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보는 유네스코와 한국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대부분의 피교육자들이 솔직히 표현한 것은 한글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는 점, 새롭고 유익한 농사지식을 알게 된 점, 그리고 일반적인 사회상식을 많이 배운 점을 들고 있었다. 또 어떤 사람들은 편지를 쓸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고 하였으며 또 어떤 사람들은 전과는 달리 그들 자녀교육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표명하게 되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도 하였다.”
— 『유네스코뉴스』 1965년 5월호에 실린 「제주도 문맹퇴치 운동 보고」 중
1963년 유엔이 ‘세계문해운동’을 결의함에 따라 유네스코는 범세계적인 비문해 퇴치사업에 나섰고, 그 일환으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도 유네스코 본부의 지원을 받아 제주도를 시범 지역으로 선정하여 문해교육사업을 실시했다. 1965년 1월 9일부터 4월 10일까지 제주시와 북제주군, 남제주군의 50개 초등학교 교육장에서 진행된 이 사업을 통해 미취학 아동부터 청·장년층에 이르는 3,318명의 비문해자들이 3개월 간의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사전 훈련을 받은 지도요원 50여 명과 지도교사로 위촉된 현직 초등교사 50여 명이 참여하여 한글 읽기·쓰기뿐 아니라 산수와 미터법, 주판 사용법을 가르쳤고, 때로는 일상생활과 직접 관련되는 영농지도, 보건위생, 시사해설, 가사지도 등의 실용교육도 실시했다. 수업은 생업으로 바쁜 낮 시간을 피해 야간에 매일 3시간씩 진행됐고, 산간·어촌 지역 거주자들은 밤 늦게 장거리를 걸어서 통학하기도 했다. 특히, 미처 한글을 배우지 못했던 성인 여성들이 대거 참여하여 학습의 기회를 가졌다는 점은 의미가 컸다. 교육 기간 중에는 글자나 문장 쓰기, 읽기, 간단한 산수문제 풀기와 같은 평가시험도 치렀으며, 마지막 종료식에서는 졸업증명서도 수여함으로써 학습자들에게 배움의 기쁨을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