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유네스코이고, 여러분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차세대 글로벌 리더를 키우기 위한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야심만만 프로젝트 ‘유네스코 키즈’ 참여 어린이들이 ‘롤 모델’인 글로벌 리더 이리나 보코바(Irina Georgieva Bokova)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났다. 약탈된 문화유산의 환수 등에 대해 거침 없이 질문한 유네스코 키즈와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 유네스코 정신과 활동, 그리고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조언을 들려준 보코바 사무총장과의 만남을 지상 중계한다. |
지난 2월 3일 명동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제2의 반기문을 키우자’란 캐치프레이즈로 시행하고 있는 ‘유네스코 키즈 프로그램’ 여름캠프 참가 어린이 49명이 방문한 것. ‘유네스코 키즈’는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 중 세계를 향한 꿈과 비전을 가진 학생을 선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시작됐다. ‘유네스코 키즈’ 어린이들이 유네스코한국위원회를 방문한 이유는 자신들의 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리더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창립 6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방한한 보코바 사무총장은 3박4일 동안의 첫 일정으로 유네스코 키즈와의 만남을 선택했다. 박근혜 대통령 면담, 국회연설, 인천시 방문 및 기업체들과의 미팅 등 20여 개가 넘는 빠듯한 공식일정 속에서 ‘유네스코 키즈’와의 면담을 최우선에 두는 그녀의 배려에서, ‘유네스코 키즈’를 격려하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조언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졌다.
보코바 사무총장은 “유네스코와 한국은 서로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한국은 매우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대한 존중을 표시하고자 이곳에 왔습니다. 그리고 정말 훌륭한 여러분을 만나기 위해 이 곳에 왔습니다”라며 환한 얼굴로 유네스코 키즈를 반겼다. 이어 보코바 사무총장은 자신과의 만남이 파리 유네스코 본부가 아닌 서울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이뤄진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유네스코 키즈 겨울캠프 참가 어린이들이 2월 17일 파리 유네스코 본부를 방문하기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
“2주 후면 프로그램 일환으로 해외의 국제기구들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파리에 있겠지요. 저의 동료들을 만날 것이고 UNESCO 본부가 어떠한 일을 하는지 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그 곳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민동석 사무총장님의 양해를 얻어 이곳에 와서 여러분들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약 한 시간여에 걸쳐 이뤄진 이번 만남에서 유네스코 키즈는 약탈된 문화유산의 환수 등에 대해 거침 없이 질문하는 등 당찬 모습을 보였고, 보코바 사무총장은 유네스코 정신과 유네스코가 하는 일, 그리고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조언을 정감 있게 건네주었다. 아래는 유네스코 키즈와 보코바 사무총장과의 대화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 유네스코 키즈인 저희들을 만난 소감과 당부의 말을 듣고 싶습니다.
“먼저 이번에 처음 개최되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감사를 전하고 싶고 축하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여러분을 위한 일이고, 미래 세대를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교육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또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할 때 어떤 것들이 위험에 처해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이외에도 평화의 가치에 대해, 다른 문화에 대해, 여러분들의 문화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특히 아주 긴 역사와 유산을 가진 자랑스러운 한국의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껴야 합니다.”
‐ 6개월 동안 여름캠프, 온라인자기주도학습 등을 통해 유네스코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 친구들은 유네스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무총장님께서 유네스코에 대해 직접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유네스코는 세계 2차대전 이후에 설립되었습니다. 그 때는 많은 것이 파괴되었고, 많은 것들을 잃었습니다. 유네스코는 평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또한 유네스코는 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여러분과 같은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고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요. 불행히도 이 목표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5700만 명의 어린이들이 여러분들과 달리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읽고 쓰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우지 못하고 있고, 적절한 직업을 갖기 위한 기술조차 습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의 목표는 모든 어린이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학교에 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정부나 국제기구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무관심이 오히려 많은 오해와 갈등을 불러 일으키고 환경의 악화를 야기하며 여러 국가들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유네스코는 문화를 촉진시키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의 모든 문화가 존중받고 유산들이 보호받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산이란 선조 세대가 여러분에게 남긴 유형자산과 무형자산, 모든 아름답고 오래된 건축들을 포함하고 우리는 이것을 보호하여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들이 가진 유산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 유산들은 여러분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이 만드셨고, 이제는 여러분들이 보호하여 여러분의 자식들에게 전해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다른 나라들도 다채로운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이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입니다. 우리는 정말 많은 문화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문화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문화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나의 문화를 안다면 밖으로 나아가서 다른 이들의 문화를 배우고 그것을 똑같이 감상하고 존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유네스코가 전세계 많은 아이들이 인터넷과 방문을 통해 서로 교류하며, 어릴 때부터 서로 이해하고 우정을 쌓아 평화와 환경, 문화, 역사를 위해 협력하고 돕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없나요?
“물론 유네스코는 그런 교류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의 문화를 홍보하고 함께 모여서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자 합니다. 한국에도 유네스코학교라는, 학교들 간의 큰 네트워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세계에 9천여 개교가 넘는 유네스코학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여러분과 같은 어린이들이 연락하고 다른 의견들을 공유하고, 서로를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학교는 유네스코의 다른 활동과도 연계되어 있어서 많은 청소년들이 이를 활용해 자신들의 공동체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 저희가 유네스코 본부를 방문했을 때 추천해주실 활동이나 장소가 있나요?
“파리에 온다면 동료들을 통해 여러분에게 교과서 한 권을 보여주라고 일러두겠습니다. 그 교과서는 한국어로 된 것이고 1956년에 출판된 것입니다. 여러분의 부모님도 그때는 태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책은 당시에 여러분처럼 어렸던 반기문이라는 소년이 공부한 책입니다. 훗날 유엔 사무총장이 된 그는 유네스코에 이 책을 기증하였고 오래 전 유네스코가 한국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보여주기 위하여 전시해두었습니다. 여러분이 이 교과서를 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어린 시절 보코바 사무총장님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어떤 모습이었길래 세계적인 지도자가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고, 배우고 싶었고, 창의적이고 싶었고, 상상력이 풍부하고 싶었고, 여러분의 나라를 포함하여 전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에 와서 진심으로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고, 저의 동료들을 만나서 세상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기를 바랍니다. 호기심을 갖고 세상에 관심을 가지며 평화 속에 사는 것이 무엇인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여러분의 나라에서 책임감 있는 시민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 과거 식민지 시대에 강대국들에 의해 약소국들의 많은 문화유산이 약탈되었습니다. 지금도 여러 국가의문화유산이 다른 국가들에 있습니다. 저는 문화유산은 후손들에게 있을 때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유산 반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쉬운 질문은 아니네요. 인류의 역사에는 갈등의 역사, 정복의 역사, 그리고 훌륭한 업적과 박탈이 동시에 존재하는 역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많은 인구의 움직임이 있었고, 전쟁과 정복이 있었고, 문화 유산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유네스코가 현대의 시각에서 하고자 하는 것은 먼저 이 문화들과 창조된 모든 문명들의 가치를 촉진시키는 것입니다.
40년 전 채택된 세계유산협약은 한국의 10개 세계 유산을 포함하여 광대한 유산 목록을 구축해 왔습니다. 이 협약의 콘셉트는 모든 인류에게 있어 가치 있는 유산들의 목록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라는 개념은 매우 인도적인 것입니다. 즉, 이 곳 한국에서 가지고 있는 매우 성숙하고 가치 있는 것들이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도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인류의 유산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입니다. 전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문화를 가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정복이나 분쟁, 그리고 궁핍과는 반대되는 것이겠지요. 이는 새로운 형태의 사고방식이고 세계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나가고 싶은 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무형의 유산들에게도 동등하게 작용합니다.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이는 정체성과 관련된 것입니다. 왜 한국인인가, 여러분만의 전통은 무엇인가에 대해, 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어떻게 보호하여 후세에 전해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보물들이 많이 이동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네스코가 하고자 하는 것은 한 문화의 보물들이 다른 나라의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경우 국가들 간의 대화를 촉진시키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세계적 현상, 세계적 움직임이라고 하겠습니다. 때로는 박물관의 동의를 얻고 협력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복잡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대화와 협력을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저는 다른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미술품의 불법 밀매입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하나의 가치 체계에 인류가 결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자주 발생했었습니다. 오늘날, 21세기에는 이러한 미술품의 불법밀매가 발생하는 것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중의 의견을 동원하고, 불법 밀매에 대한 특별한 협약을 체결하는 등 불법 밀매를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의 경험을 반복하지 않고, 고고학적 유적지나 다른 유적들이 약탈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좋은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사무총장님께서는 어떤 좋은 습관을 갖고 계신지 말씀해 주세요.
“제가 갖고 있는 좋은 습관 중 하나는 스스로 절제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다른 이들을 존중하고, 사람들의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문화적인 환경 속에서 일을 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여러분 같이 매우 어린 소녀일 때부터 다른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외국어도 공부했습니다. 저는 다른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저는 제 자신을 다른 이들의 입장에 놓고 그들이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다른 이들을 존중하고 이전 세대를 존경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러분께 이렇게 해보라고 적극 격려해주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습관들이 우리를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만들고, 다른 이들을 존중하는 것뿐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좋은 습관은 스스로의 가치관과 생각을 따라가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무언가를 할 때 확신을 가지고 믿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세상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면 꼭 큰 일이 아니어도,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모든 작은 것이 세상을 더 좋은 쪽으로 바꿔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믿는다면 꼭 행하십시오.”
약속된 시간이 지나자 보좌진으로부터 다음 일정을 알리는 신호가 계속 들어왔다. 하지만 보코바 사무총장은 아이들 얼굴 하나 하나에 따스한 미소를 보내며 자신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또박또박 끝까지 건네주었다. 대담이 끝나자 유네스코 키즈 얼굴에 뿌듯함이 어렸다. 언젠가 이들도 자신을 롤모델로 삼는 아이들에게 “여러분이 믿는다면 꼭 행하십시오(If you believe it, do it)”란 이야기를 건네줄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 “냉전시대 불가리아 지식인, 혁명 뒤 글로벌 여성 리더로” 첫 여성 유네스코 사무총장일 뿐만 아니라 동유럽 출신 첫 사무총장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는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은 냉전기 동유럽공산국가인 불가리아에서 태어났다. 1970년대 중반 소련으로 유학, 모스크바 국립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1989년 동유럽민주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사회주의 체제에서 지식인으로 살았다. 혁명 이후 불가리아 외무 장관을 지냈고, 프랑스와 모나코 주재 불가리아 대사 및 유네스코 상주대표부 대사 등을 지내며 30년 이상 국제관계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외교통이다. 비정부기구인 유럽정책포럼의 창립자이자 의장으로서 유럽의 통합 및 인권, 다양성, 문화 간 대화 같은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 왔다. 모국어인 불가리아어 외에 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등 4개국 언어에 능통하다. 2009년 유네스코 사무총장 선거에서 5차례에 걸친 투표 끝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초의 동유럽 출신이자 첫 여성 사무총장이 되었고, 2013년 재임되었다. ▲불가리아 소피아 출생(1952) ▲유럽통합 담당 장관 ▲외무장관(1996∼1997) ▲국회의원(2001∼2005) ▲유네스코 대표부 대사(주 프랑스 대사 겸임) (2005∼2009) ▲유네스코 사무총장(2009∼현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