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부터 17일까지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본부에서 제206차 집행이사회(206th session of the Executive Board)가 열렸다. 회원국들은 집행이사회 및 집행이사회 기간 중에 열린 국가위원회 회의에서 유네스코 개혁을 비롯한 다양한 의제에 대해 열띤 논의를 주고받았다.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집행이사회는 유네스코의 주요 의사결정기구다. 58개 집행이사국이 유네스코 사업과 행·재정 관련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인 만큼, 이사회 때마다 주요 의제를 두고 다양한 토론과 논의가 이어지곤 한다. 특히 이번 206차 집행이사회는 유난히 치열했다.
오드리 아줄레 사무총장이 주도하는 유네스코 개혁 과정이 중반에 이르면서, 사무국 내부에서 구성된 워킹그룹의 성과가 회원국들에게 보고되었고, 개혁과 연결되면서 회원국들의 이해관계가 미묘하게 다른, 유네스코 현장 사무소의 지속가능성과 파트너십 전략 등도 논의되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유네스코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윤리규범, 오픈사이언스,『교육의 미래』 보고서 등 회원국들의 관심이 높은 의제도 여느 때보다 많았으며, 4년 주기 사업계획 중 2년 치 예산안을 확정하는 한편, 회원국들의 추가 요청사항을 반영해 올해 총회에 보고할 사업 계획안(C/6 초안)도 논의되었다. AI 윤리규범과 오픈사이언스 관련 논의는 자정까지 계속될 정도로 치열했고, 현재 사업계획에 대한 회원국들의 추가 수정 요청 사항들은 주말에 열린 별도의 워킹그룹에서 논의되기도 했다.
언론인 안전 관련 의제에서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여성 언론인을 특정해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정문 초안에 대해 러시아가 수정안을 낸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이에 한국을 포함한 20여 개 회원국이 발언을 통해 결정문 초안을 지지했다. 유럽국가를 중심으로 한 옵저버 13개국이 이례적으로 발언을 신청해 결정문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간 옵저버는 집행이사회의 모든 의제에 대해 발언을 할 수 있음에도 발언을 하지 않거나 한두 국가의 발언 정도로 그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에, 13개국이 발언을 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결국 러시아는 수정안을 따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별도의 발언을 통해 본 결정문을 지지하지 않음을 명확히 하고, 이를 의장의 구두보고서에 기록으로 남길 것을 요청했다.
뜨거운 논의가 이어졌던 대부분의 의제에서 회원국들이 가장 강력하게 요청한 것은 회원국과의 긴밀한 협의와 소통이었다. 정보 공유와 협의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기는 국가위원회도 매한가지였지만, 집행이사회 기간 중 3일간 열린 국가위원회 아침 회의에서는 국가위원회와 소통하려는 사무국의 노력에 주로 감사를 표하는 분위기였다. 유네스코 개혁 계획 수립 초기에 국가위원회의 참여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사무국에서 국가위원회의 역할이나 중요성을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광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이 의장을 맡아 이번에 처음으로 3일에 걸쳐 진행한 국가위원회 회의에서는 사무국이 부문별 사업 우선순위를 발표했고 주요 국가위원회가 몇몇 프로젝트를 공유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도 지난해 진행한 유네스코 전략연구 및 전략포럼 사례, 올해 기획 중인 공동연구 사업을 소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 2개년 예산 상한액, 사업계획에 대한 회원국들의 요청 사항, 유네스코 국제교육국(IBE) 관련 의제는 가을 집행이사회로 공이 넘어갔다. 다음 집행이사회가 열리는 날, 서늘한 파리의 가을 날씨 속에서 회의장은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은 국제협력팀 선임전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