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보는 유네스코와 한국
총 16장, 746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구성된 『유네스코 한국총람』은 제1장에서 한국의 교육·과학·문화의 형성과 발전에 관한 역사적 배경을 다룬 데 이어 ▲종교·민속 ▲언어·문자 ▲교육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학 ▲미술 ▲음악·무용 ▲연극·영화 ▲체육 ▲홍보 ▲도서관·박물관 ▲고적·천연기념물·관광 순으로 각 분야를 상세히 다뤘으며, 마지막 장에는 국제 교육·과학·문화 현황을 담았다.
1950년대 한국은 세계인들에게 낯선 동방의 작은 나라였다. 한국전쟁 참전국들 사이에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로 알려졌을 뿐, 해외에 한국 관련 서적이 거의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1954년 창립과 함께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그 첫 작업이 『유네스코 한국총람』(이하 한국총람)의 간행이었다. 당대 최고의 학자 200여 명이 한국의 교육·과학·문화를 집대성해 편찬한 이 책은 3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1957년 5월 발간됐다. 뒤이어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국문판의 내용을 토대로 문헌과 자료를 보충한 영문판 제작에도 나섰다. 200여 명에 달하는 집필자와 번역자가 참여하고 4000여만 환(추산치 약 1억6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이었다. 2년여의 산고 끝에 1960년 950쪽 분량으로 간행된 영문판 『UNESCO Korean Survey』는 유네스코 83개 회원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도서관에 배포되어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편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UNESCO Korean Survey』는 유네스코 본부에 지원을 신청한 일본 등 12개국의 국제 문화 교류 출판물들과 경합한 끝에 국제 상금(장려금) 2천 달러를 획득했다. 그만큼 영문판 『한국총람』의 국제적 문헌 가치가 높았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