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차 유네스코 총회
2년마다 한 번 열리며 유네스코의 사업계획과 예산안 등을 심사 및 승인하는 유네스코의 최고의결기구인 유네스코 총회가 지난해 11월 12일부터 27일까지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렸다. 유네스코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중요한 자리에 참석한 3년차 직원의 첫 총회 경험담을 전한다.
‘올 것이 왔다’는 심정으로 한편으로는 불안감을, 다른 한 편으로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참가한 총회는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기조연설과 함께 시작됐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교육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등 여러 사안들에 대해 국제적 논의의 장을 만들고 있는 유네스코에 사의를 표했다. 이어서 유엔 관련 회의 역사상 처음으로 고위급 정부대표와 청년대표가 마주한 좌담회에서 청년 대표단은 “기후변화, 인공지능 등 새롭게 부상하는 사회현상들에 대한 정책 수립 시 미래를 살아갈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각 분과위원회별 회의가 진행되었다. 교육 분과위원회에서는 ‘고등교육 자격인정에 관한 국제협약’이 최종 채택된 것이 가장 큰 뉴스였다. 서로 다른 국가에서 이수한 교육 내용을 상호 인정해 주는 발판을 마련한 이 협약을 통해 난민들의 고등교육 접근성을 강화하는 등 교육의 포용성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 분과회의는 또한 교원 양성과 연수 프로그램의 국제표준분류(ISCED-T) 개발 관련 결정문을 채택하고, 중기전략과 더불어 사업 및 예산안 초안 준비, 그리고 유네스코 문해 전략 등을 활발히 논의했다.
자연과학 분과위원회에서는 한국이 제안한 ‘글로벌 국제보호지역 연구훈련센터’가 제주도에 설립 승인을 받았다. 이 센터는 세계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등의 국제지정지역을 적절히 관리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인문사회과학 분과위원회에서는 점점 확산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윤리에 관한 국제 규범의 필요성을 검토하였으며, 대다수 회원국들은 이러한 규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다음 총회 때 인공지능 윤리에 관한 권고안을 검토 및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문화 분과위원회에서는 우리나라가 제안한 ‘예술교육 및 문화예술교육주간 가시성 제고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예술교육 증진에 더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관련 유네스코 행사도 지원하는 등 국제적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더불어 우리나라가 제안한 ‘세계유산해석국제센터’ 역시 설립 승인을 받음으로써 세계유산의 해석 기준과 원칙을 마련하고, 관련 분야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활발히 사업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정보커뮤니케이션 분과위원회에서는 미디어·정보 리터러시가 가장 흥미로운 이슈였다.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란 디지털 격차가 적지 않으며 혐오표현과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이 시대의 미디어로부터 신뢰할 수 있고 정확한 정보를 가려내는 능력을 말한다. 회원국들은 이를 현대인이라면 꼭 지녀야 할 역량으로 꼽으며 관련 의제에 폭넓은 지지를 보내는 한편,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주간의 공식 선포를 축하하고 2020년 대한민국이 주최하는 대표회의에 관심과 기대를 표했다.
이 외에도 총회 기간 동안에는 다양한 국가위원회 관련 행사가 진행되었다. 유네스코 사무국은 10년 만에 신임 유네스코 국가위원회 사무총장들을 위한 역량강화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번 워크숍에서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모범 사례로 인정 받아 국가위원회의 기능, 지위, 구조 등에 대한 발표를 맡아 이끌기도 했다. 총회를 계기로 제6차 국가위원회 총회도 열렸으며, 국가위원회 간 협력 증진 방안을 모색하는 세션에서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한국법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한 아태지역 유네스코국가위원회 공동 연구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선배들이 ‘호랑이보다 무섭다’던 총회 출장은 역시 쉽지 않았다. 하지만 유네스코의 최고의결기구가 작동하는 것을 현장에서 경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다.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의견을 하나로 모아가는 것은 정말 지치고 힘든 과정이지만, 이는 또한 국제기구의 존재 이유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오늘날 국제기구들이 적잖은 도전을 받고 있지만, 온 지구가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이들이 꼭 필요하다는 개인적인 믿음은 이번 기회를 통해 더욱 굳건해졌다. 대한민국의 유네스코 가입 70주년을 맞는 올 한 해 동안, 더 많은 국민들이 유네스코의 존재 의의를 새겨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길 희망한다.
박다혜 국제협력팀 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