에 참여한 ‘1천개미’들과 함께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 만들기』(2023,목수책방)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천 명의 나무 심는 개미들 천 명의 ‘개미’들이 모으고 기르는 씨앗은 토종으로 다양하게 갖추려 한다. 외래종을 배척하려는 게 아니라 내가 사는 곳에서 잘 자라는 생물을 지키면 전 지구적으로 더 다양한 생물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씨앗을 모으면 종묘상에서 팔지 않아도 우리에겐 필요한 나무를 심을 수 있고, 씨앗부터 키우면 유전적 다양성도 확보된다. 차근차근 자신의 세계를 펼치는 씨앗의 성장에서 자신의 힘을 바르게 아는 이가 가진 자애로운 자신감을 엿볼 수도 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같이 씨앗을 키워 숲을 만들 사람을 모시고 있다. ‘1천 명의 나무 심는 개미들’이 되고 싶다면 아래 홈페이지에서 참여할 수 있다. https://m.cafe.daum.net/nanjinoeul/pqvW/1980?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 만들기 책 표지
숲과 숲을 잇는 개미숲 만들기
숲 만들기는 2011년부터 매립지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미처 썩지 못한 쓰레기 속에서도 새로 심은 나무가 자리잡으며 또 다른 동식물이 살게 되고 흙이 건강해졌다. 생명의 원이 커지며 이곳저곳에 만들어진 숲의 기반은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는 동물이 씨앗을 물어 나르며 건강한 군락지가 생겼다. 그 변화를 보며 쓰레기 매립지도 천이가 가능한 숲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하게 됐다. 드러난 모습이 망가져 보인다 해도 내면에 품은생명의 힘은 훼손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도 이 땅의 겉모습에 흔들리지 말고 더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정성을 기울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천이가 가능한 숲을 꿈꾸며 숲으로 나아가는 걸음을 지도에 표시하다 보니 그 모습이 꼭 개미집처럼 보였다. 그래서 ‘숲과 숲을 잇는 개미숲 만들기’라는 별칭을 붙이고 함께 하는이를 ‘개미’라 부르기로 했다. 개인을 대상으로 매달 여러차례 이루어지는 ‘1천 개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씨앗부터시작해 나무를 심고 돌보는 법을 한 사람 한 사람 잘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모두가 나무를 심을 줄 알아야 하는 것은아니다. 그러나 나무를 심기로 선택했다면 정성을 다해야한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자신의 선택을 자각하고 정성을 기울일 수 있다면, 그렇게 씨앗이 품은 숲을 볼 수 있다면, 누구도 존재와 삶을 소홀히 여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숲이 될 나무를 씨앗부터 키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명의 힘은 사라지지 않는다
씨앗이 품은 숲과 만나려면 지속적으로 힘과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차근차근 힘을 들이고 정성을 기울여 씨앗이 품은 숲과 만나는 순간, 생명의 힘은 내가 포기하지 않는 한 결코 무력해지지 않으며, 정성의 씨앗은 반드시 그에 어울리는 결실을 가져온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된다. 스스로 참뜻을 깨달은 앎은 실천하려 애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삶의 태도가 된다. 지식이 지혜가 되는 것이다. 쓰레기산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와 마음이 만나야만 가능해지는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 만들기’ 활동으로 내가 품은 평화의 씨앗, 모두가 품은 생명의 힘을 스스로 바르게 깨닫고 조금씩 더 지혜로운 우리가 되면 좋겠다. 함께 해 준 모두에게 참 고맙다.
김성란 (사)노을공원 시민모임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