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통영 모의 유네스코 총회
유네스코학교 소속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통영 충렬여자고등학교는 매년 지역 학생들이 참여하는 모의 유네스코 총회를 열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관련해 학생들이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지난 7월에 열린 제4회 ‘통영 모의 유네스코 총회’ 현장의 뜨거웠던 순간을 지면을 통해 전한다.
7월 13일 오후 통영 충렬여자고등학교 화산체육관에서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실천하고자 관내 5개 고교생들이 모여 22개국 입장을 표명하는 ‘통영 모의 유네스코 총회’가 개최되었다. 4년째 통영 청소년 모의 유네스코 총회를 주최하고 있는 충렬여고를 비롯해 통영고, 통영여고, 충무고 학생들이 총회를 위해 한 곳에 모였다. 올해로 네 번째 개최되는 모의 총회의 주제는 ‘미래 세대를 책임질 청정에너지’로, 참가 학생들은 에너지와 환경 정책, 여러 환경 문제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고 질의하는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행사 준비가 지연되어 회의 시작 시각이 늦춰지기도 했지만, 참가 학생들은 아무런 불평 없이 오히려 자신의 입장 표명서를 다시 살피며 오류가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기도 했다. 이런 학생들의 열정을 응원하기 위해 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통영RCE 성병원 사무국장도 회의장을 찾았다.
본격적인 총회 개회에 앞서 김유진 부의장이 토론 주제에 대해 간단히 소개했다. 이어 김수진 스태프 총괄이 총회 주제인 ‘미래 세대를 책임질 청정에너지’에 대한 기후 협약 관련 배경 지식을 설명했다. 이선민 의장은 각국 대표들의 출석을 확인하는 ‘롤 콜’(roll call)로 총회의 시작을 알렸다. 학생들은 각국의 대표로서 자신이 맡은 국가의 입장을 표명했고, 이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각국 대표들은 자국의 자연환경, 지형에 맞는 청정에너지를 소개했고, 발전 방식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화석연료와 원자력 에너지, 방사능 물질의 피해와 대책, 신재생 에너지 사용, 태양광 패널 폐기 문제 등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몇몇 개발도상국에서는 자국의 발전을 위해서 원자력 발전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지만, 발전소 수를 줄이고 그 자리를 청정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타국 대표들이 입장 표명국의 발표 내용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하기도 했다. 입장 표명국 역시 어려운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응답하는 모습을 보여줘 담당 교사들과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적지 않은 국가들이 열띤 발표를 진행한 만큼 입장 표명 시간이 길어지기도 했지만 학생들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15분의 짧은 휴식 시간을 보내고 각국 대표들은 다음 순서인 토론을 준비했다. 토론은 ▲ 자국의 이익을 위해 환경 협약 탈퇴가 가능한가 ▲ 효율을 위해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해도 되는가 등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두 가지 주제를 두고 진행됐다. 적잖은 논란을 낳고 있는 이들 환경 관련 주제를 다룸으로써 학생들은 진정한 친환경 에너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원자력발전소와 신재생에너지의 찬반 토론에서는 각국의 서로 다른 현실과 지리적 여건, 입장차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면서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황하여 미처 답변을 못한 학생들이 솔직하게 미안함을 표현하고 웃음으로 넘기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학생들은 의견을 나누고 고민을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미리 연합했던 국가들과 함께 결의안도 작성했다. 각 국가에서 어떤 정책과 법으로 환경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인지를 발표하는 시간이다. 결의안 작성을 통해 환경 보호를 위해 국제 사회에서 개인과 학교 공동체, 나아가 국가가 각각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2016년에는 ‘문화다양성’, 2017년에는 ‘성평등’, 2018년에는 ‘난민’을 주제로 달려온 모의 유네스코 총회는 올해도 3월부터 7월까지 넉 달에 걸쳐 여러 소회의를 거치면서 학생들에게 뜻깊은 시간과 추억을 선사했다. 학생들은 지속적으로 학교와 가정에서 전 지구적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자 다짐했고, 이번 경험을 통해 지식과 기능뿐만 아니라 삶의 가치와 태도를 길러주는 세계시민교육의 핵심을 체득하는 기회도 가졌다.
홍도순 통영 충렬여자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