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0호] 기고
최근 한국사회에서 다양성에 대한 여러 논의가 사회적 의제로 제기되었다. 한국사회의 집단주의적 획일성이 가져온 효율과 속도에 대한 성찰, 이념과 정치에 근거한 억압과 배제에 대한 반성, 타인에 대한 종교와 신념, 가치의 강요에 대한 우려가 전에 없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우리의 미래 사회 모습을 그려낼 ‘4차 산업혁명’ 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역시 다양성 의제를 제기하고 있다. 창의와 융합의 시대에는 다양성이야말로 창의성의 원천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유네스코에서 채택된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은 국가 간 무역협정에서 문화상품의 예외성을 인정함으로써 문화산업 분야의 다양성 증진을 촉진하고, 국제사회가 연대하여 문화다양성을 증진시키자는 실천 약속이다. 유네스코 본부는 이 협약에 따라 12월 12일부터 15일까지 제11차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 정부간위원회(이하 정부간위원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정부간위원회는 2017년 6월에 개최된 제6차 당사국총회에서 논의된 쟁점들을 검토하고, 사무국으로부터 문화다양성협약의 확산과 이행 노력의 경과를 보고받고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한국은 지난 제6차 당사국 총회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위원국으로 중국과 함께 신규 선출되었기에, 이번 회의가 위원국으로서 첫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정부간위원회에는 25개 위원국 대표단, 옵서버로 참석한 당사국 대표단, 시민사회 활동가 등 250여 명이 참가했다. 회의 주요 내용은 협약 사무국과 시민사회의 활동보고, 사무국의 향후 활동계획 논의, 문화다양성기금(IFCD) 지원 프로젝트 선정 보고 및 승인, 국가별 정기보고서 제출에 관한 논의 등이었다. 오드리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2018 글로벌리포트> 발간 행사에 직접 참여하여 문화다양성협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협약의 실천과 확산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번 회의에서 주목할 점은 문화다양성기금의 확충과 이를 통한 지원 사업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컸다는 사실이다. 의장을 맡은 페르난도 그리피스 파라과이 문화장관은 회의 중에 문화다양성 관련 한국이 그간 추진해 온 활동과 향후 계획에 많은 관심을 표명했으며, 사무국 역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비준 확산과 문화다양성 기금 사업 참여를 한국이 이끌어 나가길 기대했다. 또한 디지털 환경의 급속한 성장과 변화를 문화다양성협약의 실천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향후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다양성 보호와 증진 의제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숙제일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과제다. 따라서 이번 정부간위원회는 한국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위원국으로서 이를 주도해 나갈 지도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주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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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건수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한건수 교수는 한국문화인류학회 이사와 한국이민학회 이사, 한국 국제이해교육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다문화사회와 관련한 연구 및 교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