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2008년 제정된 환경교육 진흥법에 따라 국내 환경교육 관련 기관 중 공모를 통해 매 2년마다 국가환경교육센터를 지정, 환경부와 환경교육계 현장에 있는 활동가, 교사, 기관, 단체 등을 서로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토록 하고 있다. 이곳의 센터장이자 ESD한국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영 공주대 교수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과 국내 지속가능발전교육의 이모저모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국가환경교육센터 센터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국가환경교육센터의 간단한 역할 소개와 함께, 우선 센터장으로서 가지고 계신 포부를 듣고 싶습니다.
국가환경교육센터는 환경부가 가진 비전과 정책을 현장에 전달하는 한편 예산을 보내는 역할도 하고, 현장에서의 불만이나 개선 요구를 위로 전달하면서 필요한 경우 제도 개선이나 법령 및 정책 보완을 이끌어내는 등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센터장의 임기는 2년인데, 제가 재임하는 동안 단기적으로는 환경교육계의 여러 그룹들 간 연결망을 만들고자 합니다. 환경교육 관련 교사, 단체, 연구소를 연결해 그 속에서 유기적인 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장기적인 목표로는 ▲ 환경 관련 교육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추진해 주당 1시간 이상 환경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 ▲ 환경교육진흥원을 새로 설립하는 것 ▲ 환경교육기금을 조성하는 것의 세 가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ESD)은 환경교육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한편으로는 두 교육 간에 개념적 혼동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서로간의 ‘윈-윈(win-win)’을 위해서는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두 교육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전통적으로 환경교육은 자연교육 및 생태교육과 동일시되었으나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 ‘환경’에 대한 정의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생태계와 사회체계를 포함하고, 그 두 가지의 시스템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고 있는 우리 삶의 조건’을 통칭해 ‘환경’이라 부르게 된 것이지요. 이 말은 곧 숲, 강, 바다 등 자연생태계도 환경이지만 민주주의, 자본주의, 가부장적 문화 등 우리를 둘러싼 사회체계까지 모두 환경이라는 뜻이지요. 이전까지는 자연시스템을 다루는 자연과학, 사회시스템을 다루는 사회과학, 그 사이에 있는 인간을 다루는 인문학으로 구분해 접근함으로써 환경 문제의 해결이 어려웠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생태계뿐 아니라 이에 영향을 주는 사회체계도 같이 다루는 것이 변화하는 환경교육의 핵심이며, 이 경우에 지속가능발전교육과 환경교육이 다루는 범위가 굉장히 비슷해집니다. 굳이 따지자면, 전통적인 환경교육이 가지고 있던 자연, 생태, 환경문제 등에 대한 고민을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더 큰 틀과 확장된 ‘환경’의 개념 속에서 다루면서 환경교육의 개념도 진화해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 환경교육에서 강조하는 것이 ‘사회적 실천’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나홀로 에너지를 아끼고 음식물을 남기지 않고 분리배출을 잘 한다고 우리가 겪는 환경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의 문제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 사회적 실천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어떤 사람을 우리의 대표로 뽑을지, 어떤 경제소비를 통해 우리 사회의 경제시스템을 어떤 방식으로 바꿀 것인지 등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이제는 학생뿐만 아니라 성인이 더욱 중요한 환경교육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그저 ‘환경을 오염시키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합니다. 이제는 어른을 바꾸어야 하고, 우리 세대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분야 지속가능발전목표(SDG4)의 세부 목표(4.7)로 세계시민교육(GCED)과 더불어 ESD가 핵심 추진 사항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이 교육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특히 오늘날 ESD가 다음 세대의 교육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당신들은 내 미래를 파괴하고 있다”(You destroy my future)라는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 운동가)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어른들이 다음 세대의 미래를 파괴하고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현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최소한으로 물려줘야 할 자산이 있다면 그것은 ‘존재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미래 세대가 존재할 수 있는 기회, 존재할 권리를 침해하거나 박탈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특별보고서를 통해 지구 기온 상승을 1.5°C 아래로 묶기 위해 변화를 만들어낼 시간이 12년 남았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이러한 미래가 닥치지 않도록 미리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진화했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약간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인간이 진화하며 가지고 온 직관만으로는 이러한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고, 그래서 환경교육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아이들에게 본인의 미래에 닥쳐오는 위험을 알려주고 대응할 기회는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아이들에게 국어, 영어, 수학을 집중적으로 가르치지만 (환경과 관련해) 어떤 일이 닥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거의 가르치지 않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글자 그대로 ‘지속 불가능한 삶’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얼마나 배울지를 결정하는 권한이 어른들에게만, 국가에게만 있어도 괜찮을까요? 이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ESD)한국위원회 부위원장직도 맡고 계십니다. 국내 지속가능발전교육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교육계가 우선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교과별로 분절된 체계, 성적지상주의, 기계를 사람보다 믿는 교육평가체계 등과 같은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육들이 불과 한두 시간의 학교 수업을 두고 서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유네스코 또는 기타 복합적인 시민사회의 힘 등을 통해 자극을 받으면서 학교가 시민사회 및 지역과의 경계를 계속 무너뜨려 나갈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만 합니다.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면, 인간은 위기상황이 닥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지난 5월 1일에 필리핀에서는 ‘환경을 위한 졸업유산법’(The Graduate Legacy for the Environment Act)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유산이란 아이들이 학교를 각각 졸업할 때 무조건 나무를 10그루 이상 심어서 미래와 환경을 위해 일종의 유산을 남기는 것이지요. 이 법안을 번역하며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우리도 잘 생각해보면 지속가능발전교육을 훨씬 재미있게 실천하고, 복잡한 것을 구조적으로 단순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재영 국가환경교육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