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골마을학교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속가능발전교육(ESD) 및 훈련 활동을 증진하고 다양한 한국형 ESD 실천사례를 발굴하고자 2011년부터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프로젝트 인증제’를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ESD한국위원회 위원 및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평가단의 심사를 거쳐 ‘ESD 공식프로젝트’로 선정된 모범적인 프로그램들을 지면으로 소개합니다.
산이골마을학교는 인천 강화도 양사초등학교 학부모회에서 발전된 마을교육공동체입니다. 2017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자 학부모들이 설립한 마을공동체는 이제 마을교육공동체로 성장했고, 이곳에서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배우고 나누며 커 가고 있습니다.
강화도 최북단에 위치한 양사면에는 초등학교 하나가 마을의 유일한 교육 문화공간입니다. 전교생이 50명도 채 되지 않는 곳이라 유치원생부터 6학년까지 모두가 서로의 이름을 알고 부릅니다. 그야말로 ‘한지붕 대가족’인 셈이지요. 산이골마을학교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강화도라는 지역적인 특색을 활용한 온가족 생태동아리인 ‘갯벌탐험대’, 학원을 다닐 수 없는 지리적인 취약점을 보완하여 마을 이모가 가르쳐주는 ‘엄마공부방’, 양사초등학교만의 방과후 프로그램인 은율탈춤을 졸업 후에도 연계하여 배울 수 있는 청소년은율탈춤동아리 ‘얼쑤’, 그리고 저마다의 음색을 조화시켜 다양한 장르의 곡을 연주하는 ‘청소년 밴드’입니다.
강화도의 자랑, 갯벌 바로 알기
갯벌은 바다와 육지 사이에서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하는 아주 중요한 해양자원입니다.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자 철새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고요. 더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갯벌이 있으니 그곳에서 서식하는 생물은 무엇이고, 또 생김새는 어떠한지 직접 살피는 것이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책에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화갯벌센터와 연계하여 전문 강사와 함께 현장에서 설명을 듣고 하나하나 발견하고 만져보고 관찰하는 건 비교가 안 될 테니까요. 갯벌에 다녀온 후, 아이들은 느낀 점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해 보고, 그 결과물을 강화도서관 로비에 전시했더니 마치 자신이 작가가 된 것처럼 굉장히 뿌듯해 했습니다. 2년 전부터는 저학년 아이들 위주로 참여하여 생물 도감을 만들고 있는데, 똑같은 생물을 보더라도 아이들마다 시각이 달라서 흥미롭습니다. 갯벌에서 만난 생물을 관찰하면서 조금이나마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강화가 얼마나 멋진 곳인지 흠뻑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친구 엄마가 공부방 선생님
초등학교 졸업 후, 강화읍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한 아이들은 종종 기초 학력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아무래도 읍에서 학원을 다닌 친구들에 비해 학교 성적이 차이가 났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2017년 한 엄마가 근처에 사는 아이들 몇 명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서 수학이랑 영어를 봐 주게 되었어요. 간식도 먹고 같이 놀면서 공부하니까 아이들은 계속 오게 되고, 인원수도 늘어나니까 더는 집에서 하기가 힘들어졌지요. 그래서 다른 엄마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과목을 나누고 엄마 선생님이 많아지니 더 많은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면사무소의 배려하에 주민자치센터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시기에는 온라인 수업도 실시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인근 하점면에 산이골마을학교만의 독립적인 공간을 마련하여 현재는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정해진 요일에 따라 영어와 수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친구끼리 서로 가르쳐주는 ‘peer-teaching’을 통해 배움을 나눌 줄 아는 너른 마음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된 탈춤, 얼쑤!
은율탈춤 전수학교인 이곳을 졸업하고 나면 아이들은 어릴적 배운 우리 문화를 더는 익힐 기회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2019년 겨울,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청소년은율탈춤동아리 ‘얼쑤’를 만들었습니다. 얼쑤는 폴란드 국제민속축제에 초대받기도 했는데, 하필 당시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때문에 행사가 취소됐습니다. 그런 시기에도 얼쑤 구성원들은 연습을 쉬지 않았고 인천광역시 청소년 대표로 3년간 한국민속예술제에 참가했습니다. 지난해 충남 공주에서 열린 오프라인 경연에서는 전승상을 수상했으며, 올 3월에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의 아그리젠토에서 열린 제20회 세계어린이민속축제에 대한민국 대표로 참여하여 우리나라 고유의 멋과 흥을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왔습니다. ‘꼬레아’를 외치는 수 천 명의 관객들 속에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한껏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각자의 개성이 돋보이는 음색 맛집, 청소년 밴드
초등학교 자율 동아리에서 시작된 키즈 밴드는 중학생이 되면서 청소년 밴드로 거듭났습니다. 학부모 재능기부로 시작되었던 밴드부는 학교 동아리 시간뿐 아니라 주말에도 아이들이 각자 따로 시간을 내 연습하고 합주하는 등 남다른 열정을 보여준 프로그램입니다. 하나의 악기만 고집하지 않고 연주곡이 바뀌면 다른 악기로 포지션을 바꿔서 연주할 수 있도록 지도해준 선생님 덕분에 해마다 아이들은 다양한 장르의 곡을 접하고 시도해가며 즐겁게 연주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산이골의 자율 동아리로서 팀의 리더를 선정하고 연습곡과 연습 일정까지 스스로 소화해내고 있는 명실상부한 순수 청소년 동아리입니다. 오는 가을, 어떤 곡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지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입니다.
김혜영 산이골마을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