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지하수 정상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삶을 지탱해 주고 있는 것. 묵묵히 할일을 하며 이 세상을 지키는 ‘언성 히어로(unsung hero)’ 같은 존재인 지하수 이야기입니다. 지속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잘 관리하고 보존하며, 또 활용해야 하는 지하수에 유엔 회원국들은 더 많은 관심과 보호 노력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지하수가 전 세계 식수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유네스코에 따르면 지하수는 지구상 액체 상태 담수의 약 9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하수는 관개 농업과 산업에 필요한 물을 제공하고, 생태계를 유지하고 기후변화 적응에 있어서도 필수적인 주요 수자원입니다.
이토록 소중하지만 동시에 ‘보이지 않는’ 자원인 지하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미미합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작년 한 해를 지하수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환기하는 해로 선포했습니다. 3월 22일 ‘세계 물의 날’ 행사의 주제도 지하수였고, 『유엔 세계 물 개발 보고서 2022』의 초점도 지하수에 맞추는 등 굵직굵직한 이정표들을 그려가며 지하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청년과 여성, 지역사회의 참여를 돕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특히 작년 12월 7-8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지하수 정상회의(UN-Water Summit on Groundwater)는 한 해 동안 열린 각종 지하수 관련 행사의 정점을 찍는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는 슬로베니아 대통령, 아이슬란드 총리, 우리나라 환경부 장관과 인도네시아 환경산림부 장관 등 고위급 인사와 4000여 명의 청중이 온·오프라인으로 참가해 지하수의 역할과 가치, 지속가능한 활용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이는 지하수를 주제로는 최초로 열린 정상회의로, 고위급을 중심으로 국제적으로 중요한 수자원인 지하수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지하수의 지속가능한 활용 및 보호를 위한 활동목표를 설정하고, 국경을 초월한 물 협력 연합을 결성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이틀간 ▲데이터와 정보 ▲역량 강화 ▲혁신 ▲거버넌스 ▲재원 등을 주제로 한 SDG6 이행 가속화 세션과 ▲지역별 담론 ▲접경 대수층 ▲아프리카와 지하수 ▲과학과 정책연계 등을 주제로 한 세션 등 총 12개의 세션에서 전 세계 정상들과 전문가들이 지하수의 가치와 역할,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뜨거운 토의를 이어나갔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하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준비한 각종 부대행사와 전시회가 활발히 열리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부대행사를 개최하고 각종 세션에 연사로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한국 환경부와 유네스코가 공동제작한 지하수 인포그래픽 전시회가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개막식에서 지하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유네스코와 회원국, 유엔 ‘워터패밀리’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힘을 모아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전 세계 접경 대수층 468곳 중 국가 간 협약에 의해 관리되는 곳은 6곳에 불과할 정도로 지하수를 둘러싼 국제협력이 사각지대에 있다고 하며, 지하수 분야에서 국가 간 협력을 증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이번 유엔 지하수 정상회의는 정부와 이해관계자들이 지하수를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확대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특히 이 공동성명은 올해 3월 22-23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물 회의(UN Water Conference)에 대한 행동 촉구를 포함하고 있어 더욱 중요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 현상은 심해지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이용 가능한 지표수가 줄어듦에 따라 지하수에 대한 의존도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수의 고갈과 오염 역시 증가하고 있어 지하수의 지속가능한 사용은 인류 공영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일입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지하수 관련 다양한 행사들을 계기로, 전 세계 각계각층 이해관계자와 대중들이 지하수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체계적인 국제협력 방안을 만들어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임시연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