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에서 온 편지
예전 한국의 중고등학교에서는 ’OO회 졸업생 OOO, OO고시 합격!’이라는 현수막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학교 졸업생들이 중요한 시험을 통과했다는 사실은 학교 입장에서 예나 지금이나 큰 보람일 겁니다. 지난해 말 잠비아에서는 두 군데서 동시에 국가공인자격증 시험이 치러졌는데요, 현지 사람들의 시험 결과를 받아든 최현정 프로젝트매니저 역시 커다란 현수막이라도 걸고 싶은 심정이었나 봅니다. 기쁨이 여기 한국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던, 그 경사스런 편지 내용을 여러분께 전합니다.
지난해 11월 22일,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 서 130km 정도 떨어진 남부지방의 한 컴퓨 터 학교와 네가네가 지역학습센터(CLC)에서 는 서로 다른 이유로 비슷한 긴장감이 느껴지 고 있었습니다. 바로 브릿지잠비아프로젝트 가 지원한 ‘ICT연수’ 및 ‘재봉교실’에서 동시 에 국가공인 자격시험이 실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전에 마자부카 시내 플 라비오 컴퓨터 학교를, 오후에 네가네가 CLC 를 각각 방문해 이 중요한 시험 광경을 지켜 보았습니다.
먼저 발걸음을 한 ICT연수 대상자들의 시험장. 아침 일찍 시험 장소에 모인 교사들 은 삼삼오오 모여 서로 배운 부분을 확인하며 중앙 정부에서 파견될 시험 감독관을 기다리 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에 이 지면을 통 해 소개드린 바 있는 ICT연수에 주말을 반납 하면서 참여해 온 교사들이 드디어 컴퓨터 관 련 국가공인 자격증에 도전하는 순간입니다. 잠비아에서는 같은 컴퓨터 자격이라도 특히나 교육부 내 직업교육국(TEVETA) 인증 국가공인자격증은 이수과정이나 시험 과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해, 자격증을 따기만 한다면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시험에 응하는 교사들의 각오는 어떨까요? 시험장으로 하나둘 입실하고 있는 교사들에게 가 짧은 소감을 물었더니, 마치 자신들이 가르치던 학생들의 입장으로 돌아간 듯 “떨려요!! 시험 잘 봐야 하는데요…”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한편으로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둘 있는데, 학생들뿐 아니라 내 아이들에게도 배운 기술을 가르쳐 주고 싶어요”라는 대답도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의 ‘화이팅’을 빌며 시험장을 떠나 정오쯤 도착한 네가네가 CLC. 이곳에서는 이미 재봉기술 국가자격증 시험이 한창 진행중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수도 루사카에서 재봉기술 전문가가 파견되어 학생들에게 과제를 부여하고, 이들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조기 출산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다시 학업을 시작한 20대 학생, 손주를 등에 업고 수업에 오셨던 60대 학습자. 나이와 배경은 달라도 시험을 보는 그 순간만큼은 모두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재봉틀을 돌리며 한 땀 한 땀 박음질을 하고 손바느질로 옷감을 재단하고 측량 자로 정확하게 선을 긋고… 어느덧 그들에게는 수업 첫날의 그 어색하고 낯선 모습 대신 제법 익숙하고 전문적이기까지 한 ‘재봉사’의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팍팍한 삶 속에서 매주 8시간을 쏟아냈던 그 노력이 지금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저는 시험 결과에 상관없이 그들 모두가 자신들이 추구하던 목표에 도달했음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으며, 그 누구보다 배움에 성실했고, 또 그 어느 누구보다 ‘나’와 ‘우리’를 생각하며 동료를 챙겼던 사람들. 그 모습에서 저는 말로는 하기 쉽지만 현실에선 결코 쉽지 않은 ‘지역개발’을 한 단계 이루어 내었다고 감히 평가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저는 마침내 교육부 직업교육국(TEVETA)으로부터 기다리던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자부카 교육청 ICT 연수에 참여했던 15명의 교사와 네가네가 지역학습센터 재봉교실의 19명 학생 전원이 국가공인자격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 말이지요. 혹시나 했던 마음이 ‘역시나’로 바뀌었던 그순간의 기쁨을 여러분과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모두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최현정 브릿지아프리카프로그램 잠비아 프로젝트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