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관 서신 / 김환식 교육부 파견 국장
유네스코 사무국에는 교육, 과학, 문화,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인사와 행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기구 공무원으로서 활약 중인 한국인들이 많다. 2020년에는 세계 속의 한국인이자 국제기구 공무원으로서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을 주재관이 차례로 만나 그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2년 간의 파리 근무를 마치고 오는 3월 한국 귀임을 앞둔 김환식 교육부 파견 국장을 만나보았다.
바쁜 연말연시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국장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유네스코 본부에서 근무하게 되셨는지요?
2년 전 교육부의 유네스코 신탁기금사업(Better Education for Africa’s Rises, BEAR 프로젝트) 담당을 위한 유네스코 본부 파견 권유를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유네스코를 좋아하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아태국제이해교육원과도 협력했었기 때문에 유네스코 본부까지 모두 경험하며 전문성을 쌓고 싶다는 생각에 이를 수락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개발협력방식과는 다른 한국만의 방법에 대한 생각도 정리해 보고 싶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교육 철학도 유네스코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데, 1997년에 유네스코가 발간한 『배움: 그 안의 보물』(Learning: the treasure within)이라는 책은 교육에 대한 고민이 생기면 수시로 읽으며 아이디어를 구했던 책입니다. 학위논문도 유네스코의 교육권 논의에 기반을 둔 학습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BEAR 프로젝트와 함께 다른 한국의 교육 지원 사업들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2단계 BEAR 프로젝트는 한국의 지원으로 2017년에 시작하여 2021년에 종료되는 5개년 사업으로, 총사업비가 미화 1천만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신탁기금 사업입니다. 아프리카의 직업교육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앞서 보츠와나, 말라위, 콩고민주공화국, 나미비아, 잠비아에서 진행된 1단계 사업의 후속지원과 함께 동아프리카 지역의 5개 국가(에티오피아, 케냐, 마다가스카르, 우간다, 탄자니아)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외교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도 교육 분야 한국의 신탁기금 사업을 하고 있는데, 주로 아프리카와 여성이라는 유네스코의 두 우선순위 영역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직업교육과 정보통신기술(ICT) 교육 등도 주요 사업 주제들입니다.
사업 규모나 종류 면에서 볼 때 교육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상당히 높을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도 이를 체감하시는지요?
유네스코 사무국 내에서만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 방문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국제기구에서 한국의 활동방식, 그리고 다자간 개발협력사업의 방식에 좀 더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일본, 그리고 유럽연합이라는 주요 공여국들 사이에서 한국이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에 대한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유네스코의 본질적 기능은 규범 제정 역할입니다. 한국은 지난 수십여 년간 유네스코의 여러 영역에서 규범 발전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우리의 정책 변화가 저개발국들이 각 발전 단계에 맞게 유네스코의 규범을 이행하는 데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다른 공여국과 달리 한국은 식민지 통치 경험이 없고 원조 수혜국으로서 유네스코와 협력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인본주의적 가치에 기반한 대가없는 자발적 기여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봅니다.
유네스코와 함께 하신 지 벌써 20여 년이 되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1997년부터 1년간 유네스코 방콕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여러 생각의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당시 방글라데시 출장 중 4일간 호텔비로 400달러를 썼는데, 나중에 그것이 당시 방글라데시의 1년 평균소득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호텔 밖에서 목격한 아비규환과도 같은 거리의 모습 역시 제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남에게 도움을 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이후 제 수입의 일정부분을 기부하겠다고 생각했고, 지금까지도 유네스코한국위원회를 포함해 여러 단체에 후원금을 내며 그 철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 생각들이 지금 유네스코 본부까지 저를 이끈 것이 아닐까 합니다.
끝으로 2020년 유네스코 가입 70주년을 맞은 한국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지요?
현재 유네스코는 국제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한국이 조정자로서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이야말로 유네스코의 탄생과 가장 잘 어울리는 국가입니다. 한국이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성장한 만큼 저개발국들에게는 대표적 모델로서 충분히 영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도덕적 권위 역시 한국이 인본주의적 가치에 기반한 유네스코 협력 전략을 실행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의 많은 활동을 기대합니다.
김지현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