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자신과 일치하는 외모와 성격, 습관,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허구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차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종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가 차별로 작동하는 경우를 접하게 되는데, 장애인이 가장 대표적 예일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편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확실한 근거도 정보도 없이, 자기의 가치 기준이 부지불식간에 친구나 이웃을 함부로 판단하고 비난하는 잣대가 되곤 한다. 장애가 있으니 불편하고, 능력이 없으며, 불행할 것이라고 넘겨짚는 ‘고정관념’이 형성되면 편견으로 깊이 자리잡게 된다. 이러한 편견은 인권을 침해하고 차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쉬우므로, 일반학생과 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을 위해서는 편견과 차별 문제를 인식하여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인권감수성이 꼭 필요하다.
국제기구도 평등, 통합, 정상화 이념을 통해 통합교육의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The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제24조 교육 1항은 다음과 같은 교육 원칙을 천명한다. “당사국은 장애인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인정한다. 당사국은 이러한 권리를 균등한 기회에 기초하여 차별 없이 실현하기 위하여 모든 수준에서의 포용적인 교육시스템과 평생교육을 보장한다.” 여기서 포용적 교육시스템이란 사회적 약자에게 열려 있는 수용적인 교육의 구조를 말하며, 이는 곧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존하는 교육 공간을 의미한다.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도 같은 맥락인데, 우리나라에서도 헌법 제31조, 교육기본법 제3조와 제4조에 법적 근거를 두어, “모든 국민은 성별, 신앙, 신념,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 을 이유로 교육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교육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SDG 4-교육 2030’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인 교육의 포용성과 형평성을 추구한다면, 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사각지대의 아이들이 국가의 촘촘한 교육 안전망 안에서 소외되는 일 없이 ‘우리 모두의 아이’가 될 것이다. 여기서 교육의 형평성(equity)이라 함은 모든 아동으로 하여금 교육의 접근, 참여, 진보 및 실현을 보장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장애인교육 SDG 연구팀은 장애학생의 교육 및 직업 기회 접근성 정도를 보여줄 수 있는 세 가지 주요 지표로 ‘학업중단율’, ‘취학률’, ‘진학률 및 취업률’을 제시했다.1)
먼저 학업중단율을 살펴보면, 특수학교의 경우 모든 장애 유형에서 건강 악화로 인한 유예가 가장 많았고, 취학 유예 학생들의 현재 상태로는 가정에 머무르는 재택이 가장 많았다.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의 경우, 초등학교에서는 ‘장애 심화’가 가장 큰 이유였고, 중학교에서는 ‘기타’, ‘등교거부’, 고등학교에서는 ‘기타’, ‘건강악화’, ‘등교거부’ 순으로 나타났다.2)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 장애학생들의 배치환경(가정, 병원 및 시설, 특수학교, 특수학급, 일반학급 등) 및 학교급(유초중고)에 따른 학업중단 및 취학유예 현황과 이유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 학업중단 및 취학유예 장애학생들의 현재 상태(배치장소, 교육상태 등)를 파악하고 ▲ 장기입원 또는 요양 중인 건강장애 학생들에 대한 무상교육 제공을 통한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장기 유예 학생들에 대한 개별화된 학습, 심리, 정서적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음으로 취학률은 ‘취학적령 인구 가운데 각급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비율’로서 교육기회의 수준을 대표하는 지표 중 하나다. 현재 장애영역별, 학교급별 취학인구에 대한 통계는 있으나, 취학적령인구 대비 해당 연령 재적학생 수의 비율로 계산하는 취학률에 대한 통계치나 장애학생들에 대한 별도의 학교급별 취학률 데이터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 및 취학률 추이를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진학률’은 고등학교(특수학교 및 일반학교) 과정 졸업자 중 전문대, 대학 등 교육기관에 진학한 학생비율이고, ‘취업률’은 해당 과정(예: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자에서 진학자를 제외한 학생 수에 대한 취업자의 비율로 정의할 수 있다. 교육부 통계자료(2018)3)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자 전체의 대학 진학률(약 69% 내외)에 비해 특수교육대상자의 대학 진학률은 평균 24%로 매우 낮은 실정이다. 또한 대학졸업생(4년제 기준) 취업률 또한 장애학생의 경우 20% 포인트 가량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어, 장애학생 각각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능력, 기업의 수요 등에 부합된 진로·취업교육 및 지원(프로그램, 전문 인력 등)이 절실하다.
이를 종합해 보면, 장애인 교육의 포용성과 형평성을 제고하고, 장애인의 직업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각 교육단계별 교육과정과 관련서비스의 내실화를 비롯하여 인적·물적 인프라 확충을 위한 행·재정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1) 신재현(2018). 「SDG 4.5 교육형평성 국내이행을 위한 장애인 교육현황과 과제」. 『‘SDG 4.5 교육형평성 국내이행을 위한 교육현황과 과제’ 자료집』. 서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유네스코한국위원회.
2) 교육부 국립특수교육원(2014). 『2014 특수교육 실태조사』. 아산: 교육부.
3) 교육부 국립특수교육원(2018). 『2018 특수교육통계』. 아산: 교육부.
강경숙 원광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