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발간하는 한국학 영문 학술지 (코리아 저널) 2016년 겨울호(56권 4호)가 지난 연말 발간되었다. 이번 호에도 엄정한 심사를 거쳐 구한말 한-일 조약과 협정 조작 사례, 중앙아시아 한인들의 ‘고본지’ 를 다룬 논문 등 다섯 편이 실렸다.
먼저, 이태진의 논문은 강제로 체결된 1904년 2월 한일의정서부터 1910년 한일병합조약에 이르는 모든 조약과 협정이 표준 형식과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각종 조작의 사례를 살펴본다. 박찬승의 논문은 1920년대 완도군 소안도에서 전개된 항일민족운동의 조직적 전개과정과 주요 사건들을 살펴보면서 특히 소안면의 두 마을에서 유독 희생자가 많이 발생한 사유를 분석한다. 최기숙의 논문은 그리스 비극을 토대로 만든 창극 <메디아>의 형식적 구성과 미학을 분석하면서 한국의 전통적 공연 장르인 창극이 그리스 비극과 만났을 때 어떤 문화횡단적/역사횡단적 실험이 이루어지는가를 살펴보고 이를 한국 전통예술의 현대화/세계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한다. 게르만 김과 김영진이 공동 집필한 논문은 소위 ‘고려사람’으로 불리는 중앙아시아의 한인들의 (구)소련 경제 시스탬 내 생활상과 그들의 언어 및 문화를 다뤘다. 참고로 고본지란 과거 소련에서 이루어진 독특한 임차농업방식을 말한다. 과거 소련의 토지는 모두 국유지였고, 농부들이 열심히 일해야 할 동기가 별로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본지’방식은 농장의 땅을 임차해 농사를 지어 추수 후 계약된 양의 농산물을 농장에 떼어주고, 고본지 작업조가 초과로 생산한 농산물을 시장에 내다팔아 사적인 이윤을 남길 수 있었다.(출처: 러시아포커스) 논문은 이 독특한 형태의 임차농업방식이 그들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가를 살펴본다.
끝으로, 김종수의 논문은 일제 식민시기 한국의 문학시장에 도입된 저작권법이 작가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이나 한국 현대문학의 발전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명목상의 법적 장치에 불과했으며, 저작권은 오히려 발행인의 경제적 이익을 보장하는 ‘판권’이라는 개념에 종속되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