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대학교 박종휘 박사
좁은 한국땅을 벗어나 국제기구에서 더 큰 꿈을 펼치고자 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그러한 꿈을 가진 청년들에게 유네스코와 직·간접적으로 연을 맺고 조직 안팎에서 일을 하고 있는 선배의 이야기는 좋은 본보기이자 새로운 도전을 향한 힘을 북돋워 줄 것입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청년기자단이 그런 ‘롤모델’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사님. 먼저 지금까지 거쳐오신 기관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교육에 관한 공부를 이어오던 중 사회적 기여가 될 수 있는 일에 종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유네스코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처음에 유네스코 방콕사무소의 테크놀로지 활용교육(ICT in Education) 팀의 리더로 2011년 부터 7년 반 근무했습니다. 당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책 제언에 힘썼고 특히 개발도상국의 교육부와 많이 소통했습니다. 덕분에 특정 사업을 진행하기에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상황에 대해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어 몸담게 된 유네스코 평생교육원에서는 문해 및 성인교육에 ICT를 활용할 방법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현재는 유엔 대학교(UNU)에서 파견근무 중이며 혁신 교육 프로그램(Innovation and Education)의 부서장으로 활약하며 교육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중심으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전반을 아우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요 사업들이 모두 ‘교육’이라는 키워드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교육이 가지는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바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통해서 과학과 문화 등 다른 분야를 바라보는 태도도 매우 중요합니다. 기후변화 문제, 문화 다양성 소멸의 문제 등 많은 국제 사회의 이슈를 해결할 힘이 ‘교육’에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유엔대학에서 진행 중인 라오스 무형문화재 보존 프로젝트가 교육을 통해 문화재 보존을 효과적으로 이루어 낸 사업 중 하나인데, 이러한 성과에서 교육의 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업 진행 중에 국제기구의 한계를 느낀 사례는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국제기구의 주요 역할은 측정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구체적인 적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회원국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제기구의 노력과 별개로 그 성과는 각 국가의 정치적인 의지와 리더십, 역량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이 점에서 국제기구의 역할에 한계가 존재합니다. 유엔 자체의 구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유네스코를 포함한 유엔 산하 기구들이 서로 융합하지 못하고 각각의 목표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것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구상하고 있는 다음 프로젝트도 이러한 유엔 산하 기구 간 소통 부족 및 경쟁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의 일환입니다. 여러 유엔 산하 기구와 전문가들이 융합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성인들을 위한 기후변화 문해력 측정지표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첫걸음을 딛고 싶습니다.
국제기구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직원으로서 국제기구 내 한국의 위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ICT 분야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 많습니다. 특히 최근들어 K-문화가 전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어서,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가지며 정책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회원국 정부관계자가 많아서 자긍심과 동시에 더 큰 책임감도 느낍니다. 다만, 유네스코에 한국인 고위직 직원이 없어서 의사결정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점이 안타깝습니다. 전체적으로도 한국인 직원수가 많지 않아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더 적극적인 지원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먼저, ‘무조건 시작하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겁내지 않고 우선 시작하면 항상 길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용기와 패기를 갖고 시작했을 때 얻어지는 경험의 가치를 꼭 느끼기를 바랍니다. 제가 존경하는 고(故) 김광조 전 유네스코 방콕 본부장님께서 ‘작은 일에도 항상 정성을 다하면 그 경험이 꼭 쓰일 때가 있다’고 하신 말씀을 나누고 싶네요. 더 현실적인 조언으로는 유엔 공식 언어 중 하나를 제2외국어로 익혀두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전하고 싶습니다.
서지선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청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