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방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평화예술 홍보대사
2014년 11월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평화예술 홍보대사로 위촉된 음악인 양방언은 벌써 5년째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위)와의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3월에 방영될 KBS 다큐멘터리 ‘아리랑 로드’를 통해 다시 시청자를 찾을 양방언 대사를 『유네스코뉴스』가 만나 보았다.
먼저 지난 5년간 언제나 적극적으로 한위 사업에 관심을 가져주신 데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평화예술 홍보대사로 활동하신 소회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저는 신기한 인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2015년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도 했고, 2013년에는 제주 해녀박물관의 의뢰를 받아 새롭게 해녀의 노래를 만든 후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으니까요. 그 오랜 만남을 통해 저는 항상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행사를 함께하는 사람들과 스태프들은 물론, 여러 방면에서 도와주시는 사람들의 열의나 그 자세를 보고는 제 마음도 움직여서 자연스레 유네스코의 일에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것이 지금의 인연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인간의 마음 속에 평화의 방벽을 쌓고자 하는 유네스코로서는 끝까지 양 대사님을 놓아드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웃음). 대사님의 음악 전반을 관통하는 문화 간 교류, 인간애, 평화의 가치는 그만큼 유네스코의 비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새 노래를 구상할 때 이런 부분을 특별히 염두에 두는 편인지 궁금합니다.
기분 좋은 말씀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음악을만드는 계기나 상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영상 작품이나 큰 이벤트 등, 음악을 만드는 테마가 원래부터 정해져 있는 경우입니다. 그 경우에는 작품이 나 테마를 위해서 음악을 만들어 갑니다. 다른 하나는 아무런 얽매임 없이, 그때그때 떠오르는 이미지나 마음가짐, 때로는 풍경이나 여러 가지 것들을 통해 음악을 만듭니다. 솔로 작품의 경우에는 후자가 대부분입니다만, 의도적으로 아무 것에도 구속받지 않고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 음악에서 문화 간 교류, 인간애, 평화의 가치가 느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기쁩니다. 때로는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런 가치를 의식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작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감정이나 기분을 바탕으로 할 때 제 음악의 힘도 비로소 형태가 갖춰진다고 생각합니다.
3월에는 중앙아시아의 강제 이주 고려인들을 다룬 KBS 다큐멘터리 ‘아리랑 로드’를 통해 시청자와 만날 예정입니다. 아리랑을 변주해 만든 테마곡 ‘디아스포라’(Diaspora)를 소개하며 “나 역시 와닿는 게 많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대사님께 아리랑은 어떤 의미일까요?
‘아리랑 로드 디아스포라’라는 타이틀이 제게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 역시 디아스포라(민족이 자의든 타의든 원래 살던 땅을 떠나 이동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의 일원이니까요. 아리랑 선율들이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연주하고 작곡할 때마다 느끼고, 또한 시시각각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에게 아리랑이란 때로는 슬픔을 달래 주기도 하고, 힘과 용기를 주기도 하며, 다양하게 변화하여 항상 곁에 있어주는 존재이자 우리를 넓게 포용해주는 어떤 것이 아닐까 합니다.
2018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으로서 그 누구보다 바쁘게 지난 한 해를 열었고, 이후 한반도에 불어온 평화의 훈풍도 가까이서 지켜보셨습니다. 대사님께서는 매년 ‘유토피아’를 주제로 한 해 공연을 마무리하고 계신데, 정말 ‘한반도의 유토피아’ 역시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한반도의 유토피아. 그 말만 들어도 매우 마음이 설렙니다. 제 부모님의 고향 사이에 놓인 경계선이 사라지고 그것이 우리들의 유토피아가 되는 날을 맞는 것은 저의 비원이기도 하고 목표이기도 합니다. 제 작품 중에 ‘드림 레일로드’(Dream Railroad)라는 곡이 있습니다. 바로 경의선 철도 이야기를 듣고 만든 곡이기에 요즘 이 곡을 콘서트에서 연주할 때마다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한반도의 유토피아가 실현될 때를 위해 특별한 ‘유토피아 공연’도 생각해 두는 편이 좋을까요?(웃음)
최근 한일 양국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인데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는 예술인으로서 이렇게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기 위해 어떤 것을 제안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사실 음악인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하면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많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입니다. 저의 음악은 대부분 연주곡(instrumental music)으로 가사가 없습니다. 가사가 없기에 언어라는 민족이나 국가를 상징하는 상징물로부터 해방되었다고 할 수 있죠. 이런 연주곡은 자유도가 높고, 언어를 초월하여 공감대를 얻기 쉽기 때문에 다양한 경계를 가볍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음악이라는 문화를 통해 양국이 좋은 공감대를 쌓을 수 있는 공통분모를 키워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적지 않은 기대와 희망으로 2019년을 연 『유네스코뉴스』 독자들과 팬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이 전해 주시는 관심과 응원은 교육지원사업 등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활동에 큰 힘이 됩니다. 저 역시 앞으로도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함께 의미 있는 활동을 많이 해 나갈 생각입니다. 부디 여러분도 함께 참가해 주세요. 더 많은 부분에서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유네스코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