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관이 만난 사람 – 유네스코 기록유산팀 신필립 연구사
유네스코의 기록유산팀은 기록유산의 안전한 보존과 접근 보장을 통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사업, 즉 ‘세계의 기억’(Memory of the World)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소속의 기록 전문가로서 현재 유네스코 기록유산팀에서 파견 근무중인 신필립 기록연구사를 만나 보았다.
— 반갑습니다. 먼저 연구사님께서 몸담고 계시는 유네스코 기록유산팀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기록유산팀은 현재까지 432건의 세계기록유산이 등재된 ‘세계의 기억’ 프로그램의 등재 업무를 맡고 있고, 기록유산의 안전한 보존, 접근성 강화 및 인식 제고를 위한 사업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1992년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의 30주년을 기념하는 해로, 오는 10월 27일부터 11월 5일까지 유네스코 본부에서 개최될 전시회와 심포지움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지난 몇 년간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파견 근무를 오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소속된 국가기록원은 모든 정부 부처부터 공공기관까지 대한민국 공공영역에서의 기록관리를 책임지는 기관입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은 기록문화 전통이 있는 나라고, 여기에 현대적인 기록관리 체계와 시스템이 더해져 많은 나라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국가기록원은 이런 한국의 기록관리 사례를 다른 나라와 공유하며 세계 기록관리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데, 저도 해외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기록관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다른 나라와의 기록문화 교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유네스코 기록유산팀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기록전문가로서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더불어 배울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 파리행을 결심했지요.
— 한국은 기록유산 분야에서 유네스코 직지상, 신탁기금 사업, 카테고리2센터 협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사무국 내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클 것 같습니다.
세계기록유산 분야에서 좀 더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한국이 제안하고 2004년에 만들어진 유네스코 직지상은 매 2년마다 기록유산 보존과 접근성 강화에 기여한 개인·기관에 수여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한국 국가기록원은 2018년부터 유네스코 신탁기금 사업을 통해 위기에 처한 기록유산의 보존과 디지털화를 지원하고 있고, 2019년에는 국제기록유산센터(International Center for Documentary Heritage)라는 유네스코 카테고리2센터를 설립해 기록유산 연구와 역량강화, 중요성 인식제고 등의 분야에서 유네스코 및 관련 기관과 협력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사무국도 한국의 이러한 활동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협력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 파견 근무를 통해 이루고 싶은 특별한 포부도 있을 것 같아요. 남은 기간 동안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국가기록원은 올해부터 유네스코 신탁기금 사업의 일환으로 아프리카의 대표적 지성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아마두 함파테 바(Amadou Hampate Ba)1의 기록물을 보존·강화하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이 사업을 차질없이 운영해 한국이 유네스코와 더불어 아프리카의 기록유산 분야 발전에 기여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에는 높은 전문성을 가진 유능한 기록전문가가 국가기록원뿐만 아니라 여러 기관에 많이 있는데요. 이분들이 세계 무대로 더 활발히 진출하는 디딤돌 역할도 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유네스코의 기록유산 분야나 정보통신 분야 전반에서 한국이 앞으로 더욱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유네스코는 기록유산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와 다양한 언론과 언론의 독립성 보장, 정보에 대한 보편적 접근과 디지털 기술을 통한 포용적 지식사회 구축 등의 정보·커뮤니케이션 분야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록유산 강국이자 정보통신 강국이기도 한 한국이 앞으로 정보에 대한 보편적 접근과 포용적 디지털 사회 구축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한국은 기록관리 시스템을 비롯한 각종 정보 시스템을 기반으로 공공분야에서 디지털 정부를 실행하고 있고 이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도 많습니다. 따라서 기록 ‘유산’뿐만이 아니라, 매 순간 생산되고 활용되고 있는 기록과 정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한국의 경험 역시 다른 나라에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고, 세계의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도 한국이 기여할 부분이 매우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시연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