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차 아시아태평양 RCE 총회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팔과 다리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깨끗한 마실 물과 깨끗한 공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나는 여기에 한 마디를 덧붙이고 싶다. 팔과 다리가 없어도 살 수는 있지만 팔과 다리 없는 나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는 살아가기가 힘겹다고 말이다. 이처럼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존을 위한 노력은 중요하고 이것 없이는 우리는 살아가기 어렵다.
세계는 지금 ‘지속가능성’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2015년 10월에 유엔이 발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달성하기 위해 그야말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이 목표가 세상에 나오기 무려 10년 전부터 환경, 사회, 경제 등 다각적인 면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교육에 힘써온 전 세계의 네트워크가 있다. 바로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위한 지역 전문가 거점 센터(Regional Centre of Expertise on Education for Sustainable, RCE)인 RCE네트워크다. 2005년 첫 지정을 시작해서 지금은 아시아태평양에 60여 개 도시, 전세계에 160개가 넘는 도시가 RCE로 지정되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ESD)의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경상남도 통영이 2005년에 세계 8번째이자 국내 첫 번째 지정도시가 된 후에 인천광역시, 울산광역시 울주군, 강원도 인제군, 경상남도 창원시가 연이어 지정되어 활동하고 있다.
지난 6월 4일부터 6일까지 유엔대학고등연구소와 항저우RCE 공동 주관으로 제12차 아시아태평양 RCE총회가 열려 20여 개 아태지역 RCE 관계자와 유네스코 관계자 등 3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올해가 유네스코의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위한 글로벌 액션프로그램(UNESCO GAP)의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앞으로 2030아젠다를 위한 10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회의였다. 이에 걸맞게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방콕사무소와 베이징사무소 관계자가 참여하는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여 회의의 중요성을 실감케 했다.
기조연설에서 유네스코 방콕사무소의 우시오 미우라 프로그램 전문관은 “지속가능발전교육이 목표4에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교육은 2030 아젠다인 SDGs 모든 목표 달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앞으로는 지역사회(커뮤니티)가 가장 중요한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리오 타부카논 유엔대학 자문위원은 “아시아태평양 RCE 커뮤니티가 벌써 12번째 미팅을 갖는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번 회의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2019년 이후에 어떻게 ESD를 강화하고 SDGs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을 공유하고 확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제12차 아시아태평양 RCE 총회는 지난 열한 번의 회의와 마찬가지로 각 도시가 당면한 이슈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 RCE의 활동 상황을 서로 공유하고, 특히 대학 및 학교, 청소년, 지역사회 분야에서 실제적 협력사업을 도출해내는 자리가 되었다. 저탄소 사회를 위한 지속가능발전교육이 이번 총회의 세부 주제였던 만큼, 각 도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공동의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했다. 필자는 통영RCE 세자트라숲의 친환경 설비들과 지역사회 연대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지난 5월 개최한 일회용품 없는 축제를 운영하며 지방정부(통영시)와 통영시의회를 포함한 10개 기관이 일회용품 없는 통영 선언문을 공동 발표한 성과를 공유했다. 이번 총회에서 공유된 사례 중에서는 강과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다룬 것이 많았다. RCE 관계자들은 강과 바다를 지키는 것이 어느 한 도시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데 깊이 공감하고, 서로의 사례를 발표하면서 함께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했다.
유네스코 베이징사무소의 로버트 파루아 교육전문관은 둘째 날 기조연설을 통해 RCE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ESD 플랫폼이기 때문에 유네스코의 중요한 파트너라는 것을 강조했다.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모든 과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목표는 바로 17번 ‘파트너십’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므로 어떤 문제도 한 개인이나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공동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할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중국 내 5개 RCE는 ESD 확산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총회를 통해 네트워킹의 중요성이 강조되면 될수록, 한국에서 지정된 5개 RCE 중 통영만 이번 총회에 참가했다는 사실에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오는 9월 경남 통영에서 유네스코 본부 주최로 ‘지속가능발전교육과 지역사회’를 주제로 하는 심포지엄이 열린다. 2030 ESD 프레임워크를 준비하는 이 회의를 통해, 지속가능발전교육의 지역거점센터인 RCE가 국내외 RCE와 다양한 국내외 이해관계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수연 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교육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