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게루 아오야기 유네스코 방콕사무소장이 지난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경주에서 열린 ‘유네스코국가위원회 아태지역 총회’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이에 『유네스코뉴스』는 취임 5개월째를 맞는 신임 소장과 함께 지역사무소 비전과 유네스코 각 주체들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네스코 방콕사무소(이하 방콕사무소)는 그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유네스코 네트워크와 긴밀한 협력을 해 왔습니다. 신임 소장으로서 갖고 계신 포부나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저는 늘 방콕사무소를 보면서, 이곳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특별한 것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 전임 소장들의 훌륭한 리더십과 구성원들의 헌신 덕분입니다. 제가 소장직을 맡은 지 다섯 달이 되었습니다. 인도 뉴델리와 카불에서, 그리고 일본의 교육 관련 분야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는 전지구적인 본부의 관점과 더불어 우리 지역에 맞는 다양한 비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사무소 구성원들과 함께 ‘아태 지역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누리고 만들어가자’라는 새 비전을 수립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문화적으로 대단히 다양하기 때문에,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learning to live together) 세계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을 갖는 것을 강조하는 유네스코의 활동이 특히 큰 의미를 갖는 지역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사회가 분열되고 분쟁과 폭력이 발생한다는 것을 우리는 숱하게 보아 왔습니다. 따라서 저는 평화란 단순히 폭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이상의 적극적 활동이어야 한다는 유네스코의 정신을 이곳에서 구현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평화, 교육, 지속가능발전, 대화 등의 가치를 구현한 여러 활동을 포괄하는 ‘아시아에 평화를’(Peace@Asia-Pacific)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현재 ‘전략적 변화’(Strategic Transformation)라는 이름으로 여러 개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혁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지역사무소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현재 개혁 방향은 2030 어젠다의 틀 내에서 회원국들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충족하도록 유엔 시스템과 기능을 개편하고, 회원국들이 개발 과정의 ‘운전자’가 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개혁은 생각보다 더 빨리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유네스코는 유엔 기구 전반의 재구성 과정에서 보다 명확한 역할과 신뢰성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방콕사무소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본부를 비롯해 각국 위원회와 지역센터, 여러 네트워크들을 포함한 유네스코 가족들은 한 마음으로 유네스코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애써 왔지만, 한편으로 각 주체 간 커뮤니케이션이 아주 원활했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유네스코의 모든 구성 주체 간 파트너십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국가 및 지역별 사업이 보다 조화롭게 진행되도록 하는 한편, 대외적으로 명확한 ‘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이번에 경주에서 처음으로 열린 아태지역 국가위원회 총회 역시 그런 맥락에서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방콕사무소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 4번(SDG4)의 실행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주요 사업에 대해, 그리고 한국과의 협력에 대해 말씀해 주실 부분이 있으신지요.
방콕사무소는 ‘교육 2030플러스 지역 주제 워킹그룹’(Regional Thematic Working Group on Education 2030+)을 유니세프와 함께 운영하면서 이 지역에서 SDG4-교육 2030 시행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2015년부터 매년 해당 사안에 대한 진행 상황을 검토하고 조언하는 ‘아태지역 교육 2030 회의’(Asia-Pacific Meeting on Education 2030+, APMED 2030)를 중요한 활동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 7월에 SDG 4.3 및 4.4 목표를 주제로 4차 회의를 열었고, 내년 5차 회의에서는 4.1과 4.6 목표를 다룰 예정입니다. 이 밖에도 방콕사무소는 국가별 교육 분야 정책 수립을 위한 기술 지원, 사업 모니터링을 위한 가이드, 지역별 고위 교육 당국자 정책 포럼 구성, 교사 역량 강화, 재정 확보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각국의 관련 기관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SDG4 달성을 위해 한국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SDG4 관련 사업에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의 교육 전문가들로부터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매년 KEDI-UNESCO 세미나를 개최해 지역 내에서 SDG4가 갖는 의미와 교육 정책 관련 이슈를 논의하는 한편, SDG4-교육 2030 모니터링을 위한 기술 모듈 개발을 위한 전문가 그룹에서도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전문가들은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역시 아태지역 SDG-교육 2030 운영위원회(SDG-Education 2030 Global Steering Committee)의 세 대표국 중 하나 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위원회 및 각국 위원회가 역할을 다하기 위해 협력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유네스코에서 각국 국가위원회는 유네스코의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평가하고 개선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번에 우리가 경주에 모여 논의한 바와 마찬가지로, 각국 위원회뿐만 아니라 전 유네스코 가족들은 유네스코의 이상을 구현하고 그 활동을 더 알리기 위해 서로 소통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 에서 방콕사무소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보여준 리더십과 지역 내 협력 강화를 위한 기여에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국가위원회 간의 이같은 소통의 장이 정례화 될 수 있기를 바라며, 한국위원회를 비롯한 각국 위원회가 유네스코의 여러 프로그램에 더 많이 참여하고 관심을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방콕사무소 역시 그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