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역사교류 통해 살펴본 유네스코학교 세계시민교육
세계시민교육의 밑바탕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더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교류하는 경험을 갖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시아 지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 학생들의 견문과 세계시민의식을 높이고자 추진해 온 인천광역시교육청의 한-신남방 온라인 역사교류 사업을 통해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온라인 교류 활동의 가능성을 확인해 본다.
인천에서는 초·중·고 41곳의 유네스코학교가 각기 특색을 살린 다양한 세계시민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네스코학교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국가의 이념과 가치를 넘어 지역사회, 지구촌을 아우르는 다양한 공동체 속에서 인권, 자유, 평등, 연대 등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나아가 지구촌 사회가 겪고 있는 공통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비롯해 전 인류가 더불어 살 수 있는 공생 방안도 모색해 보고 있다.
인천광역시교육청은 자신이 속한 지역의 문제에 좀 더 관심을 두고자 하는 세계시민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동아시아시민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관문도시’이자 ‘국제도시’ 였던 인천은 동아시아의 허브 도시로 발돋움하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동아시아시민교육은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인천의 학생들이 역동적인 잠재성을 가진 동아시아의 미래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즉, ‘동아시아 공동의 문제를 파악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기름으로써 분쟁과 갈등을 넘어 평화와 공존의 동아시아 실현을 위해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시민을 양성하는 인천형 세계시민교육’이 동아시아시민교육의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교육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인천광역시교육청이 2020년부터 추진해 온 것이 ‘한-신남방 온라인 역사교류 사업’이다.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처음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던 날, 사업의 추진 방향이나 참가 학교 선정 등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해 했던 상황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일단 인천광역시교육청은 인천 내 유네스코학교 중에서 국제교류의 경험이 풍부한 인천명선초, 인천청량초, 간재울중, 옥련여고, 인천연송고, 인화여고를 대상 학교로 선정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유네스코학교 네트워크를 통해 이들 학교와 교류를 추진할 태국의 6개 학교를 매칭해 주었다. 교육부 동북아대책팀은 사업 추진에 필요한 다양한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는 한국과 태국의 학사 일정 차이로 인한 교류 일정 조정 문제, 교류 내용 선정 및 공동 수업 방식 결정 등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교육부 및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적극적인 도움 덕에 한-신남방 온라인 역사교류 사업은 인천 유네스코학교 사업 중 대표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한-신남방 역사교류 사업은 한국과 태국 간 온라인 교류를 통해 각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온라인 공동 수업을 통해 기존의 교실 중심 오프라인 수업의 한계를 넘어 신남방 국가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수업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과 태국의 참가 학교들은 학교 간 실무 협의를 통해 교류 주제를 선정하고 상대방 국가에 대한 이해를 돕는 수업을 시행한다. 토의와 토론, 프로젝트수업 등 학교 여건에 맞는 다양한 학생 활동 중심 수업과 실시간 온라인 공동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개별 오프라인 수업을 실시한 뒤 학습 결과물(UCC 등)을 온라인으로 공유하면서 다양한 국가 간 교류 모델도 개발했다. 현재 인천의 참가 학교에서는 한-신남방 역사교류에 참여하기 위한 동아리를 구성하거나 학년 단위의 교류를 통해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체계적인 교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유네스코학교의 세계시민교육 수업은 하나의 전형적인 모델에 따라 모든 학교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추진되는 것보다는 세계시민교육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개별 학교의 여건과 교육적 특성에 맞게 색깔 있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인천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한-신남방 온라인 역사교류 사업은 이러한 맥락에서 관련 기관과 교육청의 적극적인 사업 개발을 통해 유네스코학교 운영에 활기를 불어넣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수업을 통해 지구촌 공동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책임감 있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광역시교육청은 앞으로도 학생들이 지역과 도시, 국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계의 공동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지식, 기능, 가치, 태도를 함양할 수 있도록 학교별로 특색있는 인천형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할 예정이다. 한-신남방 온라인 역사교류를 통해 얻은 자그마한 성공이 평화와 공존의 지구촌을 만들어 나가는 기나긴 여정의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하며, 이 여정에 유네스코학교가 함께하길 기원한다.
이성일
인천광역시교육청 동아시아시민교육과 장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