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을 거닐다가 제4차 산업혁명위원회 간판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한 때 혁명은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용어였다. 어렸을 때는 ‘5·16 군사혁명’(5·16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가 군사 정변 정당화를 위해 붙인 명칭-편집자 주)이란 말을 듣고 자랐다. 요즘은 급격한 변화를 상징하듯, 혁명은 사회의 여러 부문에서 쓰인다. 우리는 정치혁명, 시민혁명, 산업혁명, 교육혁명 등 혁명의 일상화, 일상의 혁명화 속에서 살고 있다. 혁명은 특수 전문 용어를 넘어 일반 보통명사로 쓰인다. 한편, 혁명과 교육은 불가분의 관계이기도 하다. 모든 혁명은 교육으로 시작되어 교육으로 완성된다. 산업혁명도 예외는 아니다. 산업혁명과 교육혁명은 동반 성장한다. 유엔 차원에서 교육의 나침반과 설계사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유네스코다. 유네스코는 교육이 들고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플랫폼으로서 유네스코에 주목한다.
이제는 ‘국민 교과서’가 된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보고서를 주의 깊게 읽어보면 제4차 산업혁명은 교육과 문화에 의지하는 ‘교육혁명 보고서’임을 알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 보고서는 산업혁명으로 시작하여 ‘신 문예부흥’(toward a new cultural renaissance)으로 끝난다. 슈밥은 신 르네상스를 제4차 산업혁명이 걸어야 할 ‘앞으로의 길’이자 ‘신 글로벌 문명’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우리의 정신과 마음, 영혼을 함께 모아 발휘해야만 우리에게 닥칠 문제들을 의미 있게 다룰 수 있다”는 게 슈밥의 4차 산업혁명 보고서가 주는 충고의 요지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애’라고 슈밥은 힘주어 말한다. 이 말은 산업혁명과 화혁명의 성패가 전인교육이라는 교육혁명에 달려 있음을 웅변한다. 4차 산업혁명의 종착지는 전인교육을 통한 문예부흥이며, 전인교육의 산실인 유네스코는 신 르네상스의 플랫폼이다.
슈밥은 4차 산업혁명과 ‘4대 지능’을 짝지었다. 4차산업혁명, 신 문화 르네상스를 일으킬 주역은 4대 지능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4대 지능이란 다음과 같다. ▶ 첫째, 인지한 것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인 상황맥락 지능(정신, the mind) ▶ 둘째,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결합해 자기 자신 및 타인과 관계를 맺는 능력인 정서 지능(마음, the heart) ▶ 셋째, 변화를 이끌고 공동의 이익을 꾀하기 위해 개인과 공동의 목적, 신뢰성, 여러 덕목 등을 활용하는 능력인 영감 지능(영혼, the soul) ▶ 넷째, 개인에게 닥칠 변화와 구조적 변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자신과 주변의 건강과 행복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능력인 신체 지능(몸, the body)의 결합이다. 이는 곧 전인교육을 통한 전인능력이다. 이것은 유네스코가 21세기 교육의 4대 목적으로 <학습: 우리 속에 감추어진 보물>(Learning: The Treasure Within)>(1996)에서 제시한 ‘존재를 위한 학습(learning to be), 알기 위한 학습(learning to know), 행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do), 더불어 살기 위한 학습(learning to live together)’과 크게 다르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전사가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은 이미 유네스코가 설파한지 오래다.
끝으로 슈밥이 4차 산업혁명 보고서 발간에 앞서 2015년에 그 유명한 보스톤 컨설팅 그룹과 협업으로 만든 보고서를 언급하고 넘어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4대 혁심 역량을 뜻하는 4C(Critical Thinking, Creativity, Communication, Collaboration)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작 출처와 의미에 대한 주석이 미흡해서다. 보고서의 원제는 <교육비전: 기술의 잠재력을 열다>(New Vision for Education: Unlocking the Potential of Technology)이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선정한 21세기 가장 핵심적인 16가지 스킬을 묶은 제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왼쪽페이지 도표 참조) 이를 묶으면 ‘사회정서 학습기술’(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SEL)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애”라는 슈밥의 말을 떠오르게 한다. 3대 스킬은 학습자들이 일상에서 핵심기술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말하는 기초 문해, 학습자들이 어떻게 복잡한 도전 상황에 대처하는지를 말하는 역량, 학습자들이 그들의 변화하는 환경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여주는 인성자질로 구성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을 연결하여 순환케 하는 혈액과 같은 것이 바로 평생학습이다. 기초 문해, 역량, 품성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바로 유네스코다. 4차 산업혁명의 성패, 유네스코에 달려 있다. 앞으로 3회에 걸쳐서 21세기 기술을 소상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이희수 중앙대학교 대학원장/교육학과 교수
*이희수 교수는 평생학습과 인적자원개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과 연구를 펼치며 <각국의 평생교육정책>, <한국의 문해 교육> 등을 펴낸 교육학자다. 지속가능발전목표의 교육 분야 정책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제1회 유엔 지속가능발전 교육목표 이행(SDG4-교육2030) 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