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브릿지 컨퍼런스 발제문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교육부의 후원으로 개최한 ‘2021 브릿지 컨퍼런스’(현장스케치 기사 참조)의 다섯 번째 세션의 주제는 ‘평생교육에서 바라본 비형식교육의 역할과 미래’였다. 해당 세션의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데이비드 아초아레나 유네스코 평생학습원장의 연설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1990년 이후 유네스코의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이 주목받으며 세계 각국,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초등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우선적인 과제로 삼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따라 정규 교육 체계를 보완하거나 보충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방식을 포함하는 비형식교육에 대한 관심은 다소 주춤한 경향을 보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교육 접근성과 학습 성과 차원의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주요 방안으로서 비형식교육의 잠재력에 관한 관심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비형식교육은 ‘정규 교육과 연관이 없거나 반대편에 있는 교육’의 개념이 아닌, ‘한평생 이어지는 지속적 학습의 필수 구성 요소’로서 유네스코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교육 의제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한 전례 없는 수준의 교육 차질은 각국 정부로 하여금 다양하고 적절한 대체 교육 방식을 모색하게 했다. 그 결과 새로운 원격학습의 시대가 앞당겨지면서 이제는 정규 교육과 비형식교육의 경계가 그 어느 때보다 모호해진 상황이다. 동시에 이러한 원격 및 온라인 학습으로의 급격한 전환은 국가 및 계층별 학습 기회에 대한 접근성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기도 했다. 2019년 기준으로 인터넷에 대한 접근성이 없는 인구는 전 인류의 46.4%에 달하며, 그 안에서도 남녀 간, 연령 간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공평하고 포용적이며 유연하고 혁신적인 학습을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 세계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네스코는 비형식교육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교육을 아우르는 개념 체계이자 구성 원리로서 평생학습을 민주적이고 정의로우며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 건설에 필수적인 요소로 보고 있다. 평생학습이 모든 교육 단계에서 세대간, 문화간 학습을 강조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과 평화, 지속가능성에 대한 학습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평생학습은 형식, 비형식, 무형식 등 모든 종류의 학습 방식을 포괄하기 때문에 폭넓은 학습 요구와 필요도 충족할 수 있다. 이러한 평생학습은 근본적으로 비형식교육을 의미한다. 평생학습 정책은 모든 개인에게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하위부문과 단계를 포함하는 총체적이고 전반적인 접근방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마찬가지로 사회와 경제의 디지털화, 기후변화와 고령화 등의 문제도 미래 비형식교육의 중요성을 부각한다. 정규 교육과 훈련만으로는 이러한 요구와 변화에 대응할 수 없으며, 특히 소외계층에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과 성인, 그리고 빠르게 증가하는 노인 인구에 평생학습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 주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하고 학습자 중심적이며 다양한 학습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비형식교육이 필요하다. 실제로 30년 전부터 시작된 교육과 학습의 기술 접목이 코로나19 이후 비약적인 진전을 이루면서,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전 연령대의 학습자가 온라인으로 다양한 학습 자료를 얻거나 강의를 듣고 있으며, 제공되는 언어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의 접목은 앞으로 더욱 확대되고 다각화·최적화될 것이며, 그만큼 미래의 비형식교육은 아주 저렴한 가격에, 혹은 무료로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학습 기회가 증가하고 다각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각국은 교육 수료를 인정하고 검증하며 인증할 수 있는 새로운 체계와 도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행 교육 인증 체계는 여전히 정규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비형식교육의 인정과 검증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학습자는 가장 취약한 학습자이므로 이와 같은 변화는 교육과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비형식교육과 무형식교육을 인정하고 검증하는 체계의 발달은 지식과 기술에 대한 개인의 접근성을 높여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는 오늘날의 환경에서 노동시장이 원활히 작동하는 데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다가오는 미래에 모든 학습자, 특히 비형식교육에 있어 디지털 역량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미래에도 학습자가 ‘소프트 스킬’의 역량을 기르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총체적인 인간 개발을 위한 역량을 뜻하는 소프트 스킬에는 비판적 사고력과 혁신적 사고력, 대인관계 기술(소통 기술, 조직 기술, 팀워크 등), 자기관리 능력(자제력, 적극성, 끈기 등), 글로벌 시민성(포용성, 개방성, 다양성 존중, 문화적 이해 등), 미디어 및 정보 문해력(정보를 찾고 접근할 수 있는 능력, 미디어 콘텐츠를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 등)이 포함된다. 이 역량들은 사람들이 지식을 공유하고 주변 환경을 인식하며 정보에 기반한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하고 모순과 불확실성의 상황 속에서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것이며, 이는 모두 정규 교육만으로는 개발하거나 향상할 수 없는 능력이다.
모든 위기는 변화의 기회를 동반한다. 현재 우리는 코로나19 라는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종합적인 교육과 학습 생태계를 마련하는 데 필수적 요소인 비형식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고 있다. 오늘날 비형식교육은 평생학습을 통해 현존하는 도전과제에 대응하고자 하는 모든 학습자의 필수 동반자가 됐다. 비형식교육을 하나의 ‘임시방편’이 아닌 평생학습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로 바라볼 때, 또 비형식교육의 핵심적이고 더욱 확대되는 역할을 똑바로 인식할 수 있을 때, 학습 생태계는 현존하는 도전과제에 대응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데이비드 아초아레나 (David Atchoarena) 유네스코 평생학습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