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목표 16번 – 평화, 정의, 강력한 제도
2015년 유엔은 지구촌 구성원이 2030년까지 달성해야할 17가지 목표를 담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했습니다. 이 중 SDG16은 평화(Peace), 정의(Justice), 포용(Inclusiveness)이라는 핵심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폭력이 난무하고 사법적인 정의가 무너진 불안한 사회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이하 SDGs)의 달성은 가능할까요? 모든 형태의 폭력과 분쟁, 취약한 제도는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유엔과 국제사회는 평화로운 사회와 법의 지배, 거버넌스에 대한 포용적인 접근의 중요성을 SDGs의 과제 중 16번째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SDG16이 달성되지 않으면 SDGs 전체의 달성을 기대할 수 없고, SDGs가 달성될 때 비로소 평화롭고 정의로우며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SDG16은 SDGs의 전제조건이자 결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아직도 폭력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부정부패로 인해 사법적 형평성이 보장되지 않으며, 언론인에 대한 테러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는 어떨까요? 분명 50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매일 접하게 되는 각종 강력범죄와 이주민 및 성소수자 등을 대상으로 한 차별과 폭력,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이 반복되는 대중문화, 사이버 공간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허위정보와 악성댓글 등은 우리 사회도 여전히 폭력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SDG16의 첫 번째 세부 목표(SDG16.1)는 ‘모든 곳에서 모든 형태의 폭력과 그로 인한 사망률을 대폭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세부목표(SDG16.2)와 첫 번째 이행수단(SDG16.a) 역시 폭력의 종식과 폭력의 예방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만큼 폭력을 없애는 것이 SDG16의 달성에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누군가의 신체에 해를 가하는 행위만을 폭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이나 혐오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 속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 속에서 만들어진 유네스코는 전쟁도, 평화도 모두 인간의 마음 속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헌장의 서문에서 강조합니다. 나라와 나라, 집단과 집단, 사람과 사람 간의 갈등과 통합은 결국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지속가능한 평화는 ‘전쟁이나 신체적인 폭력이 없는 상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치적이며 경제적인 차별과 억압, 불평등 같은 구조적 폭력을 없애고 상호 공감과 신뢰의 문화가 형성될 때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의 중심은 어디일까요? 심장, 머리, 혹은 배꼽(?)일까요? 사실 우리 몸 어딘가 아프다면 하루 종일 온 신경이 그쪽에 쓰일 것입니다. 바로 그 곳이 우리 몸의 중심이 아닐까요? 같은 의미에서 세상의 중심은 어디일까요? 혹은 세상의 중심은 어디여야 하는 것일까요? 2015년 유엔 총회는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채택하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라”(Leave no one behind)를 슬로건으로 정했습니다. 지구촌에서,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우리 마을에서 가장 아픈 곳을 가장 먼저 보살필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평화롭고 정의로우며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자료]
· 신영복 『강의』, 2004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우리의 지속가능한 평화』 김성경 외, 2019
· un.org ‘UN, Peace, Justice, and Strong Institutions: Why it matters’
김명신 과학청년팀 선임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